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리더십 교체 맞은 전북, 다시 '변화와 혁신의 길' 앞에 섰다

이성필 기자 2023. 12. 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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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현대가 이도현 단장 체제로 전환한다. 팬들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가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 현대가 이도현 단장 체제로 전환한다. 팬들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가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홍콩 키치 원정까지 응원 왔던 전북 현대 팬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조금 (구단 경영을) 안다고 생각하니 떠나게 됐네요."

지난 20일 현대자동차그룹은 2023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총 252명이 승진했다. '세대교체'와 함께 '성과주의'를 앞세웠다는 평가다. 특히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는 인재에 투자한다는 메시지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대대적인 인사는 10년 만의 무관으로 위상이 흔들린 프로축구 전북 현대 모터스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절묘하게도 지난달 부임한 이도현 단장이 구단의 실질적인 총책임을 맡게 됐다. 2019년 11월 부임한 허병길 상근 대표이사는 내주 중반까지 일하고 구단을 떠난다.

허 대표 선임 당시 전북은 '1987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판매추진실장과 지역본부장을 거쳤다'라며 '고객과의 소통,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통상 대표이사는 명예직처럼 두고 단장이 구단 살림살이를 책임졌다. 놀랍게도 수원 삼성이 '옥상옥(屋上屋)'이라며 자리 만들기 논란으로 실패했던 상근 대표이사-상근 단장 체제를 전북이 똑같이 따라 해 성공 가능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래도 허 대표가 전무 신분으로 그룹에서 경험한 경영법을 구단에 제대로 이식해 스포츠 구단 운영을 더 효과적으로 하리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마케팅 전문가라는 타이틀, 상근하면서도 그룹과 소통해 얻어낼 것은 얻는 능력 발휘에도 무게감이 쏠렸기 때문이다.

앞서 오래 구단을 이끌었던 이철근 전 단장이 "필요하면 양재동 본사로 바로 올라간다"라는 배포로 성과물을 꼭 가져왔던 과거의 기억도 한몫을 했다. 또, 축구계를 잘 몰라도 구단을 잘 이끌어 '적어도' 팬들에게 인정받아 박수받고 떠났던 이석명 전 수원 단장이나 김광국 현 울산 현대 대표이사와 같은 사례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붙었다.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허 대표는 합리적인 경영을 앞세웠고 프런트에도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업무 수행을 요구했다. 박지성 어드바이저를 선임해 테크니컬 디렉터로 역할을 맡겼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허 대표는 "적어도 프런트 개개인에게 주어진 업무와 그에 따른 계획적 비용 지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알게 만들고 떠나는 것 같다. 또, 박지성 디렉터를 통해 선수단의 합리적 구성 체계도 잘 구축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다만, 정책 실행 과정에서 프로스포츠의 구성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팬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다. 올해 내내 경기장에서 "허병길 나가!"가 반복해 울려 퍼졌다. 허 대표 인생에서 수천, 수만 명이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비판하는 것은 충격이었을지도 모른다. 억울하거나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허 대표는 말을 아꼈다. 그저 "구단 경영을 조금 알게 되는 것 같은 상황에서 떠나게 됐다. 후임자인 이도현 단장이 잘해주리라 본다. 본사와 소통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라며 압축해 갈음했다.

▲ 박지성 전북 현대 기술 이사는 루마니아 국가대표 출신 단 페트레스쿠 선임 과정을 경험하며 스스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북 현대
▲ 유종의 미를 거두며 어려운 시즌을 끝낸 전북 현대 선수단. ⓒ전북 현대
▲ 전북 현대 이동준. ⓒ전북 현대

허 대표가 떠난 자리에서 두 배 이상의 일을 해야 하는 이 단장은 울산 현대모비스 외국인 통역과 홍보팀장에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또, 정의선 회장이 깊게 신경 쓰는 대한양궁협회 기획실장,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이미 이 단장은 전북에 오기 전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전략과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나왔다. 양궁장으로 활용 예정인 파리 에펠탑 광장 인근 5분 거리에 양궁대표팀이 휴식을 취한 장소도 마련했다고 한다.

