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자! 바이크패킹] 자전거에 텐트 침낭 싣고 계족산에 오르다

윤성중 2023. 12. 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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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 르포
먼뜰리바이크패킹 멤버들과 계족산 임도로 바이크패킹을 떠났다
먼뜰리바이크패킹 멤버 4인은 캠핑 경험이 많다. 각자 가진 장비는 가볍고 부피가 작은(패킹했을 때) 것들이다. 1 김현욱씨는 빅아그네스 카퍼스퍼 텐트에서 내피를 빼고 플라이만 사용해 잠자리를 마련했다. 2 황지현씨의 힐레베르그 텐트는 설치가 간편하다. 혼자서도 무리 없이 칠 수 있어 이 제품을 자주 사용한다. 3 엄지수씨의 텐트는 식스문디자인 제품이다. 텐트 상단의 벤틸레이션 덕분인지 결로가 생기지 않았다. 4황두혁씨의 텐트는 빅아그네스 제품이다. 이 텐트 역시 설치가 쉽고 가볍다(최소 850g).

SNS에서 자전거에 짐을 잔뜩 싣고 산에서 달리는 외국인들 영상을 봤다. 멋있었다. 알고리즘 때문인지 얼마 후엔 비슷한 장면을 담은 사진 이미지가 보였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모두 검은 머리였다. 장소는 한국이었다. 강원도 정선 운탄고도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정말 멋있었다. 정확하게 나는 그들이 타고 있던 알록달록한 자전거 프레임에 반했고, 자전거 앞쪽과 뒤쪽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짐가방에 홀렸다. 내가 동경하던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덜컹덜컹" 하루 종일 임도를 달리다가 경치가 멋진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방에서 텐트를 꺼내어 펼친 다음 하룻밤 묵기! 상상만 해도 환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젊은 그들 틈에 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바이크패킹을 해보기로 했다.

황지현씨가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길을 가고 있다.

바이크패킹은 힘들다?

자전거 여행은 분명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아마 자전거가 처음 발명됐던 해부터 사람들은 자전거에 물건을 싣고 멀리까지 갔을 것이다. 바이크패킹이라는 용어가 언제 등장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그 역사를 헤아리기에 수월할 것 같다. 1973년 5월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가 바이크패킹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고 인터넷 여러 사이트에 나와 있다(기사 제목 '알라스카와 캐나다를 횡단하는 자전거 여행'). 당시 책에 실린 여행자들은 붉은색 점프수트를 입고 자전거의 핸들과 뒤쪽에 마찬가지로 붉은색으로 된 커다란 보따리를 잔뜩 매달고 진흙밭을 통과 중이었다. 여행자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이 실린 페이지를 그냥 넘길 수 없었을 텐데, 하지만 제 아무리 이 사진에 반했어도 그중 아주 극소수만이 이 모험가들을 흉내 냈을 것이다. 이 모험가들의 여행은 극히 까다로워 보였을 테니까. 까다로워 보이는 요인 중 하나가 '자전거' 때문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래 보이는데, 그래서 지금 바이크패킹을 즐기는 사람 수는 손에 꼽을 정도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자, 그럼 이번 취재의 준비 과정을 설명해 보겠다.

계족산 임도에서 라이딩 중인 먼뜰리바이크패킹 멤버들.

나는 지금 자전거를 갖고 있지 않다. 오래 전에 로드 바이크를 샀다가 창고 안에 놔두고 타지 않았다. 그래서 팔았다. 자전거에 부착하는 가방도 없고, 가방에 넣을 가벼운 텐트와 식기도구도 없다

(죄다 무겁고 큰 것만 가지고 있다). 자전거를 싣고 대상지까지 갈 자동차도 없다! 없는 것투성이였지만 바이크패킹은 꼭 하고 싶었다.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장비는 빌리면 되니까. 먼저 자전거 회사에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월간산입니다. 이번에 바이크패킹 하려고 하는데요, 자전거를 빌릴 수 있을까요?"

여러 군데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딱 한 군데 업체가 응답했다.

"네, 스페셜라이즈드입니다. 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오후에 다시 전화 드려도 될까요?"

오후에 전화가 왔다.

"전기자전거를 빌려드릴게요. 다음주에 찾으러 오세요!"

다음, 자전거에 부착할 가방 업체에 전화했다.

"네, 오르트립입니다. 아, 빌려드릴 수 있어요. 보내드릴게요!"

엄지수씨의 자전거. 핸들 앞에 달린 가방은 드라이시아나 제품. 내용물이 많이 들어간다고 자랑했다.

며칠 뒤 패니어백(주로 자전거 뒷바퀴 쪽에 다는 가방) 2개와 핸들바팩(핸들 앞쪽에 다는 가방)과 퀵 랙(자전거 뒷바퀴 쪽에 가방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 사무실로 도착했다. 가벼운 텐트는 어떡하지? 고싸머기어에 전화했다.

"2인용 더 투 텐트 있나요?"

