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트 공경미 대표 "버려지는 폐현수막, 예술 작품으로"[인터뷰]
"변화하는 업사이클 회사로 성장할 것"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부산 중구 로타트 드로잉 카페에 들어서자 보이는 수많은 캔버스 작품. 이 작품들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듬뿍 담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캔버스 옆에는 부산의 슬로건인 'Busan is Good'이 새겨진 가방과 공공기관의 귀여운 마스코트가 그려진 열쇠고리 등 여러 굿즈가 있다. 이 예술품들은 모두 버려진 현수막이 재탄생된 결과물이다. 지난 21일 만난 '순환하는 예술기업 로타트' 공경미 대표는 "가장 오래 보존되는 것은 역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공 대표는 그간 자신이 '예쁜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주범'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전에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여러 체험 수업을 진행했다. 이 경우 작품으로 완성되지 않으면 일회성에 그치는, 결국 예쁜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환경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담아내면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지금의 로타트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낡은 텐트를 가지고 재활용하려 했지만, 세척과 재가공 작업에 품이 많이 드는 탓에 사업 실현 가능성이 낮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행사장에 방문한 공 대표는 행사장에 걸려 있는 실내 현수막을 보고 '저것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지인에게 수소문한 끝에 공공기관과 연이 닿아 행사 후 버려지는 실내 현수막을 구하게 됐다.
이로써 공 대표의 현수막 활용이 본격 시작됐다. 현수막에 그려진 그림이나 디자인 등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부분은 2차 가공 없이 굿즈로 제작하고, 현수막의 흰 부분은 도려내 제품으로 만든다.
또 캔버스로 활용할 때는 현수막에 보조제와 열처리 작업 등을 해 물감의 색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처리한 뒤 일정 크기로 잘라 캔버스로 탄생시킨다.
이로써 쉽사리 버려질 뻔했던 폐현수막은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
공 대표는 폐현수막 재활용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하고자 '2023 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 의제를 제안하게 됐다.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를 제안하고 민간과 공공, 행정이 문제 해결에 함께 참여하는 협업 플랫폼이다.
공 대표는 올해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수행하며 사하구 다대1동 지역주민과 사회복지센터, 요양병원은 물론 부산교통공사, 부산문화회관, 부산항만공사, KOTRA 부산지원단 등 협업 기관과 함께 현수막 약 180㎏를 재활용했다.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캔버스를 가지고 남녀노소 여러 주민과 함께 그림을 그렸고, 이 작품들을 모아 총 5차례의 전시회도 진행했다.
공 대표는 "이번 플랫폼을 수행하며 소나무 322그루를 심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연환경에 도움이 됐다는 것을 수치로 명확하게 알게 되니 훨씬 더 마음에 와닿았다"며 "'내가 잘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리사이클과 업사이클을 위해 끝없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대표는 "사회가 변화하듯이 그때그때 환경에 문제를 유발하는 원단, 소재들도 변화한다"며 "이에 맞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업사이클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부산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피어오르길 소망하고 있다. 그는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낙동강 하류에 제일 많다고 하는데 정작 부산 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며 "부산시나 지자체 차원에서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목표로 '낙동강 줄기를 거꾸로 올라가는 업사이클 회사'를 제시했다. 공 대표는 "저는 대단한 사람도, 환경 운동가도 아닌 그저 작은 깃발을 흔들고 있는 사람에 불과하다"며 "그렇지만 환경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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