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작은학교를 향한 '부러운 시선들'
폐교 직전 민, 관, 학이 모여 전남농산어촌유학 사업 추진
5년 이상 유학할 수 있는 '장기유학'으로 정주형 정착
서울, 부산, 울산, 경기, 강원, 베트남 등 각지에서 학생들 몰려
유학비 지원, 1500만원 빈집 수리해 무상 제공, 일자리 연계
유학파 부모들, '스스파' 축제 등 군청 공모사업 도전해 지역 활성화 도모
지역주민, 학교, 군청, 주민자치회 등 소통위한 '코디네이터 제도' 등 개선점으로
▶ 글 싣는 순서 |
① 강원도형 농어촌유학 현주소 ②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1 -'자구책'으로 전국에 입소문 탄 양양 현북초 ③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2 -강원도내서 '가장 많은' 유학생 유치한 영월 옥동초 ④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3 -"졸업까지 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꿈 된 농어촌유학 ⑤ 기적을 일궈낸 해남 땅끝마을 '북일초등학교' ⑥ 도시 아이들에게 제2의고향 만들어줄 '농어촌유학' 성공의 길 |
"농어촌 유학, 지금이 마지막 기회"
"농어촌유학은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업이고 더 이상 할 수도 없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전라남도 땅끝 작은 시골마을에 자리한 북일초등학교. 지난해 개교 100년이 된 역사 깊은 학교다. 하지만 이 학교 역시 인구 감소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민, 관, 학이 머리를 함께 맞대고 회생책을 모색했다. 학교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해법으로 '전남 농산어촌유학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타 지자체와의 차별화 부분은 '장기 유학'이다.
6개월에서 1년동안 잠깐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농촌유학이 아니라 5년 이상 머물 수 있다. 때문에 장기 농산어촌유학을 5년간 마치고 인근 중학교에 입학해 부모님들이 해남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정주형 유학이 실행되고 있다.
현재 북일초등학교는 2021년 22명이었던 전교생 수가 2022년에는 58명, 지금 현재는 50명까지 증가했다. 서울, 부산, 울산, 경기, 강원, 베트남 등 각지에서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 지역은 '지속 가능한 장기 농산어촌 유학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작은학교의 규모를 맞추기 위해는 최소 전교생이 60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22년 40명, 23년 50명, 24년 55명, 25년 60명 등 5개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북일초등학교로 유학을 오면 한 가구당 1곳의 빈집을 1500만원의 수리비를 들여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역 내 빈집 전수 조사와 활용가능 여부 판단을 위해 해남군과 정책 연계를 하고 LH와 장기 플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기 위해 인근 13개 초등학교와 8개 중학교와 지속적인 연계활동도 하고 있다.
마을, 학부모가 함께 일구는 땅끝 마을 기적
북일초등학교로 유학온 '유학파' 부모들의 적극적인 활동도 특징이다.
북일초로 이사온 학부모들이 청년공동체를 만들고 해남군의 공모사업에 지원해 사업비 600만원을마련, 지난 9월에는 기획부터 진행까지 '스스파(school student party)'축제를 열었다. 북일초 학생과 병설유치원의 원아, 옆 학교의 두륜중학교 학생과 선생님, 마을 주민들 등 100여명이 모이는 큰 잔치로 100인분의 음식을 학부모들이 만들고 북일초 출신의 '한입좌' 유튜버 황태정씨가 출연해 '한입 먹기' 대결을 하기도 했다.
북일초 학교주변에는 학원이 없다. 최소 30분 이상 차를 타고 시내를 나가야 학원을 다닐 수 있다. 때문에 교과 과목 보충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내년에는 '흔한엄마'라는 주제로 부모님들이 해남군 공모사업에 지원, 전교생이 이용할 수 있는 공부방을 열어 국어, 영어, 수학 등 다양한 교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3학년 신주원 학생의 엄마는 "지난해 파주에서 해남으로 전학을 왔고 큰 아이는 이곳을 졸업해 옆 두륜중학교에 입학했다. 해남은 제2의 고향이다. 부모님들이 함께 축제를 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논길을 걸어 등교하는 게 행복하고 사춘기도 무난하게 넘기게 됐다. 자연과 이웃들의 덕분이다"고 말했다.
학부모 차진혜 씨는 "흔한엄마 사업은 학원이 없는 북일초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장소를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농촌유학을 왔다고 해서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있고 탄탄한 수준의 학습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북일초등학교의 교과과목 외 '작은학교 특색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월 1회 학급별 생일 파티를 열어 축하노래를 불러주고 선물을 전달하는 '개인 일상 챙겨주기' 행사와 지난 10월~11월 매주 수요일 8회에 걸쳐 진행된 '엄마의 간식' 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계절의 변화를 탐색하는 활동으로 봄에는 딸기 수확, 여름 물놀이, 가을 바나나 수확, 겨울 눈썰매 체험을 한다. 글로벌 인재 육성 교육의 일환으로 외국어 교육, 영어캠프, 에듀테크 기반의 창의 융합 교육, 독서인문 교육, 기초 학력 책임 지도 프로그램, 독도는 우리땅 홍보 캠페인, 문화예술교육도 진행한다.
전국의 농어촌유학 선도학교로 주목받고 있는 북일초등학교 역시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농어촌 유학 활성화 위해 학교, 지역, 기관 소통 창구 강화 모색
우선 기존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도 시급하다는 게 학교와 학부모, 지역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산 범위나 규정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담당자 인사도 있어 각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유해야되는 경우 학교와 군청, 주민자치회 이 세 기관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주를 돕는 일자리 제공, 함께 사는 문화 확산,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학교 운영 시스템 구축 등도 보다 강화해 운영될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을용 해남군 북일초등학교 교장은 "작은 학교 학생 유치 정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을 해야한다. 그러려면 도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 지역의 기관, 단체 등이 충분한 소통과 긍정적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군청, 면사무소, 자치회 그리고 학교는 작은학교 살리기(농산어촌 유학사업) 정책에 적극 공감하고 협력하며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또한 아이들의 성장 기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존중, 소통, 공감을 중심으로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이 10년, 20년 후에도 자기 관리,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주도성을 가질 수 있도록 특색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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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진유정 기자 jyj85@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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