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일 개인전 ‘장소 없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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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40년 동안 미싱사로 바쁘게 일했다. 나는 날마다 혼자 집을 지켰는데, 오래된 미싱은 좋은 장난감이었다. TV를 켜면 나오던 AFKN 방송 화면 속 이국적인 장면들과 미싱을 타고 놀던 그 시절 짧은 기억들을 엮어서 만든 것이다. '독수리오형제 헬멧'을 쓰고 척박한 사막을 경주하듯 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오래된 미싱(재봉틀) 손잡이를 붙잡고 혼자 노는 어린아이 모습은 조금 안쓰러웠을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 속 아이는 어느새 멋있는 영화 주인공 모습으로 사막을 쌩쌩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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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일 개인전 ‘장소 없는 장소’
30일까지 이화익갤러리
“어머니는 40년 동안 미싱사로 바쁘게 일했다. 나는 날마다 혼자 집을 지켰는데, 오래된 미싱은 좋은 장난감이었다. TV를 켜면 나오던 AFKN 방송 화면 속 이국적인 장면들과 미싱을 타고 놀던 그 시절 짧은 기억들을 엮어서 만든 것이다. ‘독수리오형제 헬멧’을 쓰고 척박한 사막을 경주하듯 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렇게 탄생했다.”
작가는 본인이 겪은 경험 속에 각인된 기억의 조각들을 캔버스 위에 재구성한다.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놀던 동네가 재개발로 인해 황무지처럼 변한 모습을 봤을 때의 기억,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만화책들이 아무도 모르는 창고 속에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기억들로부터 그의 작품은 시작된다.
이화익갤러리(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67)는 2023년을 마무리하는 전시로 박기일 개인전 ‘장소 없는 장소’를 마련했다. 박기일의 작품은 상상과 현실의 중간단계를 보여주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사로 작용한다. 한 조각 마들렌을 먹으면 기억 속 어디든 갈 수 있는 어느 영화 이야기처럼,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잊고 있었던 한 시절을 소환한다.
작가는 붓 대신 에어브러시를 사용했다. 붓 자국 없이 매우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마치 프린트된 인쇄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어브러시를 쓸 경우 붓으로 칠했을 때보다 물감이 몹시 얇게 묻기 때문에 두께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다. 전시는 30일까지 열린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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