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부부는 친족 아냐' 아내 성폭행 혐의 법정 선 50대 최후는?

[사건의 재구성]검찰, 친족에 의한 성폭행 적용…징역 5년 구형
법원, 별거 부부 친족 범위 포함 안돼…강간미수죄로 징역 1년 6월 선고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지난 5월, A씨(54)는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됐다. 들킨 아내는 집을 나갔다. 며칠 뒤, 아내는 아이들을 데려가겠다며 집을 찾았다. 이혼 소장을 낸 날이었다. A씨는 아내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가 다투면 112에 신고하라고 일러뒀다.

잠시 뒤, 방안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은 112에 신고했다.

A씨는 4개월 동안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은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에게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를 적용하고 징역 5년을 구형했다.

A씨는 재판에서 아내가 불륜 증거를 없애려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을 뿐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가 아닌 형법상 강간미수죄로 처벌했다.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는 7년 이상으로 무겁게 처벌한다.

법원은 왜 범행의 고의를 인정하면서도 처벌이 더욱 가벼운 강간죄를 적용했을까.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별거 중이어서 친족관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4항은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ㆍ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친족관계의 성범죄에 대한 가중 처벌 규정은 특별한 신뢰관계를 해치고 친족 구성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이라면서 "혼인관계의 파탄 등으로 동거하지 않는 경우 가중처벌 규정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공소사실 자체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동거하는 사이가 아니고 별거 중이라고 돼 있다.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피해자의 진술이나 신고 경위, 경찰이 발견할 당시 피해자의 모습 등을 보면 피고인이 강간의 고의로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강간미수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피해자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고 피해자가 허위 신고했다는 등으로 피해자 탓을 하고 있어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면서 "범행이 미수에 그치고, 이혼 소송 사건의 조정이 성립돼 이혼하게 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추가적인 합의 기회 부여를 위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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