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명량' 최민식·'한산' 박해일의 이순신, 어떤 이순신이 좋은가요[TEN초점]
'명량' 최민식, '한산' 박해일', '노량' 김윤석
그들이 표현한 이순신, 어떻게 다를까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노량: 죽음의 바다'가 지난 20일 개봉하고 내일부터 주말 관객의 선택을 받을 예정이다. 충무공(忠武公) 이순신을 스크린 위에 구현한 김한민 감독의 3부작은 10여년의 출정을 마치고 이제 닻을 내렸다. 명량대첩을 다룬 '명량'(2014), 한산도 대첩을 담아낸 '한산: 용의 출현'(2022),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 노량 해전을 펼쳐놓은 '노량: 죽음의 바다'(2023)에 이르기까지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건너왔다.
이순신의 기백과 기개, 수장으로서의 인간적 고뇌는 3부작 안에 전부 녹아들어 있다. 독특한 지점은 한 명의 이순신을 세 배우가 연기하면서,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명량'은 배우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은 배우 박해일, '노량: 죽음의 바다'는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을 표현해낸다. 각자 어떤 시기의 이순신을 연기하는지는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인 것은 임진왜란을 겪어내는 장군 이순신이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를 통해 또 다른 이순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최민식, 박해일이 그려낸 이순신은 어떨까.
응축된 분노를 터뜨리다, '명량'(2014) 최민식의 이순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함이 남아있습니다" 1597년(선조 30년) 9월 16일, 조선 수군이 13척의 전선으로 일본군 함대 133척과 맞붙어서 이긴 명량대첩(鳴梁大捷)을 다룬 '명량'의 이순신, 최민식에게는 굳은 절개가 새겨져있다. 통제사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순신을 대신한 원군이 다대포, 칠천량에서 대패하면서 백의종군(白衣從軍)이던 상황에서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가토 기요마사가 바다를 건너올 것'이라는 일본이 흘린 거짓 정보에 속은 조정에서 이순신에게 그를 생포하라고 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백의종군에 처한 것이었다. 다시 복귀한 이순신의 마음은 어떤 심정이었으랴. 원균이 패전하며 막심한 피해를 입은 수군 병력을 다시 복권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적으로 열세한 상황에서 왜군들을 이겨야만 했으니.
이순신으로 분한 최민식은 대쪽 같은 단단함과 절개로 흔들리는 군사들을 바로잡는다.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필사즉생필생즉사, 必死則生必生則死)라며 맹렬한 기세로 몰아붙이는 최민식의 호랑이와 같은 기백은, 역사적 인물 이순신을 납득시키게 만들었다. 특히, 왜군과의 전투 상황에서는 갑옷을 입은 최민식의 단단해 보이는 풍채와 절박한 심정으로 꿋꿋하게 버텨내는 끈질긴 집념을 표현해냈다.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하다,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의 이순신
'한산: 용의 출현'이 그려낸 한산도대첩(閑山島大捷)은 명량대첩보다 5년 전인 1592년(선조 25년) 7월 8일, 조선 수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그 유명한 학익진(鶴翼陣)과 거북선을 이용하며 왜군을 이긴 대첩이다. 영화는 사천해전의 현장에서부터 한산도 대첩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경유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거북선의 설계도를 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치려는 수용력, 자신과 의견이 다른 군사들을 안아주는 포용력, 꿈속에서 셀 수 없는 화살이 날아오며 느낀 두려움이 모두 합일되어 해상전투신이 지루하지 않고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라며 굳은 심지를 표하며 이순신과 그를 적수로 생각하며 대비하는 왜군의 지략가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 두 지략가의 대결은 '한산: 용의 출현'을 다면적으로 읽어내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의 이순신, 박해일은 조용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하는 지략가로서의 담대함이 물씬 들어가 있다. 나긋나긋 울리는 음성 안에 들어찬 뚝심과 기세는 '명량'에서 최민식이 묘사한 이순신의 또다른 면모를 보는 듯 했다.
흔들리는 호롱불 앞에서 고뇌를 반복하고, 같은 진영의 군사들을 집요하게 설득하며, 적진의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는 모습의 이순신은, 박해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년의 나이에도 소년다운 청명함과 특유의 부드러움이 묻어나는 박해일은 이순신 장군의 수양을 많이 쌓은 선비 같은 기질을 표현해냈다. 박해일 역시 "저라는 배우의 기질과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에서 이순신과의 접점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처럼, 기존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이순신과는 또 다른 신선한 느낌을 안겨줬다.
7년 간의 전쟁을 후회로 돌아보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의 이순신
임진왜란-정유재란 7년간의 전쟁을 끝마친 전투이자 이순신이 전사하는 1598년 12월 16일 노량해전(露梁海戰)을 다룬 '노량: 죽음의 바다'의 이순신, 김윤석은 전쟁으로 흘린 피에 대한 후회와 더 이상 전쟁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염원을 묘사해냈다.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급작스럽게 사망하고, 그들에게는 퇴각 명령이 떨어진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와 연합을 맺고 있었고, 명의 진린(정재영)은 왜군들을 그냥 보내주자고 했으나 이순신은 끝까지 추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가운데 왜군 진영의 고니시 유키나가는 연락선만이라도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뇌물을 보냈다. 이에 이순신은 사신을 돌려보냈지만, 진린은 연락선 1척의 통과를 허용했다. 이로 인해 왜군 시마즈 요시히로(백윤식)가 합류하면서 노량해전이 발발했다.
김윤석은 '모두가 끝난 전쟁'이라며 왜군들을 놓아주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순신의 고독함과 쓸쓸함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길고 긴 전쟁으로 인해 자신의 곁을 떠난 아들과 장수들의 넋을 기리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결코 무너지지 않는 굳은 성벽과도 같던 이순신에게서 후회와 통한을 그려낸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이순신으로 분한 김윤석의 얼굴에서 보인 울컥함은 7년간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하다. 무엇보다 열세에 놓인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 북을 치는 장면에서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이라는 인물 안에는 늘 그렇듯, 적을 격파하고 조선군 진영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이 표현한 이순신을 스크린에서 마주하는 건, 영화팬들로서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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