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KTX세종역 당위성 차고 넘친다

최태영 기자 2023. 12. 22.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용 대비 편익 '1.06', 역대 가장 높아
명분 집착 국가교통망 잘못된 선례 그만
대전 북부권 수요 등 설치 당위성은 충분
최태영 세종취재본부장

KTX 세종역은 지난 2013년 '국토부 검토' 얘기가 나온 이후 지역의 뜨거운 감자다. 충북, 정확히는 청주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 선거 때마다 여야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약으로 수립할 만큼 주요 현안이기도 하다. 최민호 세종시장도 지난해 지방선거 때 '세종역의 국가계획 반영'을 약속한 바 있다.

최근 세종역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겁다. 시가 세종역 설치에 대한 연구용역을 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1.06으로 나왔다. B/C가 '1' 언저리만 나와도 타당성이 상당히 높은데, 1을 넘었다. 이마저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수요)을 제외한 결과다. 사업 추진을 위한 중대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사실 세종역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세종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해찬 의원이 국토교통위에 배정되면서 2016년 국정감사때 도마 위에 올라 추진이 가속화됐다. 이해찬 의원은 오송에서 세종까지 '택시비'가 'KTX 요금'보다 더 비싸다는 문제를 지적했고, 오송역 위축 주장 역시 오송과 세종역간 (역)교차 정차(Skip stop)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강영일 국가철도공단(옛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검토 후 국토부와 협의를 하겠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세종역 신설 방지 TF까지 구성한 청주의 조직적인 방해로 이 사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세종역 이슈가 지역 중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그동안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에선 세종역 신설을 위해 예타 면제 사업 선정 등 지속 추진해 왔다.

오송역은 역 설치 및 분기역 선정 과정에서 핌피와 정무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기간 교통망이 이상하게 변형될 수 있다는 최악의 사례로 꼽히곤 한다. 배후도시인 대전의 북부권 수요를 놓쳤고, 천안아산역 분기 대비 선형도 동쪽으로 치우치게 만들었다. 그에 따른 소요시간 증가 및 요금도 인상되고, 공주시 수요까지 놓친데다 세종 접근성도 떨어졌다. 이마저도 이미 지난 얘기다.

이제 논란의 핵심은 아무리 오송역이 세종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해도, 오송역이 과연 유일한 선택지로서 최대한의 효율성이 보장되는지에 있다. 사실 오송역은 과거 조치원역의 대체역으로 청주나 옛 연기군 편입지역인 조치원에서나 적합한 역이지, 절대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적합한 역이 아니라는 게 교통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한편으론 세종의 위상 약화를 오송역 유치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것 역시 선후 관계가 잘못된 건 분명하다. 그에 못지 않게 타 지역 교통 체계까지 참견하는 청주 입장도 옳지 않다.

이젠 역 건립을 위한 교통 수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세종시, 특히 행정도시의 KTX 이용수요 문제는 단순 출퇴근이 아니라 출장 등 수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실 공무원 및 기관 종사자 거의 대부분은 통계에 안 잡힐 뿐, 홀로 오피스텔을 얻어서라도 많이 내려왔다. 정부부처간 화상회의로 해결한다 해도, 수도권의 수많은 연구기관, 언론사, 기업 등과의 회의, 정부기관 외 각 출연기관에까지 화상회의를 구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는 관련 종사자들이 100% 세종으로 이주했다고 해도 지금처럼 오송역이 엉뚱한 위치에 있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미 충북도에 의해 오송역 이용객의 70% 이상이 세종 방면 이용객으로 집계된 마당에 어떤 반론이 있을까 싶다. 세종역은 세종 뿐 아니라 역을 이용하기 어려운 대전 북부권(노은지구 등) 인구까지 배후로 삼을 수 있으니 수요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될 것이다.

그 대안은 앞서 언급한 역 교차 정차 방식이 될 수 있다. 세종에 정차할 경우 오송역과 남공주역은 그냥 지나치는 식이다. 열차 편성 조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시간, 비용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경부고속선을 천안-세종-대전으로 선형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오송역보다 세종역 직접 정차 이용이 더 낫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설득력이 크다.

국가기간망 사업을 명분에만 집착해 추진할 순 없다. 비용 대비 편익의 실질적 검증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때다. 세종역 당위성은 이제 차고 넘친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