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이정후 "타격폼 안 바꾸고 못 쳤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스포티비뉴스=박진영 영상기자] "만약 내가 타격폼을 안 바꾸고 못 했어도 나한테 이렇게까지 했을까?" '1483억 빅리거' 이정후가 타격폼을 회귀한 이유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마침내 슈퍼스타의 거취가 확정됐다. 이정후는 프로 데뷔 7년 만에 1억 1300만 달러(약 1483억 원)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이 거액은 팀 내 연봉 1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정후의 기록과 미래 가능성이 샌프란시스코가 과감한 투자를 하게끔 만들었다. 이정후는 2017년 1차 지명으로 넥센히어로즈(현 키움) 유니폼을 입음과 동시에 KBO리그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144경기에 나서 179안타 볼넷 60개 타율 0.324 OPS 0.812를 기록하며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인이 데뷔 첫 해에 전 경기에 출전한 건 이정후 단 한 명. 리그의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이정후의 활약이 남달랐던 만큼 그를 지켜보는 시선도 남달랐다. 바람의 아들이라 불리는 야구 천재 '이종범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더 조심해야 했고 더 잘해야만 했던 이정후. 내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다던 그는 굳건하게 스스로를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지난해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무려 9.23이다. 팀에 9승을 더 안겼다는 뜻이다. 데뷔 시즌부터 기록은 3.66-3.75-4.88-5.56-6.73-9.23-3.70이다. 꾸준히 크게 기여했다.
상이란 상은 다 쓸어 담았다. 5년 연속 골든글러브, 2년 연속 타격왕, 2022시즌 MVP 등 해를 거듭하며 정점을 찍었다. 수많은 타이틀 중 특별한 것은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MVP'.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대기록이다. 부친 이종범(전 LG트윈스 코치)은 1994년 해태타이거즈 시절 타율 1위(0.393)와 MVP를 차지한 바 있다. 28년 뒤 이정후도 2022년 타율 1위(0.349)와 MVP를 거머 쥐며 진기한 기록을 세웠다. 이 부자는 24세에 한국 야구를 평정하고 해외 무대에 도전한 공통점도 있다.
정점을 찍은 이정후는 변화에도 과감했다. KBO리그를 평정했던 자신의 타격폼을 2023년 전격 수정했다.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대비하고자 함이었다. 천재의 파격 변화에 쏠린 날카로운 관심이 무거웠던 것일까. 시즌 초 1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이정후 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부진이 길어졌고 이정후는 결국 타격폼 회귀를 선택했다. 본래의 모습을 찾은 이정후는 타율 0.318 출루율 0.406 장타율 0.455를 기록하며 정상급 기량을 자랑했다. 8월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지 않았다면 더 좋은 기록을 세웠을 이정후다.
스포티비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가진 이정후는 이에 대해 당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타격폼 변경이 너무 메이저리그 진출 대비로 포커스가 맞춰졌다. 그런데 올해 내가 뛰는 건 KBO리그이고, 올해는 정말 더 잘하고 싶었다. 원래 타격폼으로도 물론 더 잘 할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 번은 변화를 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시기를 계속 놓쳤다. 이번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2022년 정점을 찍었으니 폼을 바꿔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고, 잘 될 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WBC 때까지만 해도 잘 됐었다. 그런데 KBO리그 정규 시즌에서 조금씩 안 맞았을 때, 그 때는 나도 멘탈이 흔들렸던 것 같다. 자꾸 잘 안 맞으니까. 그래서 사실 이런 생각도 했다. '타격폼을 안 바꾸고 못 쳤으면? 그래도 나한테 이렇게까지 했을까?' 그래서 그 때 또 생각을 했다. '아 그러면 내가 치던 대로 쳐보자. 그렇게 했는데도 안 되면 진짜 내가 못하는 거고, 치던 대로 쳤는데 잘 맞으면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내 메커니즘이 맞는 거니까 나에 대한 확신이 더 생기는 거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거고 이를 통해 좋은 것도 많이 배웠기 때문에." 이 시간은 이정후가 자신에 대한 확신을 더 키우는 시간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정말 많이 미안했다. 팀 성적이 안 좋은데 나까지 성적이 안 좋으니까. '내 자신이 잘해야 팀이 강해진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팀을 위해 잘하고 야구선수로서 야구를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인데."라며 키움히어로즈에 미안함도 깊이 내비쳤다. 이정후의 팀플레이 정신에 대한 깊이를 엿볼 수 있었다.