사장님이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이거 무게가 얼마나 되죠?"

"텐트 본체만 667g이에요."

나는 만족했다. 가게로 찾아가 텐트를 받아왔다. 마지막으로 자동차를 검색했다. 트렁크에 자전거 3~4대 실을 수 있는 승합차를 찾았지만 거의 없었다. 한 렌터카 업체에서 내가 찾던 11인승 스타렉스를 겨우 발견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다. '휴~!' 나는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바이크패킹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계족산에서 내려와 대청호가 보이는 임도를 달리고 있다.

주말 아침 성수동에 있는 'HBC COFFEE카페'에서 '먼뜰리 바이크패킹Monthly Bikepacking' 클럽 멤버들을 만났다. 김현욱, 황지현씨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지현씨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는데, 그녀는 "짐을 패킹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차에 자전거를 싣고 대전 계족산으로 갔다. 계족산 입구에서 황두혁, 배보영, 엄지수씨를 만났다. 장비들이 대단했다. 나는 차에서 전기자전거를 꺼냈다. 그들이 전기자전거를 보고 "와~!" 감탄했다. 나는 이들의 도움을 얻어 작은 가방 3개에 캠핑장비를 쑤셔 넣고 자전거에 가방을 달았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언덕길을 향해 출발했다.

스키장 슬로프에서 미끄러지는 느낌

황두혁씨가 코스 설명을 했다.

"저 오르막을 올라가면 계족산 임도가 나와요. 여기 처음만 힘들어요. 이것만 지나면 평이합니다. 생각하고 있는 야영지까지 15~20km쯤 될 거예요."

멤버들은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갔다. 나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손쉽게 그들을 지나쳤다.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중 배보영씨에게 말했다.

"제 거랑 바꿔서 타보실래요?"

보영씨는 좋다고 했다. 그의 자전거도 오르막을 오르기에 편했다. 하지만 나는 곧 숨을 헐떡이면서 안장에서 내려왔다. 전기자전거와 달리 힘들었다. 여기 오기 전 나는 자전거를 타고 급경사 오르막을 오를 것이라고 상상하지 않았다. 오늘 잠이 들기 전까지 평평한 길을 유영하듯 갈 줄 알았다. 힘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월간산 기자니까.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을 배경으로 선 황두혁, 김현욱씨.

오르막이 끝날 때 즈음 포장도로가 끝나고 흙길이 나왔다. 황두혁, 배보영, 엄지수씨는 자전거에서 내려와 쉬고 있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었다. 속으로는 '젠장'이라고 속삭였다. 트레일러닝 경주에 나간 기분이었다. 자전거 없이 달리기를 했다면 오르막 중간에 멈춰 서서 쉴 수 있었을 텐데, 자전거를 타니 쉽게 그럴 수 없었다. 자전거가 나에게 "내리지마, 내리지마! 조금만 더, 더!"라면서 붙잡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허벅지가 얼얼했다. 흙길에서 얼마 안 가 내리막이 나왔다. 멤버들은 속도를 높여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도 덩달아 속도를 높였다. 스키장 슬로프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신났다. 그러다가 나는 속도를 줄이지 못해 길 가장자리 도랑에 빠졌다. 우당탕탕 대면서 넘어질 뻔 했다. 누군가 나를 봤는가 싶어 뒤를 살짝 돌아봤는데, 김현욱씨가 웃고 있었다. 나도 따라서 웃었다. 나는 멋쩍어서 외쳤다.

"하하하, 이거 재밌네요!"

황지현씨는 일행 중 가장 뒤쳐졌다. 오르막에서 자전거를 낑낑대면서 끌고 올라왔는데, "도와달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쉬고 있던 배보영씨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제 자전거에는 '쇼바'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쇼바가 없죠?"

배보영씨는 머뭇대면서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였다.

계족산에서 내려와 노지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멋이 없잖아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내 자전거의 두꺼운 앞바퀴 프레임이 뚱뚱하다고 느껴졌다.

엄지수씨는 부산에서 왔다. 자전거를 9년 동안 탔다. 그래서인지 아주 잘 탔다. 자전거를 타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는 중간에 급경사 사면으로 굴러 떨어질 뻔했는데, 익숙한 솜씨로 자전거에서 뛰어내려 위기를 모면했다.

우리는 몇 번의 오르막을 거친 다음 내리막을 조심조심 달렸다. 산에서 내려오니 도로가 나왔다. 한적한 길에 이르러서야 속도를 높여 쌩쌩 달렸다. 내 자전거는 타이어가 두꺼워서 속도가 느렸다.

"어묵 먹고 가시죠!"

배보영씨가 외쳤다. 그의 말에 따라 도롯가에 있던 '어묵차'로 우르르 몰려갔다. 자전거를 벽에 기댔다. 매달린 짐들이 덜컹댔다.

어묵을 먹고 숙박지를 찾아 나섰다. 이리저리 마을을 돌았다. 목을 길게 빼고 적당한 장소를 골랐다.

