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뜨면 주가 오른다?

김지영 2023. 12.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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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두 달 동안 20%↑…한국앤컴퍼니·현대엘리베이터 '약세 전환'
단기 상승 가능성 있지만 장기적으론 '글쎄'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상장사들의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깃이 된 기업들의 주가 역시 변동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로 인해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었다며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작년보다 주주행동주의 대상기업과 안건의 수가 크게 늘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대상 국내 상장사는 작년 37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50개로 확대됐으며 작년 142개에 그쳤던 안건 수는 상반기 기준으로 195건으로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집안 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성공 여부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한국앤컴퍼니]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은 하반기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티어 등기이사 사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 냈고, 경영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정상화,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이달 초 KT&G를 상대로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해 차기 시장 후보 검증 시간을 갖고 외부에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도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됐다.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의 실질적 기업가치와 현 기업가치 간 격차가 약 250억 달러(한화 33조원)에 달한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영국계 행동주의펀드인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지난달 삼성물산에 주당 배당금을 전년(2300원)보다 95.65% 오른 4500원까지 상향하고 내년까지 주주가치 제고 정책 목적으로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계 행동주의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삼성물산에 명확한 자본 분배 계획을 도입하라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시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포진된 삼성물산 최대 주주 특수관계인 우호 지분(33.93%)을 움직여 주주 중심의 주가 부양책을 펼치라는 골자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도 가세해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MBK파트너스는 매수 단가를 기존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과 손잡고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내년 초까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총회 실시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2023년 주주총회 시즌에 있었던 행동주의 캠페인들도 대다수 2022년 12월에서 2023년 1월 사이에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상장사를 타깃으로 삼으면 주가가 대체로 반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보통 대상기업에 대한 시장의 저평가 상태를 이용해 단기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되면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이나 매입, 배당 확대 등에 속도를 내니 개인 투자자들도 행동주의 펀드를 반긴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선언하자 상한가로 직행해 한동안 주가를 유지했다. 삼성물산 또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으로 박스권을 벗어나 두 달 동안 20% 가까운 상승세을 보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도 KCGI운용의 움직임으로 한때 8.8%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에 대상이 된 기업의 주가가 단기적으론 오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성과가 유지되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최대주주의 우호세력들이 주식을 추가 매집하면서 공개매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으며, 현대엘리베이터도 주가 급등 뒤 약세로 전환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행동주의 전략 실행은 초기 단계에선 코스피 지수 대비 양호한 수익률 흐름을 보이지만, 20~40거래일이 경과될 경우 상대적인 주가 상승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기업가치 제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주주제안이 이뤄진 이후 제안의 주요 내용들이 정기주총에서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거나 채택되더라도 부결됐기 때문"이라며 "주주행동주의 펀드에 의한 주주제안과 관련 활동들이 단기적으로만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지나치게 단기 업적에 치중하고 경영권 불안을 야기해 기업에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적극적인 주주제안이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제안된 것인지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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