이 단장은 10월 30일 전북에 부임해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축구계 인사부터 연고지 전주, 전라북도 인사들을 만나 공부하기에 바빴다. 지난달 29일 키치(홍콩)와의 2023-24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홍콩 원정에도 와서 대회 진행을 지켜봤다. 당시 현장에서 만났던 이 단장은 "정말 일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한 달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갈 길이 먼 이 단장 앞에는 크게 세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K리그1에서는 2년 연속 울산 현대에 내준 우승 타이틀을 가져오는 것이다. 전북 왕조가 열릴 당시에는 선수단이 화려했다. 내실을 다지면서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적재적소 선수 영입이 필수다. 박지성 디렉터, 전력강화팀과 끝없는 소통이 필요하다. 그나마 외국인 선수는 교통 정리, 국내 선수에 공을 들일 여유를 얻었다.

전북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는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재계약 여부를 결정했다. 좋은 선수만 영입하면 된다. 국내 선수는 시간을 갖고 충분히 작업을 하려고 한다. 휴식기지만, 계약이 필요한 선수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최고 팀이라는 위상도 되찾아야 한다. 전북은 ACL에 나가면 상대 구단의 규모를 떠나 여러 방식으로 소통해 왔다. 전북을 배우려고 견학 오는 아시아 구단도 꽤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단절 됐지만, ACL이 ACLE(엘리트)와 ACL2로 확대 개편되면서 자국 리그 이상으로 '아시아'를 지향하는 구단은 훨씬 많아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교류는 당연한 일 중 하나다. 동남아로 묶여 있지만, 조호르 타룰 탁짐(말레이시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키치 등의 목표 설정이

외부의 생각은 어떨까. 익명을 원한 A구단의 B대표는 "전북의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전제로 말하자면, 내년에는 ACLE에 나서도록 체계를 잘 잡았으면 좋겠다. ACL2는 전북의 격에 맞지 않은 느낌이다. 전북이 울산 현대와 더불어 10년 넘게 K리그를 이끌어 왔던 구단 아닌가. 일본, UAE 등 해외 구단들과 교류가 잦았다고 들었다. 그런 교류 채널의 복원도 필요해 보인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C구단의 평직원 D씨는 "전북 직원들을 보면 가슴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구단이 계속 성장해왔으니 그런 것이 보인다. 물론 그만큼 힘들었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검증 받는 과정이 고통의 연속이었다는 소문도 들었었다. 뭐가 됐든 신선했던 전북의 모습이 다시 나오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라북도 내 연고 협업도 더 중요해졌다. 전북은 도내 현대자동차 버스 공장이 있는 것을 활용해 전기 또는 수소 버스로 익산역에서 경기장까지 셔틀버스 운영 시도 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경기를 관전하러 오려는 팬들에 대한 관람 편의 증대 목적이라고 한다. "전북도 수도권 구단이다"라고 외쳤던 최강희 감독(현 산둥 타이산 감독)의 발언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물론 전라북도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전라선을 통해 전주역으로 오는 KTX 등 열차 편보다 익산역에서 광주, 목포 등 호남선으로 가는 열차 편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13일 방콕 유나이티드와의 ACL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익산역 앞 시외버스 환승 정류장이나 터미널에서 전주로 출발하는 버스 승객의 70%는 경기 관람객이었다. 학생 팬들이 많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관중 동원 최상위 구단으로 복귀하기 위한 경험 있는 프런트와 코레일, 관련 지자체, 버스 업계 사이에 대화 등 온갖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ACL 원정 시 구단과 관계하는 외부 기관, 업체 직원들을 직접 현장에 모셔가 환경을 배우게 했던 노력을 다시 시도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로 여겨진다. 이를 통해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구단이 필요할 때는 협조를 얻는 선순환의 기억이 있다. 물론 이들이 순환 보직으로 구단과 관계없는 부서로 이동하면 효과가 반감되는 측면도 있지만, 넓게 보면 구단의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래저래 가는 곳마다 늘 일복이 많았다던 이 단장에게 또 일거리가 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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