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하나 못 챙겨놓고 ‘친미반중’ 큰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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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2년 만에 다시 요소수가 주요 뉴스로 떠올랐다.
2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은 2021년 11월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큰 난리를 겪었지만, 2년 새 요소의 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이 중국의 요소 통제 앞에서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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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꼭 2년 만에 다시 요소수가 주요 뉴스로 떠올랐다. 중국이 요소 수출 통제에 들어간 사실이 지난달 말 알려지면서다. 비료의 주원료인 요소 가격이 오르는 조짐이 보이자, 중국이 내년 농사에 대비해 올 9월부터 요소 비축에 들어갔다.
2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했다. 평일 오후마다 열리는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요소 관련 질문을 한 이들은 거의 한국에서 온 특파원뿐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담당 부서에 질문하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한국은 2021년 11월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큰 난리를 겪었지만, 2년 새 요소의 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더 커졌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요소 수입에서 중국 비중은 2021년 83.4%에서 지난해 71.7%로 줄었으나 올해 10월 기준 91.8%로 다시 높아졌다. 결국 한국 정부는 2년 전과 비슷하게 중국에 협조를 요청해야 했다.
요소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20일, 중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 인터뷰 발언이 주목받았다. 윤 대통령은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에서의 규칙에 기반을 둔 해양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러시아, 북한과 보조를 맞추는 것은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매우 민감해하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영국 방문을 앞두고 꺼내 든 것이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다. 어떤 외부 세력도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만 문제 언급에 불쾌감을 밝힌 것이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는 “다른 사람의 말참견을 불허한다”며 거칠게 반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며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중국 역시 한국 정부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며 항의했다. 이때 얼어붙은 한-중 관계는 이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미국과 영국을 방문하면서 대만 문제를 콕 짚어 언급하는 것은 한국이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서구 편에 선다는 선언이고, 중국은 이를 한국이 자신들과 등진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지난해 취임 때부터 ‘친미반중’ 성격을 명확히 해온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 방향을 일관되게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정책을 밀고 나가려면 우리가 중국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없어야 한다. 한·중 양국은 30년 넘게 경제적인 상호 의존도를 높여왔으며, 요소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상해 사전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2년 전 발생했던 문제 해결책 마련에 손 놓고 있었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이 중국의 요소 통제 앞에서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이유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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