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계약-FA, 2번의 124억 기념 촬영이 끝나고...'오지환 꼼수'는 사라진다

김용 2023. 12. 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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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과 김인석 사장의 FA 기념촬영. 사진제공=LG 트윈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사라지는 '오지환 꼼수'

위법은 아닌 편법이었다. 어떻게 보면, 제도의 허점을 잘 파고든 영리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어찌됐든 계속될 제도라면 허점은 다듬어져야 한다. 일명 '오지환 꼼수'에 대한 얘기다.

LG 트윈스는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달성, 많은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그 중심에는 '캡틴' 오지환이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3개의 결정적 홈런을 몰아치며 MVP가 됐다. 어린 나이부터 인기팀의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받았지만, 기대만큼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설에 더 자주 오르내렸던 선수. 하지만 성숙한 경기력과 리더십으로 최고의 반전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감동을 살짝 깨뜨리는 일이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발생했다. 오지환이 뜬금없이 FA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4년 전, LG와 첫 FA 계약을 체결했기에 또 FA가 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지환은 올해 초 LG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고 세상에 알렸다. 6년 총액 124억원이라는 엄청난 계약에 합의하고, 김인석 사장과 기념 사진까지 찍었다.

1월 19일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김인석 사장과 오지환. 사진제공=LG 트윈스

그랬던 선수가 왜 갑자기 FA를 신청했을까. 갑자기 부활한 2차드래프트 때문이었다. 25인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해야 하는데,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자동 제외였다. 한 선수라도 더 보호하기 위한 LG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실제 LG는 비FA 다년계약 사실을 발표했지만, 실제 계약서를 만들지도 않았고 KBO에 제출하지도 않았다. 다른 구단들은 몰랐는데, 그 발표가 일종의 '쇼' 역할을 한 것이다. 오지환의 몸값이 더 폭등하기 전에, LG가 일찌감치 선수를 가둬놓은 셈이 됐다.

규정 위반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구단들 입장에서는 LG가 얄미울 수 있는 일이었다. 좋은 선수가 많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당연히 이해하지만, 그렇게 당당히 계약 사실을 발표하고 보호선수 1명을 지키기 위해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갑자기 판을 뒤집는다면 이를 좋게 볼 사람은 거의 없다.

유격수 FA를 잡아야 했던 구단이라면, 오지환이 충분히 탐나는 선수였을텐데 LG의 비FA 다년계약 발표에 당연히 그를 영입리스트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큰 몸값 선수를 데려오려면 일찍부터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다.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샐러리캡 제도가 도입되며 그런 준비 과정이 더욱 치밀해졌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계약서 작성은 하지 않았었다, 사실 오지환은 FA 신청을 해도 된다라고 알게 되면 어떤 팀이 갑자기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단 말인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 LG가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이 이름이 호명되자 환호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13/

결국 LG는 21일 오지환과 '진짜' FA 계약을 맺었다. 약 1년 전 발표한 것과 같이 6년 124억원 조건이었다. 오지환은 김 사장과 또 사진을 찍었다. 오지환도 손해볼 선택이 아니었다. FA를 2번 한 게 됐다. 그 다음 3번째 FA가 되면 무조건 C등급이다. 이번에 FA를 하지 않고 6년을 보낸 후 FA가 됐으면 B등급이다. 영원한 LG맨임을 선언했지만, 다음 FA에서 B등급이 되느냐 C등급이냐는 선수에 매우 민감한 문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른 구단들의 볼멘소리가 분명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KBO도 자존심이 상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비FA 다년계약 제도의 허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본지를 방문한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 염경엽 감독, 차명석 단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2.11/

최근 열린 10개 구단 단장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반대할 수 있는 단장은 아무도 없었다.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를 그냥 두면 분명 비슷하게 악용하는 사례가 또 나올 게 뻔했다.

취재 결과, KBO도 곧 이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발표 때 확인할 수 있겠지만, 해답은 누가 봐도 하나다.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그 계약 기간 안에는 FA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년수로는 FA를 할 수 있었도, 자격을 유보하는 식이 될 게 유력하다. 비FA 다년계약 체결 선수와 구단은 이제 계약서도 곧바로 제출해야 할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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