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해는 CEO들에 '갑진'한해가 되길...
[아이뉴스24 이규진 기자] 정통사극 ‘고려 거란 전쟁’이 인기다. 유목민족의 대규모 침공에 맞서 정주민족인 고려인들이 어떻게 이들을 물리쳤는지 대하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를 돌파한 이 역사극은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공개돼 MZ세대까지 흡인하고 있다.
‘여요전쟁’으로도 불리는 거란의 세차례 침입 중 1018년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낙성대라는 지명의 연원이 강 장군의 출생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그는 유명한 구국의 영웅이다. 하지만, 이보다 8년 전인 1010년 거란왕인 성종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온 2차 침공 당시 거란군 40만 대군에 맞서 끝까지 흥화진(평안북도 의주군)을 지켜낸 양규 장군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양 장군은 고려 현종이 개경을 포기하고 몽진할 정도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1700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야음을 틈타 성벽을 넘어 6000명의 거란군이 점령한 정주성(평안북도 곽산군)을 탈환한다. 이후 김숙홍 장군과 더불어 게릴라전을 펼치며 거란군 후방을 교란하는 동시에 포로로 잡힌 수많은 백성들을 구출한다.
고려사는 말한다. “양규는 고립된 군사들과 한달 동안 모두 일곱 번 싸워 죽인 적군이 매우 많았고, 포로가 되었던 3만여구(口)를 되찾았으며, 노획한 낙타·말·병장기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었다”고.
퇴각하는 거란군을 공격해 백성들을 구출하다 결국 거란 성종의 본대와 맞닥뜨린 양규, 김숙홍 두 장수는 최후의 결전을 감행하다 장렬히 전사해 ‘역사의 별’이 됐다. 2차 침공 패배로 군사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은 요는 이후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는 게 후대 사가들의 평가다.
기실 중국 대륙의 여러 민족들이 수도 없이 한반도를 침략했다. 때로는 여몽전쟁이나 병자호란처럼 한민족이 무릎을 꿇어야 했던 오욕의 역사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중국과 한국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극복해야할 과제였다.
지금 물리적 충돌은 없다. 그러나, 국경없는 전쟁이라는 산업, 무역 전선에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흑묘백묘론’을 앞세워 급속도로 산업화에 매진한 중국이 반도체·자동차· 철강·조선·석유화학 등등 분야에서 한국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선 업종은 올 한해 중국 조선업과 글로벌 수주 선두자리를 뺏고 뺏기며 일진일퇴 중이다. 중국의 반도체 추격은 몽골 기병의 속도만큼 빠르다. 다행히 미국 정부가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봉쇄정책을 취한 덕에 한국 기업들은 한숨을 돌리긴 했다. 그러나, 반도체·전기차·2차전지와 같은 첨단산업에서 한국을 추월하려 달려드는 중국 기업들의 기세는 맹렬하다.
역사는 전쟁의 영웅들을 기억하고 추앙한다. 국가든, 기업이든, 어떤 조직이든 지도자, 즉 리더의 판단과 역량이 판세를 좌우한다. 여요 2차 전쟁에서 불세출의 맹장이었던 양규, 3차 전쟁에서 지략과 영도력으로 대승을 거둔 강감찬 등을 기리는 건 당시는 물론 먼 훗날인 지금도 장수(리더)를 중심으로 강한 단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산업 전쟁에서 장수는 최고경영자(CEO)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유능한 CEO들이 임직원과 한국 사회의 든든한 지지와 정서적 후원을 받으며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한국 기업들이 이긴다.
2023년 계묘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대한민국이 올 한해 글로벌 산업 전쟁에서, 좁게는 한중 전투에서 얼마나 잘 싸웠는지 산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할 때다.
아울러 우리 공동체와 국민 개개인은 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는 물론 CEO들을 소중히 여기며, 힘을 실어줬는지도 한번쯤 자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많은 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승계·환경·노동 문제에서 일부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그들을 폄하하고, 배척하고, 단죄하려고만 들지 않았는지 말이다.
지혜로운 민족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는다. 2024년 갑진년이 경제의 엔진인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고, 마음껏 전장을 누빌 수 있게 해주는 ‘갑진’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규진 기자(sky9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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