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것처럼…남의 글 페북에 올렸다가 '벌금 1000만원' 왜?

대법 "저작인격권 침해"

타인의 글을 허락 없이 자신이 쓴 것처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경우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 3월~2018년 10월까지 47회에 걸쳐 B씨의 페이스북 게시글과 기계 관련 저널 연재글을 허락 없이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페이스북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무단 도용 과정에서 연재글에 원작자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게시하고 일부 내용은 임의로 내용을 덧붙이거나 구성을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초 A씨에 저작재산권 침해·저작자 허위표시 공표·저작인격권 침해 등 3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재산권 침해와 허위표시 혐의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저작인격권(저작물 창작으로 인한 권리)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모든 혐의를 인정해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무단으로 피해자의 게시글이나 연재글 등 저작물에 그 내용을 부가하거나, 구성을 변경해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게시했다"며 "해당 행위는 피해자의 저작물에 대한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등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A씨는 피해자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함으로써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는 성명표시권을 침해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마치 피해자의 글이 A씨의 것처럼 인식될 수 있었다"며 "피해자로서는 진정한 저작자가 맞는지, 나아가 기존에 피해자가 얻은 사회적 평판이 과연 정당하게 형성된 것인지 의심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게시한 글로 인해 A씨의 게시글에 나타난 개인 주관이나 오류가 원래부터 피해자에게 존재했던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저작자인 피해자의 전문성이나 식견 등에 대한 신망이 저하될 위험도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