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우 "딸 떠나는 아빠 역,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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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장애인 배우들에게 계속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죠. 안 됐다는 마음도 들고 그들에게 다가갈 방법도 몰랐는데 자주 보니 소통도 편해지고 저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정태우(41)는 1988년 아역으로 데뷔해 30여년간 다수의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한 배우다.
장애인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공연이 처음이라 장애인 배우와 소통하는 일부터 어색하게 느껴졌다.
극 중 던 역할에는 시각장애인 배우 이근하가 출연하며, 숲속에 사는 푸른 나비는 저신장 배우 김범진과 김유남이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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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배우·비장애인 배우 함께하는 공연…"스스로 사랑하라는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처음에는 장애인 배우들에게 계속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죠. 안 됐다는 마음도 들고 그들에게 다가갈 방법도 몰랐는데 자주 보니 소통도 편해지고 저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정태우(41)는 1988년 아역으로 데뷔해 30여년간 다수의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한 배우다. 1996년 뮤지컬 '피터팬'에 출연한 뒤로 꾸준히 뮤지컬 무대도 경험한 베테랑이다.
그런 그에게도 뮤지컬 '푸른 나비의 숲' 출연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장애인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공연이 처음이라 장애인 배우와 소통하는 일부터 어색하게 느껴졌다. 배리어프리 공연에서 무대 위를 움직이는 수어 통역사와 동선을 맞추는 일도 걱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태우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대에서 모든 출연진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자 그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21일 공연장인 서울 모두예술극장에서 만난 정태우는 "연습하다 무대 위에서 배우와 수어 통역사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는데 아름다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배리어프리 공연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작품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차가 반파되는 사고를 당한 그는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12일 운전 도중 도로에 멈춰 선 트럭을 피하려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혼자 차를 몰고 있었고 본인도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정태우는 "사건 당일 멀쩡하게 연습실에 나타나니 동료들이 다들 놀랐다"며 "이렇게 멀쩡하게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것이 하늘의 도움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푸른 나비의 숲'은 소리로 세상을 보는 소년 던과 나비 모양의 큰 귀를 가진 소녀 써니가 자신을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준다는 마법의 샘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린다.
정태우는 작품에서 써니의 아빠로 출연한다. 딸의 장애를 사라지게 만들기 위해 마법의 샘물을 찾아 숲속으로 떠나지만, 샘물을 구하는 데 실패하자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는 인물이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복잡한 속내를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실제 두 아들의 아버지인 그는 본인의 상황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생각하니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분명해졌다.
그는 "아버지는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서지만, 마음속 두려움과 나약함을 이기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며 인물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 초고에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그냥 떠나버린 아빠로 그려지고 싶지는 않았기에 연출과 의논해 아빠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야기하는 대목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배우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속내를 터놓고 가까워지는 시간도 가졌다. 결국 같은 배우로 무대에 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극 중 던 역할에는 시각장애인 배우 이근하가 출연하며, 숲속에 사는 푸른 나비는 저신장 배우 김범진과 김유남이 연기한다.
장애인 배우들에 관해 그는 "밝고 책임감 강한 모습에 놀랐다"며 "그동안 장애인 배우들과 교집합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들을 때면 반성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뮤지컬을 관람한 관객도 공연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넉넉함이 생길 것이라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야 한다는 작품의 메시지가 뭉클함을 안긴다고 했다.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연말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작품입니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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