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원히 간직할 '위시', 100주년 맞은 디즈니의 선물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소원엔 힘이 있다. 온 마음을 다한 염원이 지닌 순수함은 삶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한다. 소원을 빌 때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곤 했던 이들을 위한 디즈니의 선물, 영화 '위시'(감독 크리스 벅·폰 비라선손)다.

영화는 소원이 이뤄지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에 사는 소녀 아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늘 동경해온 매그니피코 왕의 견습생이 되기 위해 로사스 성을 찾아갔다가 왕의 숨겨진 계획을 알게 된다. 충격에 휩싸인 아샤는 하늘에서 내려온 별, 염소 친구 발렌티노와 함께 로사스 왕국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소원'이란 테마는 디즈니의 오랜 화두였다. '인어공주'의 에리얼은 바다 위 세상을 꿈꿨고 '알라딘'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있었으며, 제페토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길 별똥별을 보며 기도했다. '위시'는 디즈니가 지난 100년간 선보였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소원'을 이야기의 한가운데로 끌어왔다.

매그니피코 왕은 '위시'의 유일한 빌런으로, 왕국 국민들의 소원을 지켜주고 이뤄주면서 존경받지만 내면엔 비뚤어진 탐욕을 숨기고 있다. 이같은 비밀을 알게 된 아샤는 매그니피코 왕에 맞서 싸우고, 사람들에게 각자의 소원을 일깨워준다. 이처럼 '위시'는 꿈을 이루는 기적은 초월적인 존재의 힘에 의한 게 아니라 자신의 믿음에 달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스로의 꿈을 알아야 행동할 수 있고, 행동하면 꿈에 가까워진다고 말이다.

알록달록한 영상미엔 디즈니의 섬세하고 다정한 감성이 한껏 담겼다. 햇빛 아래 눈부신 왕국의 풍광을 시작으로 아샤의 속눈썹, 주근깨 한 알, 보랏빛 원피스까지 화려한 색감으로 구현했다. 동화책을 넘겨보는 듯 밝고 낭만적인 정서는 '위시'가 담은 순수를 말하기에 더없이 좋다.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라인에도 집중할 수 있는 건 OST 덕이다. 주인공 아샤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의 청량한 음색이 귀에 오래 남는다. 지난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아니타 역을 맡았던 그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뭉클함을 더한다. 아샤 곁을 지키는 별, 염소 친구 발렌티노 역시 깜찍한 매력으로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별을 향해 소원을 빌어본 기억이 있다면 '위시'의 몇몇 장면에선 뜻밖의 눈물이 터질지도 모른다. 무한한 꿈으로 넘쳤던 과거나 어릴 때 본 디즈니 작품들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더 이상 하늘을 보지 않는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디즈니 팬들을 다독이는 '위시'의 응원이 마지막까지 따뜻하다. 영화는 오는 2024년 1월3일 개봉한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