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방출' 얼마나 한 맺혔으면, 한국 기꺼이 컴백…두산 "기회 줘서 감사하다고"

김민경 기자 2023. 12. 2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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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라모스 ⓒ 곽혜미 기자
▲ 헨리 라모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예전에 한국에서 조금 어떻게 보면, '어' 하다가 시간이 지나갔잖아요. 그런 아쉬움이 있어서인지 기회를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31)와 계약을 추진한 두산 관계자의 말이다. 두산은 21일 라모스와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했다.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조건이다. 보장 금액이 60만 달러고 10만 달러는 라모스가 내년에 구단과 약속한 옵션을 충족해야만 받아 갈 수 있다.

라모스는 지난해 처음 KBO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첫 행선지는 kt 위즈였다. kt는 라모스에게 신규 영입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보장 금액은 75만 달러, 인센티브가 25만 달러였다. kt는 2020년 구단 역대 최초로 MVP를 차지하고 일본프로야구(NPB)로 떠난 거포 멜 로하스 주니어(33)의 향수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라모스라면 외국인 타자 갈증을 충분히 해소해 줄 수 있다고 봤다.

이강철 kt 감독의 깐깐한 눈에도 라모스는 좋은 선수였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동안 라모스의 플레이와 성격,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발사각과 타구 속도가 아주 좋다. 준비를 잘했다. 지금 몸 상태는 팀 야수 중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라모스라는 부상이라는 불운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23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 나섰다가 사구에 오른발을 맞았는데, 병원 검진 결과 새끼발가락이 골절되면서 방출이라는 최악의 결말과 마주했다. kt는 당시 한 달 이상 걸리는 회복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고, 앤서니 알포드를 대체 선수로 발탁해 남은 시즌을 치렀다. 라모스는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0(72타수 18안타), 3홈런, 11타점, OPS 0.721을 기록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라모스는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시즌 도중 메이저리그로 콜업돼 23경기에 나섰다. 성적은 타율 0.243(74타수 18안타), 출루율 0.349, 장타율 0.311, 5타점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기회를 얻은 것으로 만족할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꽤 좋은 성과를 냈다. 76경기, 타율 0.318(280타수 89안타), 13홈런, 55타점, OPS 0.954로 좋은 타격을 펼쳤다. 이 정도 성적이면 메이저리그는 어려워도 트리플A 수준의 팀에서 뛸 기회는 한번 더 노릴 만했다.

두산은 그런 라모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외국인 타자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빠지는 선수를 기다리는 게 시간 낭비라고 판단했고, 한국 경험이 있는 라모스가 자연히 눈에 들어왔다. 기존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30)는 올해 19홈런으로 팀 내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외야 수비가 평균 이하라 활용도가 떨어졌다. 베테랑 포수 양의지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로하스를 지명타자로 고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라모스는 어깨도 강하고 외야수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췄다. 또 스위치히터로 좌우 타석에서 모두 힘 있는 스윙이 가능하니 로하스보다는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헨리 라모스 ⓒ 곽혜미 기자
▲ 헨리 라모스 ⓒ 곽혜미 기자

라모스는 두산의 제안에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에서 부상으로 불명예스럽게 떠난 기억이 선수 나름대로 한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두산 관계자는 "한국에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다시 뛸 기회를 준 것에 정말 감사해하더라. 지금 굉장히 의욕에 차 있고, 한국에 와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보여줬다"고 이야기했다.

라모스는 구단이 10만 달러에 옵션을 꽤 까다롭게 걸었는데도 마다하지 않았다. 두산은 어느 정도 증명이 필요한 외국인 선수에게는 옵션을 크게 거는 편이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90만 달러에 재계약할 때 절반인 45만 달러를 옵션으로 걸었던 게 대표 사례다. 옵션이 큰 걸 선호하는 페르난데스의 성향을 따른 결과긴 했지만, 구단은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옵션을 선호하는 것을 반기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옵션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굉장히 어려운 옵션을 걸어뒀다. 그런데도 라모스가 충분히 따낼 수 있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다. 동기부여가 잘된 것 같다. 지켜봐 달라"고 답하며 웃었다.

라모스가 한국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의욕을 높이 산 것도 맞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기량을 믿었기에 로하스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두산 관계자는 "다들 젊은 선수들 위주로 계약하다 보니까 31살도 많게는 보이지만, 올해 내가 라모스를 2차례 체크했다. 스카우트팀이 체크했을 때는 전성기에 가까운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이 됐다. 또 최근 추세가 외국인 타자를 상대로 왼손 투수를 많이 배치하는 상황이다. 라모스는 양쪽 타석에 설 수 있는 스위치히터라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판단했다. 그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며 라모스가 내년에 좋은 활약을 펼쳐 70만 달러를 꽉 채워 받아 가길 기대했다.

▲ 라울 알칸타라 ⓒ 곽혜미 기자
▲ 브랜든 와델 ⓒ 곽혜미 기자

한편 두산은 라모스와 함께 외국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과 재계약도 매듭지으면서 2024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모두 마쳤다. 알칸타라는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5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브랜든은 총액 113만 달러(계약금 25만 달러, 연봉 75만 달러, 인센티브 13만 달러)에 사인했다.

알칸타라와 브랜든은 구단이 재계약 이외의 선택지를 고민하지 않을 정도로 올해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알칸타라는 31경기에서 13승9패, 192이닝,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이닝 1위, 탈삼진 3위(162개), 다승 4위, 평균자책점 5위에 오르며 KBO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다시 발돋움했다.

브랜든은 부상으로 방출된 딜런 파일을 대신해 2선발 임무를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18경기에서 11승3패, 104⅔이닝, 평균자책점 2.49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5강 진출을 이끌었다. 올해 계약 총액 28만 달러에서 85만 달러가 인상된 금액에 사인할 수 있었던 이유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 계약과 내부 FA 양석환(4+2년 78억원) 계약을 마무리했고, 연봉 협상도 거의 다 마무리했다. 또 다른 내부 FA 홍건희, 그리고 연봉 미계약자와 협상은 내년 1월에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 왼쪽부터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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