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월급 한푼 안 써야 서울서 ‘내집 마련’
지난해 기준 서울에 있는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안쓰고 15년을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직전 년도 같은 조사보다 1년 더 늘어난 것이다.
반면 수도권에 있는 집을 사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9년으로, 직전 년도보다 기간이 줄었다. 이에따라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격차는 4년에서 6년으로 벌어졌다.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비서울’의 주택 가격 격차가 커지며 ‘서울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주거실태조사는 국민 주거생활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주택정책 수립 등에 참고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표본조사다. 올해는 전국 표본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개별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데이터의 중간값 중위수 기준으로 2021년 14.1배에서 지난해 15.2배로 높아졌다. PIR은 월급을 쓰지 않고 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즉 PIR이 14.1배에서 15.2배로 커졌다는 것은 월급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모아서 내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4년에서 15년으로 1년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수도권 전체로는 PIR이 9.3배를 기록해 지난해(10.1배)보다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천의 PIR은 7.1배에서 7.7배로 높아졌지만 경기가 9.9배에서 8.9배로 낮아졌다.
이에따라 서울에서 집살때 걸리는 시간과 수도권에서 집살때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4년에서 5.9년으로 더 벌어졌다.
서울과 전국 평균과의 PIR 차이도 벌어졌다. 전국 평균 PIR는 2021년 6.7배에서 지난해 6.3배로 줄어들었다. 이에따라 서울과 전국 평균과의 격차는 7.4년에서 8.9년으로 확대됐다.
서울과 타지역간 PIR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은 매년 6월 기준으로 조사한 주택가격을 반영해 수치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작년 집값 하락은 하반기 이후 본격화했다.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의 주택 가격이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도 서울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임차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중(RIR·Rent Income Ratio)은 소폭 커졌다. 전국 기준 RIR은 16.0%(중위수 기준)로 전년(15.7%)보다 증가했다. 월 소득의 16%를 임대료로 쓴다는 뜻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권 RIR 역시 17.8%에서 18.3%로 커졌다. 수도권 RIR이 증가한 것은 2019년(20.0%)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인천 RIR은 1년 새 15.9%에서 19.0%로 크게 뛰었고, 경기는 15.6%에서 16.1%로 증가했다. 반면 서울의 RIR은 2020년 21.3%에서 2021년 21.6%로 커졌다가 작년에는 20.9%로 줄었다.
지난해 주택 자가 보유율은 61.3%로 2021년(60.6%)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주택 자가 보유율은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자가 보유율이 54.7%에서 55.8%로 올랐다. 수도권 자가 보유율은 2008년(56.6%)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자가 보유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는 비율(자가 점유율)은 지난해 57.5%로, 직전년도 0.2%포인트 높아졌다.
생애 첫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7.4년으로 전년(7.7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점유 형태는 자가가 57.5%, 임차는 38.8%였다.
집 보유에 대한 욕구는 갈 수록 커지고 있다. 주택보유 의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 중 89.7%가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응답은 1년 새 0.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신혼부부의 경우 내 집을 보유해야한다는 답이 92.0%로 전년(90.7%)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자가보유율은 49.0%에 그쳐 내집 마련 지원 필요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신혼가구 대부분은 아파트(73.3%)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가구 역시 79.2%는 집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지만 자가보유율은 14.7% 그쳐 괴리가 컸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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