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우리종금에 5000억 수혈한 이유
지지부진 증권사 M&A…증권사 전환 초석 분석도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에 대규모 수혈을 마무리했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우리종합금융의 경쟁력 확대를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금융권의 분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종합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PF 역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한 위험흡수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절차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그간 우리금융지주의 최우선 과제였던 증권사M&A가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21일 우리종합금융에 대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 19일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이날 주금납입도 마무리하면서 대규모 수혈 작업을 마무리 한 것이다.
부동산 PF 걸림돌 됐나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이 옥석가리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부동산 PF의 위험흡수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PF는 다른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종합금융의 핵심 사업 분야 중 하나였다. 올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대비 부동산PF 비중은 100%를 넘었다. 이 중 최근 가장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브릿지론 비중이 50%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에 대해 "우리종합금융의 부동산PF 위험도는 자체신용도 A~A+급 증권사에 비해 높은 편"이라면서도 "브릿지론이 대부분 중·후순위인 점을 고려하면 자체신용도 A~A+급 증권사 대비 양적·질적 위험도는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금융당국이 연이어 부동산PF 연착륙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우리금융지주 역시 우리종합금융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실탄을 지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PF와 관련해 '질서있는 연착륙'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초 부실화 우려가 나왔을때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한 것과 비교하면 이제는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보고 있다. 대주단 협약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에는 더이상 유동성 지원을 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는 건당 투자금액이 크기 때문에 하나의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회사에 타격이 크다"라며 "부동산PF를 적지 않게 취급한 만큼 우리종합금융의 손실흡수력 강화를 위해 우리금융지주가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지부진 증권사 M&A, 자체해결 나서나
금융권에선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은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변모시키기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이후 핵심 과제로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외쳐왔다. 이에 그간 캐피탈, 저축은행, 신탁회사 등을 연이어 인수했지만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크게 확장시킬 수 있는 증권사와 보험사에 대한 M&A는 지지부진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이후에는 사실 보험사와 증권사 인수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었다"라며 "보험사의 경우 신 회계제도 도입 등 제도가 바뀌면서 당장 인수하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의 경우 매해 상황이 복잡했는데 현재는 부동산PF 부실화 가능성 때문에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증권사의 업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다 보니 증권사를 인수하기 쉽지 않은 한해가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에 대한 부실화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인수할 만한 매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점쳐지면서 내년도 주식시장이 다시 호황을 맞으면서 증권사 몸값도 높아지는 등 두 요인이 상존, 내년 M&A 시장에 나올 증권사의 몸값 책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증권사는 우리금융지주에 꼭 필요한 계열사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는 그룹 전체 순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순익 규모가 90%를 넘는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장사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비이자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 현재 가장 적합한 금융업종으로는 증권사 만한 것이 없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손만 놓고 시장의 상황을 바라볼 수 없는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변모시키는 작업에 나섰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종금이 이번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서 우리종합금융은 국내 중형 증권사 수준의 자본을 보유하게 됐다"라며 "덩치 면에서는 언제든 증권사로 변모해도 될 정도의 체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최근 우리종금의 본사를 여의도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알려진 만큼 우리금융이 증권사 부재라는 현 상황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가동한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증권사 M&A는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다"라며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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