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출, 어디서 볼까? 해돋이 맛집 섬 12
일출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그곳이 섬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른 새벽부터 깨어 있어야 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날씨가 너무 좋아도 안 되고, 태양 빛이 너무 강해도 곤란하다. 그래서 모아 봤다. 벅찬 감동으로 맞이했던 12개 섬의 일출 장면들. 좋은 기운으로 한 해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았다. 한 달 한 달, 진심으로 이어 가는 우리네 삶을 위하여.
①개머리언덕 위 인생 일출
굴업도
굴업도 개머리언덕은 백패커들의 성지로 통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해안절벽 위에서의 하룻밤,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개머리언덕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해가 지고 12시간 후면 같은 자리에서 일출도 볼 수 있다. 새벽녘, 잠에서 깨었다면 텐트 밖으로 뛰쳐나가 볼 것. 황홀한 인생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굴업도의 아침을 밝히는 그 섬의 이름은 문갑도다.
②장막을 뚫고 솟아난 태양
금당도
금당도 세포전망대를 잊을 수 없다. 침낭과 비비색만으로 하룻밤을 보냈다. 잠이 깰 때마다 얼굴 위로 쏟아지는 별빛, 그것은 찬란한 아침을 위한 전주곡이었다. 오만가지 색으로 한껏 부풀게 했던 새벽하늘은 수평선 위로 두꺼운 구름 떼를 집결시켰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려던 그 순간, 장막을 뚫고 용감한 태양이 솟아났다.
③순례길의 화룡점정
대기점도
12사도 순례길은 약 12km, 넉넉잡고 걸어도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있는 '베드로의 집'은 순례길의 시작점이자 일출 포인트다. 물론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그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베드로의 집과 대기점도는 곡선과 직선이 어우러져 곱게 뻗어난 시멘트 도로로 연결돼 있다. 일출 컷에 함께 담으면 근사한 그림이 완성된다.
④선착장 너머로 솟아난 아침
대마도
일본의 대마도가 아니다. 진도군 조도면, 우리가 잘 아는 관매도 부근에도 대마도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평화롭기만 할 것 같은 섬의 곳곳에는 기발한 풍광이 숨겨져 있다. 이 섬의 선착장은 다른 섬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아침 풍광만큼은 대단히 아름답다. 건너편 하조도의 섬 능선을 발갛게 물들이며 진행되는 해돋이, 정갈한 방파제와 정박 중인 작은 어선들도 피사체로 손색없다.
⑤흑산도의 장엄한 아침 해
대장도
흑산도의 부속 섬인 대장도가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2005년 국내 세 번째로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면서부터다. 해발 180m의 분지에는 멸종위기의 수달과 매 등 800여 생물이 산다. 대장도 선착장과 장도습지홍보관 옥상은 일출에 특화된 포토존이다. 대장도의 일출은 장엄하다. 해가 오르는 그곳이 바로 흑산도 능선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바다로 나선 고깃배들도 아침 정서에 한몫한다.
⑥야생의 초지에서 보는 일출
맹골도
맹골도 해안절벽 위 초지는 그야말로 야생 그대로다. 그곳에 텐트를 치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혹시나 하늘과 바다의 신비로운 조화를 놓쳐버릴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맹골도의 아침은 늘 경이롭게 다가온다. 어둠이 색을 입고 세상이 되어 가는 순간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바다 건너 밤새 해를 품었다가 꺼내 놓는 작은 섬은 무인도 몽덕도다.
⑦섬으로 밀려든 신비한 기운
사도
여객선에서 바라보면 사도는 해수면과 거의 일치할 정도로 납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여수에서 작은 여객선을 타야 입도할 수 있었지만, 이웃 섬 낭도까지 육로로 이어진 이후에는 접근이 훨씬 편해졌다. 사도 선착장 역시 아침이 신비롭다. 해가 떠오르기 전의 붉은 기운은 고깃배가 정박돼 있는 둥그런 피항장까지 밀려든다. 일출은 건너 섬, 추도에서부터 시작된다.
⑧하루의 끝과 시작
왕등도
위도 8경(위도가 자랑하는 8가지 비경) 중에는 '왕등 낙조'가 있다. 왕등도 너머로 지는 해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래서 위도 사람들에게 왕등도는 하루의 끝을 상징한다. 그러나 반대로 왕등도에서 바라보면 위도는 일출 포인트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섬이 된다. 특히 해 뜨기 전 선착장 부근에 나가면 위도 너머로 펼쳐지는 신비한 빛의 조화가 일품이다.
⑨좋다는 말밖에는
수치도
수치도는 신안 비금면에 속해 있으며 새우 양식이 활발한 섬이다. 수치도의 아침은 참으로 신선했다. 바닷가에 설영을 하고 하룻밤을 보냈음에도 텐트는 결로조차 없었으니까. 안좌도 너머 여단의 고운 빛이 하늘을 물들였을 땐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발갛게 물들어 가는 청정한 동쪽 하늘, 귀하디 귀한 환상적인 시야다.
⑩섬 주민의 붉은빛 아침
신의도
상태도와 하태도, 두 개의 섬은 간척사업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었고 첫 글자를 따서 상하태도가 되었다. 행정구역은 신의면, 주민들은 편의상 신의도라고 부른다. 동리선착장은 신의도의 관문이다. 해가 뜨고 얼마 후, 도선 한 척이 선착장으로 들어선다. 도선에는 부속 섬 고사도와 평사도의 주민들이 타고 있다. 뭍으로 나가기 위한 낙도 주민들의 아침은 그렇게 밝아 온다.
⑪제주라니 좋잖아요
제주 우도(비양도)
제주에는 2곳의 비양도가 있다. 하나는 한림 앞바다에, 또 하나는 섬 속의 섬 우도가 품고 있다. 우도와 작은 다리로 연륙된 비양도는 백패커들의 로망이다. 배낭을 짊어지고 제주공항을 빠져나온 이들의 여정에는 우도 속 비양도가 들어 있다. 비양도 연평리 야영지는 일출 명소다. 밤새 수평선을 밝히던 고깃배들이 사라질 즈음, 판타스틱한 일출 쇼가 시작된다.
⑫핑크빛 비포 선라이즈
추자도
추자도에서는 핑크빛 '비포 선라이즈'를 감상할 수 있다. 상추자 대서리 마을 뒤쪽에 있는 봉골레산의 높이는 불과 85m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침 일찍 산 정상에 오르면 해 뜨기 전 하루를 예열하는 추자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로 진출하는 고깃배와 돈대산 너머로 용출하는 일출까지,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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