"아, 여기가 좋을 것 같아요!"

경치가 보이지 않고 잡목으로 우거진 평평한 자리였지만 이들은 좋아했다. 가방에서 텐트를 꺼냈다. 순식간에 캠핑장이 만들어졌다.

"오늘 저녁은 비화식이에요! 각자 알아서 먹으면 됩니다."

황두혁씨가 말했다. 자전거와 텐트 위로 별이 보였다. 자전거 위에서 본 풍경들을 떠올렸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에만 매달기엔 아까운 가방

오르트립 패니어백, 핸들바백

오르트립은 1982년 독일에서 만들어졌다. 브랜드 이름은 창립자 하르트무트 오르트립에서 따왔다. 방수 가방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바이크패킹을 할 때 오르트립 제품은 굉장히 간편하다. 대부분의 자전거 랙에 잘 들어맞고 탈착도 쉽다. 운행할 때 덜렁대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점도 눈에 띈다. 용량도 넉넉하다. 나는 오르트립의 패니어백 2개와 핸들바백 1개에 거의 모든 짐을 넣었다. 배낭으로 치면 용량 30L쯤 되는데, 야영지에서 이것을 들고 왔다갔다하기도 편했다.

작고 가벼운 매트리스

클라이밋 인슐레이티드 스태틱 V 울트라라이트

패킹 용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매트리스를 챙길까 고민했다. 나는 패킹했을 때 주먹만 한 크기로 줄어드는 에어매트리스를 찾아 헤맸다. 클라이밋의 이 매트리스가 알맞았다. 패니어백에 쏙 들어갔다. 무게도 가벼웠다(564g).

결로현상 어떡하지?

월간산 기자들이 쓴 텐트, 고싸머기어 더 투

폴대 대신 트레킹폴을 이용해 세우는 2인용 텐트다. 꽤 넓다. 전실이 두 개 있고 두 명이 들어가 누워도 자리가 남았다. 무게도 굉장히 가볍고(667g), 패킹 부피도 작았다. 하지만 싱글월이라 결로현상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형식 파괴 장르 불문 어드벤처 클럽

먼뜰리바이크패킹

2022년 12월에 첫 바이크패킹을 하고 결성됐다. 이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황두혁씨는 바이크패킹 이벤트가 한국에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쉬워 친구들을 모집해 첫 바이크패킹에 나섰다. 이후, 친구들의 강력하고 계속된 요청에 클럽을 만들었다.

모임이 만들어지고 다른 취미가 정리됐다. 바이크패킹에 더욱 집중하게 됐는데, 시간 날 때마다 좋은 야영지와 재미있는 코스를 찾고 있다. 그는 이 모임을 이용해 사업이나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없다.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친구들을 파티원이라고 부르는데요. 파티원들이 실제로 좋은 브랜드의 제품을 체험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해당 브랜드에게 좋은 홍보 자료와 풍부한 사진 및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모임에는 모험을 즐길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monthly_bikepacking)에 접속해 메시지DM를 보내면 된다.

전기자전거로 임도 라이딩? 매우 편리!

스페셜라이즈드 테로 4.0

산에서 전기자전거를 타는 일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전기자전거는 평평하고 잘 닦인 도로에나 어울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이 고정관념은 쉽게 깨졌다. 스페셜라이즈드 테로TERO 4.0를 끌고 계족산 임도에 오르자마자 내 입에서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와, 이거 진짜 편리하구나!" 테로는 산길에서 놀라운 성능을 보였다. 오르막 중간에 자전거 모드를 '트레일Trail'로 바꿨다. 뒤에서 누군가가 자전거를 밀어 올리는 것 같았다. 스키장의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를 거슬러 오르는 기분과도 흡사했다. 패달에 힘을 살짝 전달해도 테로는 가파른 길을 쭉 쭉 올라갔다. 숨이 차지 않았다. 어떤 오르막에선 속도가 20km/h 가까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적당한 오르막이나 내리막, 평지에서는 '오프 모드'로 움직였다. 이틀동안 약 30km를 달렸고 배터리는 70%정도 남았다. 전기자전거 특성상 일반 투어링 바이크에 비해 무겁다는 점은 아쉽지만 어쨌거나 스페셜라이즈드 테로는 뛰어난 주행 질감과 다재다능함을 앞세워 산악 지형과 바이크패킹에 최적인 장비인 셈이었다. 한편으론 이 편리함 때문에 다른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나만 힘들이지 않고 여행했으니).

스페셜라이즈드 테로 4.0. 전기자전거다. 오르막 산길에서 아주 유용했다.

테로 작동 방법

1 ‌아래쪽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누른다.

2 ‌'+' '-' 버튼을 이용해 필요한 모드를 선택한다. 모드는 오프(동력 차단), 에코(배터리 절약), 트레일(오르막), 터보(최대 출력)으로 나눠져있다.

3 ‌트레일 경사도에 따라 기어를 변속한다.

4 안장 높이를 신체 사이즈에 맞게 조정한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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