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여의도 사투리 아닌 5천만 화법'…정치문법 새로 쓸까

한상희 기자 2023. 12. 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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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300명이 사용하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다. 저는 5000만 국민의 화법을 쓰겠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장관의 언어는 표현이 신선하고 말에 품격이 있다"며 "상당히 매력을 끌 수 있는 화법을 갖고 있어 좀더 정치적 언어로 숙성시킨다면 상당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화법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한 장관의 화법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20일 국회를 다시 찾은 한 장관은 이례적으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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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화법 주목…전략적 모호성 띠는 정치권 언어와 차별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직격탄 등 지나친 공격성 우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2.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여의도에서 300명이 사용하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다. 저는 5000만 국민의 화법을 쓰겠다."

지난달 21일 대전을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남긴 말이다. 기존의 정치 문법을 탈피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젠 장관직을 내려놓고 총선까지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이끌게 되면서 한 장관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한 장관의 가장 큰 매력은 참신함이다. 기존 여의도 문법에 싫증난 이들에게 한 장관의 언행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직설적인 화법은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 화법'이나 이도 저도 아닌 '전략적 모호성 화법' 등 기성 정치권의 언어를 구태로 만들었다.

상대 공격을 받아칠 때 몰아치는 화법은 보수층엔 통쾌함을 선사한다. 한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거취를 묻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지난달 24일에는 '암컷' 발언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작년 11월에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자 "장관직을 포함해서 앞으로 맡을 어떤 공직이라고 걸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김 의원에게 "의원님은 뭘 걸겠나"라고 반문했다.

언변도 유려하다.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다". 지난 19일 한 장관을 향해 '정치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응수한 것으로,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 장관은 이 과정에서 중국 근대문학의 대문호 루쉰의 소설 '고향'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장관의 언어는 표현이 신선하고 말에 품격이 있다"며 "상당히 매력을 끌 수 있는 화법을 갖고 있어 좀더 정치적 언어로 숙성시킨다면 상당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화법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논리적 말솜씨와 함께 반듯한 매너, 단정한 자기 관리, 세련된 스타일도 인기 요인이다. 한 장관의 팬카페인 '위드후니' 회원 수는 1만5000명을 돌파했고, 디씨인사이드 한동훈 갤러리에는 21일 30여 건의 글이 올라왔다.

다만 화법에 대한 시선에는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한다. 한 장관 특유의 화법이 노회한 기성 정치권과 전혀 다른 신선함으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한다는 평도 있지만, 당초 의도와는 거리가 먼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빙빙 안 돌리고 직설적으로 파고드는 화법이 젊은층에 신선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며 "기성 정치인들은 두루뭉술하고 다의적인 표현을 하는데 이 사람은 그냥 직선적으로 치고들어오기에 카타르시스를 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화법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20일 국회를 다시 찾은 한 장관은 이례적으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자들이 종일 따라붙어도 "제가 어제(19일)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대답을 피해갔다. 한 장관은 "제가 마음이 독해져가지고 처음에는 부담이 돼서 이야기해줬는데 이젠 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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