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黨 바뀌지 않으면 서울 5석도 어렵다”

박세준 기자 2023. 12. 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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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설명’ 않는 정권에 국민 ‘불만’ 커져
● ‘극우’ 따라가다 ‘매력’ 떨어졌다
● 전선을 낙동강에서 한강으로 옮겨라
● 양당 좌우 극단 집중해 신당 파괴력↑
● 이준석 수습 못 하면 60석 얻을 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조영철 기자]
정치권의 약속은 공허하다.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물론 예외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예외가 되려 한다. 그는 재선의원 시절인 2017년 11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 내용은 간단하다. "한 선거구에서 3선 이상 당선한 사람은 같은 선거구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안은 사라졌지만 하 의원은 발의한 법을 지키려고 나섰다.

그는 2023년 10월 서울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하며 하 의원은 한 선거구(부산 해운대구갑)에서 3선했다. 그가 낸 법안대로 지역구를 내려놓기로 한 것. 같은 해 11월 27일 그가 도전하는 '험지'가 밝혀졌다. 서울 종로구. 정치 1번지라고 하는 곳이다. 종로가 국민의힘에 험지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하 의원의 종로행은 예상 밖이다. 20대와 3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그다. 젊은 층 지지를 바탕으로 2021년 10월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해 2022년 1월에는 게임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서울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 관계자들은 예상 출마지로 마포구를 꼽았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마포구 20~30대 인구 비율은 34%. 종로구(28%)보다 높다.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종로는 같은 당 최재형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이다. 게다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 예상지로도 꼽히던 만큼 험지가 아닌 양지로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하 의원은 "종로는 (최 의원이 당선한) 2022년 3·9 보궐선거를 빼고 세 번에 걸쳐 민주당이 차지한 지역이라 험지이자 격전지"라고 반박했다.

하 의원의 의중이 궁금했다. 그의 말대로 종로구가 격전지라면 당의 지원 없이는 당선이 어렵다. 당내 쓴소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종로로 나서려는 이유는 뭘까.

국정 운영 방향에는 문제가 없다

젊은 층이 많은 지역구로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종로를 택했다.

"종로는 한 석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곳이다. 국민의힘이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누구라도 나서면 좋겠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었으니 내가 나서게 됐다."

그런 것치고는 당내 반발이 크다. 종로 출마와 관련해 당과 상의하지 않았나.

"상의했다. 그 과정에서 종로에 출마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알았고, 결단했다."

당에서는 상의한 바 없다고 하는데.

"부산 해운대구 불출마 관련 상의를 하며 종로 출마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이를 전달받지 못한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승산이 있다고 보나

"해볼 만한 싸움이긴 하나, 지금으로선 약간 불리한 형국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수도권 선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당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당 지지율이 높을수록 유리하고 그렇지 않을수록 불리하다. 현재는 여당과 정부 지지율이 낮은 편이라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리얼미터가 2023년 12월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37.4%. 2023년 1월 40%를 넘은 뒤 계속 30%대에 머물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37.9%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43.7%)보다 낮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

"일단 여당이라 불리한 점은 있다. 정부 지지율이 낮으면 당 지지율도 낮아진다. 지금은 보수정당을 지지하던 유권자들마저 당에 기대를 접고 있다."

국정 운영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방향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소신 있게 잘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설명이 부족하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야당은 이 부분을 계속 문제 삼는다. 당 지도부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쓴소리를 못 했다. 그러니 결국 당이나 정부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 의원은 2023년 10월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및 해병대 제1사단 일병 사망 사고 수사 외압 논란을 언급했다.

"홍범도 장군이 북한과 무관하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다. 해병대 사건 수사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경찰에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했고, 사건을 맡았던 박정훈 대령이 거부하자 보직 해임에 항명으로 입건시켰다. 일부 국민은 이해하겠으나, 대다수 국민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출석 항명 및 상관 명예 훼손 혐의를 받는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이 2023년 9월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정부나 당이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사건들이 극우 지지층을 결집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신 극우 외 보수 지지층을 전부 놓치고 있다. 당에 극우 색채가 칠해져 버리니 그만큼 매력이 떨어졌다."

해결책이 있나.

"혁신위원회가 해결책일 줄 알았다. 실제로 혁신위 출범 초기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나. 당 지도부의 반발로 혁신위가 제 역할을 못 해서 문제였지."

김기현 대표가 사퇴했고, 장제원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분의 결단이면 충분하다. 당이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전선을 낙동강에서 한강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하태경 의원(왼쪽)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동아DB]
비대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전선을 낙동강에서 한강으로 옮겨줬으면 한다. 그동안은 영남만 보고 정치를 해왔다면, 이제는 전국을 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총선에서 필패한다."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도 야당에 비해 불리한 형국이라고 보나.

"이번 선거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여당보다는 야당이 유리하다.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 신당 등의 변수도 있다. 정국을 빠르게 수습하지 못한다면 원내 60석도 어려울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개혁의 딸'이라는 극성 지지층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양대 정당이 모두 양극단만 바라보니 중도라는 중원이 텅 비어버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신당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는 신당 참여 전력이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고, 바른정당은 이후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된다. 양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세운 곳이었지만 2020년 안 의원과 바른정당 계열 정치인들이 탈당하며 분해됐다. 하 의원도 이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 돌아왔다. 신당 창당 후 실패 경험이 있는 그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니 호기심이 동했다.

과거에도 바른미래당 등 다양한 신당이 있었으나 실패로 귀결하지 않았나.

"그때와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당시는 탄핵 상황이라 이전의 주류가 빠르게 힘을 잃었다. 지금은 당내 주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두 번째로 정국이 다르다. 당시는 탄핵 이후라 지난 정권(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남아 있었다. 지금은 대다수 중도층이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그만큼 신당의 파괴력은 크다."

신당이 성공한다면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몇 석이나 얻을까.

"지금도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아니면 당선이 어렵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그는 집무실 책상 서울 지도를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난 총선에서도 강남 3구에서 7석에 용산구까지 8석에 그쳤다.(종로구는 2022년 3월 보궐선거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됐다.) 신당이 생긴다면 송파 지역 2개 지역구는 물론 강남, 서초구에서도 1~2개 지역구는 놓칠 위험이 있다."

이는 서울에서 5석도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신당 창당을 막아야 한다는 것으로 들린다.

"당이 중도 유권자 지향으로 변화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 7월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로 대표직을 내려놓게 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의원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대화에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대표는 이 사건을 두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뒷담화를 할 거면 들키지나 말지,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게 됐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닌가.

"그렇다기엔 (이 전 대표가) 아직 당적을 가지고 있다. 그를 포용할 수 있도록 당과 대통령이 변한다면 신당 창당을 막을 수 있다."

신동아 1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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