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와 재혼해 미국 시민권 딴 父, 한국 사는 딸 상속은 [더 머니이스트-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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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A씨는 B씨와 혼인해 딸 C를 두었습니다.
A씨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 상가 건물을 상속재산으로 남겼습니다.
따라서 만약 사망한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자녀 중 한 사람에게 모두 유증한다는 유언을 남겼다면, 유증을 받지 못한 상속인 입장에서는 한국법이 적용돼야만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A씨가 한국에 부동산을 남긴 채 사망한 경우 그 부동산에 관한 상속에 대해서는 부동산 소재지인 대한민국 법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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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권자가 유언했더라도…한국 부동산은 유류분청구 가능
생전 증여한 경우에는 유류분청구 못해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될지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할지는 달라
사업가 A씨는 B씨와 혼인해 딸 C를 두었습니다. A씨는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다니던 교회에서 알게 된 이혼녀 X씨와 내연관계를 맺어 아들 Y를 두게 됐습니다.
이후 A씨는 B씨와 이혼하고 X씨와 재혼했습니다. 그리고 X씨, Y를 데리고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여 살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국적은 포기했습니다. A씨는 미국에서도 큰 돈을 벌어서 뉴욕에 상가 건물을 소유하기까지 했습니다.
A씨는 2020년 2월께 사망했습니다. A씨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 상가 건물을 상속재산으로 남겼습니다. 사망하기 1년 전에 자신이 소유한 모든 재산을 재혼한 아내인 X씨에게 준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한국에 남겨진 남겨진 A씨의 딸 C는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태생은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국적을 포기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한국에 부동산 등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미국 시민권자가 사망하면 미국법과 한국법 중 어느 나라 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질까요?
이는 준거법(governing law)의 문제라고 합니다. 미국의 상속법과 한국의 상속법은 다릅니다. 준거법이 어디냐의 문제는 상속인들 간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예컨대 뉴욕주를 비롯한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유류분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한국에는 유류분제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사망한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자녀 중 한 사람에게 모두 유증한다는 유언을 남겼다면, 유증을 받지 못한 상속인 입장에서는 한국법이 적용돼야만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국제사법에 따르면 상속의 준거법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을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국 시민권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미국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처럼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 경우에 그 외국의 법에 의하여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어야 할 때에는 대한민국 법에 따라야 합니다(국제사법 제9조 제1항). 이것을 ‘반정’이라고 합니다.
미국 국제사법의 일반원칙에 해당하는 Restatement(second) of Conflict of Laws에 따르면, 유언이 없는 부동산 상속에 관해서는 토지의 소재지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고(§236), 유언에 의한 부동산의 처분도 토지의 소재지 법이 적용된다고 하고 있습니다(§239). 리스테이트먼트는 주법이 아니라 미국법률가협회가 발행하는 모델법전이라서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지만, 매우 강한 권위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집니다. 그래서 각 주에서도 리스테이트먼트에 기초하여 주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A씨가 한국에 부동산을 남긴 채 사망한 경우 그 부동산에 관한 상속에 대해서는 부동산 소재지인 대한민국 법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유증을 받지 못한 상속인 C는 한국법에 따라 X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C는 어느 나라 법원에다가 유류분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할까요? 부동산이 소재하고 있고 유류분제도가 존재하는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준거법과 구별되는 ‘국제재판관할’의 문제입니다. 준거법은 위에서 본 것처럼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것이냐의 문제이고, 국제재판관할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서도 미국법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서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자녀 중 한명에게 ‘생전에 증여’하고 사망하자 증여를 받지 못한 다른 상속인이 증여를 받은 상속인을 상대로 한국법에 따라 유류분반환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상속에 관해서는 피상속인의 본국법인 미국 뉴욕주법에 따라야 하는데 리스테이트먼트와 뉴욕주 상속법(New York Estates, Powers and Trusts Law §3-5.1)에서는 유언에 의한 상속과 무유언상속의 경우에만 부동산 소재지법에 따른다고 되어 있고, 생전증여한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반정이 일어나지 않고 원칙에 따라 미국 뉴욕주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뉴욕주법에는 유류분제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하여 기각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8. 9. 7. 선고 2018나2005889 판결). 즉 한국 법원이 미국 뉴욕주법에 따라서 판결을 한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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