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은 “美가계재무상황 악화에 소비여력 제약 우려”
20~30대 신용카드 연체 증가..저소득층도 우려
저신용기업, 고금리 사모대출 증가도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최근 미국 가계부채 연체율과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제약적 금융 및 신용여건이 상당기간 지속할 경우 가계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소비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21일(현지시간) 맨해튼 사무소에서 ‘2023년 미국경제 동향 및 2024년 전망’ 관련 간담회를 열고 미국 가계부채 현황 및 잠재리스크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장기간 고금리 연향에 따라 모기지 대출부터 신용카드 대출, 자동차 대출 등 소비자들이 감당해야할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올 3분기말 미국의 가계부채 잔액은 17조30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2.6%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상승했지만,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년동기 대비 8.49%에 달했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 3분기 4.76%로 내려왔다.
이는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는 모기지 대출 증가세가 정체된 상황이다. 한때 8%까지 치솟으면서 모기지 대출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다. 반면 신용카드 대출은 8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신용카드 대출은 전분기 대비 480억달러 증가한 1조800억달러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소비활동을 부양했던 팬데믹 지원금이 빠르게 고갈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채 연체율(90일 이상 기준)은 3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말 전체 가계부채 연체율은 1.62%로, 역대 최저치인 지난해 4분기 1.41%보다 높아졌다.
다만 가계대출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한은 뉴욕사무소의 진단이다. 한은은 “가계의 부채부담이 과거 금융위기나 팬데믹 이전보다 크지 않은 데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차입자에 집중돼 있다”면서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모기지 대출은 대부분이 고정금리로 체결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대출자의 상환부담이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또 “가처분소득 대비 모기지 상환 비율과 연체율도 금융위기 당시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가계의 전반적인 채무상환여력은 여전히 양호한 편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계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부채 부담이 소비둔화를 초래할 잠재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대출금리 상승, 학자금대출 상환 재개 등에 따라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특히 젊은 세대 및 저소득층의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 재무상황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카드 대출의 전체 악성 연체(90일 이상 기준) 전환비율이 5.78%인데 반해 20대 전환율은 9.3%, 30대 전환율도 8.25%까지 상승했다. 20~30대 및 저소득층에서의 신규연체자 비중도 크게 증가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한은은 “신용카드, 자동차, 그리고 기타 소비자 대출에 대한 은행의 대출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며 “이러한 긴축적 신용여건은 가계에 심리적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소비자 신용의 수요 감소 및 재정건전성 약화를 초래하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을 추가로 제약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저신용기업, 고금리 사모대출 증가도 우려
아울러 한은은 미국의 저신용 기업들이 고금리 사모 대출을 늘리고 있어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사모대출 규모는 2018년 7300억달러에서 2022년 1조5000억달러로 급성장했는데, 이 가운데 약 70%가 미국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가 둔화하면 채무 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신용 기업 부채의 부실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사모대출의 낮은 규제 수준과 투명성 결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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