'메이저리거' 이정후에게 키움히어로즈는 '은인'이다.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소속 구단의 허가가 필요한 제도인데, 키움은 7년간 팀에 큰 활약을 안긴 이정후의 빅리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에 이정후는 "중학생 때 이후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거야'라는 꿈을 꿔보지 못했다. 그런데 잊고 지냈던 그 꿈을 우리 구단이 다시 꾸게 해줬다. 나에겐 정말 은인 같은 곳이다."라며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한껏 표했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엄청 마르고 특출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스스로만 말도 안 되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난 프로 가면 잘할 거야'라는. 그런 모습을 좋게 봤는지 키움에서 나를 1차 지명했다. 당시 유격수였는데 입스가 있었다. 그런데 구단에서 이걸 빨리 고치려고 나를 내야 수비에 가둬두는 게 아니라 '너의 장점은 타격이니까 타격에 더 신경을 써라'라고 말하면서 장점을 살려줬다. 그리고 포지션도 외야로 바꿔줬다. 중요한 건 아마추어 선수들이 꿈꾸는 게 프로 유니폼 입는 건데, 키움이 그 기회를 나한테 준거다. 그렇게 1차 목표를 키움에서 이뤘다. 2차 목표는 좋은 선수가 되는 거였다. 이 또한 구단 코칭 스텝과 좋은 선배를 만나 이루게 됐다."라고 덧붙이며 키움을 향한 애정을 깊이 드러냈다.
이정후는 자신의 강점으로 '무덤덤한 성격'을 꼽았다. "잘못하고 실수해도 깊게 파고 들어가지 않는다. 야구가 다행히 좋은 게 네 번을 못 쳐도, 다섯 번째 타석에 만회할 기회가 또 온다. 이미 한 거는 한 거고 앞으로 해야 할 것에 신경을 쓴다."라고 말하며 강한 멘탈을 자랑했다.
이정후의 강철 멘탈은 프로 데뷔 전부터 돋보였다. 그는 신인 드래프트 직후 휘문고 시절 더그아웃 매거진 인터뷰에서 '10년 후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갔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이정후는 "기억난다. 사실 막 지른 것 같다. 프로에 지명된 지 얼마 된 시기라 자신감이 충만했다. 당시 바로 대답은 못했지만 '메이저리거 이정후'가 되겠다고 답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7년 만에 이루게 된 이정후. "지금부터 10년 후에도 메이저리거로 활약하고 있어야 한다."라며 당차게 포부를 내세웠다.
당당함 속 심금을 울렸던 이정후의 말. "프로라는 세계는 진짜 냉정하고 힘든 무대다. 성적 때문에도 스트레스 받아야 하고 상대팀 분석도 하면서 공부도 엄청 많이 해야 한다. 게다가 시즌이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바로 내년 시즌 준비를 해야 한다. 정말 하루하루 경쟁 속에 살아야 하고 성적으로만 평가받는 삶이다. 선수 생활하는 동안 계속 이렇게 살아가게 될 거다."
"그런 느낌은 선수 생활로 족할 것 같다. 발목 다치고 쉬면서 '나는 나중에 뭘 해야 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야구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다. 프로 구단에서의 코치나 감독, 프런트 등 좋고 높은 위치 보다 재단 이사장이 되고 싶다."라며 제 2의 삶을 계획한 이정후. "물론 나중에 바뀔 수도 있다"라며 재치도 놓치지 않았다.
이정후는 다소 말이 많은 스타일이다. 본인을 키움에서 '개그 TOP'으로 꼽으며 "말 많이 해서 뭐라도 하나 걸려라!" 하는 타입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와의 '어바웃타임' 인터뷰에서 이정후표 개그가 심심치 않게 자주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받은 스포트라이트로 미디어 노출이 잦았기에 자연스레 형성된 성격이 아닐까 추측된다.
1시간 30분 긴 인터뷰에 정성스레 답한 이정후. 타석마다 다른 폼으로 상대했지만 삼진 3개로 물러났던 이야기, 야구 천재 이정후를 축구계에 빼앗길 뻔한 이야기, 구체적인 이상형 등 유쾌하게 털어놨다.
이정후는 길었던 인터뷰를 마치고 '사인볼 이벤트'에 사용될 키움 로고볼에 정성껏 사인했다. 24일까지 진행되는 이정후의 사인볼 이벤트는 스포티비뉴스의 스포타임 유튜브 채널 '이정후 어바웃타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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