몸값 8兆로 떨어진 토스, IPO 재시동 걸지만… 수천억대 적자 해결 숙제
투자금 유치 실패하며 상장 연기
은행·증권·보험 확장, 실적은 매년 적자
모바일 송금 애플리케이션(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상장 예비 작업에 착수했다. 핀테크(Fintech·금융기술)를 기반으로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을 거느린 거대 금융 기업의 상장 소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IPO 성공을 위해서는 계열사들의 막대한 적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미 지난해 초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당시 기업 가치가 15조원에서 최대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계획한 기간 동안 목표했던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했고 결국 상장도 연기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금융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르게 감소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현재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토스의 기업 가치를 8조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만약 내년에도 토스뱅크를 포함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못할 경우 실제 몸값은 이를 밑돌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출범 후 매년 적자 누적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2013년 법인 설립 후 2015년 토스 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출범 후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연간 실적에서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실적 공시 첫해인 2016년 2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후 2017년 391억원, 2018년 445억원, 2019년 1244억원, 2020년 894억원으로 매년 적자가 누적됐다.
토스뱅크 등을 잇따라 설립하며 몸집을 불린 후에는 적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 2021년에는 순손실이 2160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370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들도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출범한 토스뱅크는 2021년에 806억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26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토스증권도 같은 기간 각각 784억원, 325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역시 흑자 전환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비바리퍼블리카가 프리 IPO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낸 것은 시장의 유동성 감소 탓도 있지만, 매년 누적되고 있는 계열사들의 대규모 적자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유통 시장 ‘공룡’ 쿠팡…토스는 의문 부호
비바리퍼블리카는 거대 유통 플랫폼인 쿠팡, 숙박시설 예약 앱 야놀자,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를 넘어선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쿠팡은 지난 2021년 뉴욕 증시에 입성했고, 야놀자는 최근 IPO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했던 두나무도 내년에 IPO 준비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의 경우 비바리퍼블리카와 마찬가지로 매년 막대한 적자를 쌓았지만,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자체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빠른 배송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을 석권하며, 신세계와 롯데 등 기존 유통 기업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독점 체제를 다지기 시작한 쿠팡은 지난해 3분기부터 지금껏 5분기 연속 영업실적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재무 구조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반면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 시장에서 어려운 경쟁을 지속해야 될 상황이다. 송금 앱에서 시작해 은행과 증권, 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쿠팡과 달리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시장에서 치고 나갈 만한 경쟁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송금 서비스의 경우 기존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출범 초기에 비해 장점이 희석된 상태다. 토스뱅크도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이어 3위에 머물고 있다. 토스증권과 토스인슈어런스 역시 대형사의 점유율이 높은 증권, 보험 시장에서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상태다.
◇ ‘파두 사태’로 상장 심사 벽 높아질 듯
IB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인 파두의 ‘뻥튀기 상장 사태’ 이후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준이 강화된 점도 비바리퍼블리카의 IPO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두는 지난 8월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파두는 올해 추정 매출액을 1203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상장 후 실제 발표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충격에 휩싸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파두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지금껏 공모가인 3만1000원을 크게 밑도는 2만원대 초반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IPO 시장 참여자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IPO 주관 업무 혁신 태스크포스(TF)’의 첫 회의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TF에서 IPO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후 내년 2분기에 확정할 계획이다. 파두 사태가 기업의 실적 과장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앞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실적 평가와 과도한 가치 산정 여부 등을 보다 까다롭게 심사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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