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김의성 "분노유발 전문 배우? 이번엔 좀 달라…화내면서도 귀여워하더라" [MD인터뷰](종합)

양유진 기자 2023. 1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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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이번엔 조금 다르단 느낌을 받았다. 관객들이 화를 내면서도 귀여워하더라. '잘한 건가?' 생각 들었다."

국방장관 오국상 역으로 영화 '서울의 봄'에 깊이감을 만든 배우 김의성의 소감이다.

21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만난 김의성은 '분노 유발 전문 배우'라는 평을 두고 "분노 유발이라도 제대로 하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잘해내는 게 좋다"고 웃었다.

영화 '아수라'(2016), '태양은 없다'(1999), '비트'(1997)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흐름을 뒤바꾼 12·12 군사반란에 상상력을 가미했다. 그동안 이 사건을 다룬 TV 드라마는 있었지만 영화는 '서울의 봄'이 처음이다.

권력에 눈 먼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이 중심인 반란군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진압군이 큰 축으로 나뉘어 대립한다. 전두광, 이태신은 각각 전두환 전 대통령,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을 극화한 인물이다.

김의성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총성이 들린 직후 사라졌다 새벽녘에야 등장하는 국방장관 오국상을 연기했다. 책임감이란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오국상은 서울의 안보가 흔들리는 위급한 상황에도 몸을 숨기기 바쁘다.

개봉 이후 만장일치 호평을 끌어내고 있는 '서울의 봄'은 지난 18일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넘기며 천만 돌파를 코앞에 뒀다.

김의성은 "숫자를 입에 담는 건 꺼리는 편이었다. 지금은 산술적으로 확정돼서 배우들과 기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면서 "기쁨도 기쁨인데 두려움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하나. 한국영화가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서울의 봄'은 인기를 끌기 어려운 소재다. 좋은 영화의 기준이 팬데믹을 거치며 높아진 게 아닌가"라고 봤다.

무대인사로 꾸준히 관객과 소통하고 있는 김의성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걸 넘어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느낌이 컸다. 놀라고 감동적이었다"고 돌이켰다. 

"코로나19 이후 꽉 찬 극장에서 무대인사를 해본 경험이 없어 감동적이었다"며 "'한국영화가 다시 살아나는 건가?' 했다. 관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울컥했다. 진짜 영화를 좋아해주는 관객들이 앉아 계셔서 좋았다. 악역과 선역이 분명한 영화다. 악역 배우들은 사과하기 바빴다. 모든 미움은 황정민 배우에게 주시고 전 예뻐해달라고 했다"라고도 했다.

배우 김의성 / 안컴퍼니

김의성이 생각하는 '서울의 봄'의 흥행 요인은 무엇일까. 김의성은 "소위 좋은 편이 나쁜 편에게 지는 이야기다. 영화의 반 정도가 군복 입은 아저씨들이 전화기를 들고 소리 지른다"라며 "결국은 영화를 잘 만들어서 같다. 또 배우들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좋은 연기를 해줬다. 기술적으로도 편집, 음악, 조명, 촬영 다 뛰어났다. 모든 게 관객을 설득하고 움직이지 않았나"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대단한 역할을 한 건 아니지만 일원으로 참여한 영화가 관객이 많이 들어 말로 할 수 없이 기쁘다"고 덧붙인 김의성은 "이 영화가 흥행을 할 거라고 생각 못했다. 업계에서는 좋아해주실 것 같았지만 대중에게도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서울의 봄'을 단체로 관람하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보수단체들은 이 영화가 '학생들을 선동해 왜곡된 역사의식을 심어준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김의성은 "황당하다. 영화를 어느 한 쪽으로 보는 거다. 군사반란이 나쁘다고 하면 옹호하는 게 아닌가. 이 말을 편하게 하는 사회가 이상하다.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을 훼손한 군사반란을 기본으로 해 만든 드라마"라고 밝혔다.

"이미 법정에서 반란죄로 사형까지 선고받은 역사적 사실이 있다"며 "사상의 문제라고 얘기하는 건 우습다. 헛웃음이 나왔다"라고 알린 김의성이었다.

영화 '부산행'(2016)과 이번 '서울의 봄'까지 굵직한 작품에서 주로 악역으로 맹활약해온 김의성은 "제 역할을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 적 없다"고 단언했다.

"사랑하는 역할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좋아하지 않고 어떻게 연기할 수 있겠냐. 악역이라고 하지만 제 안에 이 모습이 있나 없나 계속 들여다본다. 그 정도 악은 있더라. 다른 것으로 악을 누르고 통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의성은 "역할 때문에 이미지가 고정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하더라. 어떤 선배가 이미지 고정은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이미지가 단단하게 고정될수록 누군가가 널 이용해 전혀 다른 역할로 쓸 거라 하셨다"라는 신념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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