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과 맏딸 전진 배치, 최태원 SK 회장의 후계구도 밑그림
SK그룹에 1989년생 최연소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최태원 회장의 맏딸 윤정 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 부회장은 그룹 2인자에 올랐다.
최태원(64) SK 회장이 2023년 10월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룹 후계 구도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선 신년 인사에서 최 회장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이어졌다. 지난 12월 7일 발표된 2024년 SK그룹 인사는 이와 관련한 2가지 포인트가 눈길을 끈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60)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선임과 맏딸 윤정(35) 씨의 임원 발탁이다.
"최윤정 본부장, 바이오 관련 경험 많고 업무 성과 뛰어나"
최태원 회장이 '돌연사(sudden death)’를 언급할 만큼 SK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올해 임원 승진 인사 규모도 최근 4년 내 가장 적은 82명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최 회장의 맏딸인 윤정 씨가 포함됐다. 윤정 씨는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에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SK바이오팜은 최 회장이 그룹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한 다음 해인 1993년 신성장동력 마련 차원에서 시작한 신약 개발 회사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다.최 본부장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뇌과학 연구소에서 2년 동안 연구원으로 일하다 하버드대학교 물리화학 연구소, 국내 제약사 인턴을 거쳐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선임매니저(대리급)로 입사했다.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명정보학 석사과정을 밟은 후 2021년 7월 복직했는데, 특히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네 살 연상의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스타트업 사업가와 결혼했으며 아직 자녀는 없다. 윤정 씨의 임원 발탁과 관련해 SK 관계자는 "오너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관련 분야에 경험도 많고 업무 능력도 인정받았다. SK(SK텔레콤)는 과거 윤송이 상무도 29세에 상무로 발탁할 만큼 능력 중심 인사를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그룹 후계 구도와 연결 짓는 것을 경계했다. 최태원 회장이 평소 오너 한 사람의 뜻대로 회사를 운영하기보다 이사회 중심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차녀 민정(33) 씨와 막내아들 인근(29) 씨 역시 그룹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재벌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군에 자원입대해 3년여 간 복무, 화제를 모은 민정 씨는 2017년 해군 중위로 전역한 후 2019년 미국 워싱턴DC의 SK하이닉스 조직인 인트라(INTRA)에 TL(테크니컬 리더·대리급)로 입사했다. 현재는 휴직하고 미국 의료 스타트업 던(Done.)에서 비즈니스 전략 관련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인근 씨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인턴을 거쳐 2020년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 E&S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다. 최근 그는 SK그룹의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진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북미 법인 패스키(PassKey)로 발령받았다.
한편 이들 3남매는 2023년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가사2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5월 15일 민정 씨, 16일 인근 씨, 17일 윤정 씨 순서로 탄원서를 냈는데,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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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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