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로 48년 옥살이…간암까지 얻고 이제야 ‘무죄’ 받았다

글린 시먼스./AP 연합뉴스

살인죄를 쓰고 48년 1개월 18일간 옥살이를 한 남성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22살 청년은 70살 노인이 돼서야 마침내 누명을 벗었다.

21일(현지시각)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975년 강도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던 미국인 글린 시먼스(70)가 지난 19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미 국립무죄등록소에 따르면 시먼스의 복역 기간은 미국에서 부당한 판결로 복역한 사례 중 최장 기록이다.

교도소에 있던 시먼스는 지난 7월 보석금으로 석방됐다. 당시 오클라호마 카운티 지방법원은 과거 시먼스의 사건에서 중요한 증거가 변호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를 풀어줬다.

담당 검사는 지난 9월 새로운 재판을 진행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밝혔고, 19일 오클라호마주 에이미 팔룸보 판사는 시먼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팔룸보 판사는 수십년간의 원고, 보고서, 증언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팔룸보 판사는 판결문에서 “법원은 시먼스가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투옥하게 된 범죄가 그가 저지른 게 아니라는 명확하고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판시했다.

글린 시먼스가 무죄를 선언하는 법원 판결문을 읽고 있다./AP연합뉴스

시먼스는 1974년 12월 주류 판매점 점원을 살해한 혐의로 다른 남성 돈 로버츠와 공범으로 지목됐다.1급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두 사람은 1975년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의 나이는 불과 22살이었다. 이후 두사람은 나중에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당시 경찰은 한 목격자의 진술에 의존했다. 목격자는 경찰이 세워놓은 용의자 중 시먼스와 로버츠를 지목했다. 이후 진술을 번복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시먼스는 줄곧 무죄를 호소해왔다. 사건 당시 루이지애나주에 머물렀다고 주장했지만 무시됐다. 루이지애나주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로버츠는 2008년 가석방됐다.

시먼스는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날이 드디어 왔다”며 “드디어, 오늘, 정의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회복력과 끈기에 대한 교훈”이라며 “누구든 당신에게 그 일(무죄판결)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하도록 두지 말라. 왜냐하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시먼스의 변호인 조 노우드는 “그는 자신과 가족을 재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일할 경험도, 능력도 빼앗겼다”며 “그건 그에게서 전부를 빼앗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먼스는 오클라호마주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보상금 최대 17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돈을 손에 쥐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노우드 변호사는 말했다.

시먼스는 최근 간암 4기 진단까지 받아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생계비와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고펀드미’에서 모금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