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결국 '희토류' 맹반격…시장 90% 쥐고서 '기술수출 금지'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 12. 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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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추가규제 맞서 희토류 기술 수출금지 목록에 포함,
전면 규제로 이어지면 서방 반도체-방산-전기차 타격…
韓도 영구자석 등 중국 의존도 절대적, 충격 가능성
한 중국인 광산관계자가 중국 현지서 생산된 희토류 광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중국이 광물에 이어 희토류(희유금속) 수출 통제 카드까지 빼드는 분위기다. 아직은 제련기술로 영역을 한정했지만 미국이 추가적 반도체 기술 규제를 꺼내면 그 수위에 따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전면 규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중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21일 저녁(중국 현지시간) '중국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을 수정 발표하고 희토류의 채굴, 선광, 제련기술을 수출금지 목록에 포함했다. 희토류를 추출하고 분류하는 기술에 대해 수출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첨단기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20년부터 이 목록을 발표해 왔다. 희토류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방에서는 중국이 흑연 등 광물 수출을 규제하면서 조만간 희토류 규제도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지난달에는 희토류 수출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며 관리 강화에 들어간 바 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은 물론 전기차와 각종 방산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쓰이는 17가지 희소성 광물이다. 중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해 사실상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에 규제 목록에 포함된 제련 규모까지 합하면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한다.

특히 중국은 제련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중희토류 분야에서 더욱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경희토류의 경우 다른 금속 제련기술을 적용해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을 별도로 확보할 수도 있지만 중희토류의 경우 이런 공급망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당연히 중희토류로 갈수록 핵심 기술 적용도가 더욱 높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희토류의 주요 응용분야 가운데 하나인 네오디뮴 영구자석(NdFeB)은 국내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터빈 등의 핵심 소재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국내 수요의 88%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다수 희토류를 중국에 완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수출 통제는 이미 광물에서부터 시작됐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갈륨과 게르마늄을 지난 8월부터 수출 통제해 왔다. 이어 12월엔 흑연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수출 통제가 조만간 희토류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국가들에게 가장 크게 타격을 줄 수 있는 항목이 바로 희토류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시장에 5~7나노미터(nm)급 프로세서를 내놓은 것을 두고 강력한 추가 반도체 제재를 시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그간 내버려뒀던 중국산 저가 및 범용 반도체까지 제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최우선 목표가 중국 내 어마어마한 범용 반도체 수요의 충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치명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이 회심의 희토류 공급 차단 카드를 빼든 것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미국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있어 희토류 공급 차단이 본격화한다면 상당한 정치적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단은 제련으로 한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올해 주요 광물을 놓고 서방과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희토류 선적 자체엔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중국 외 지역에서 해당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좌절시키는 시도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희토류 카드로 미중 갈등이 재차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황은 더욱 첨예한 양상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는 등 연일 강경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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