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 달에 4번 꼴인데…전통시장 곳곳엔 화재 위험

이영민 2023. 12.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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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극심해지면서 전통시장엔 화재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위험한 전기 사용과 부족한 안전의식 때문에 매년 전통시장 화재가 잇따르는데, 여전히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더 큰 화재가 발생하기 전 겨울철 온열기구 사용 등에 대한 예방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전통시장에는 화재에 취약한 노후 전기시설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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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화재 원인 절반이 `전기`
문어발식 콘센트·노후 전선 사용 곳곳서 목격
도로 위 물건 때문에 소방차 진입 제한돼
"개선 의지 높은 곳은 화재 예방 지원 늘려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한파가 극심해지면서 전통시장엔 화재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위험한 전기 사용과 부족한 안전의식 때문에 매년 전통시장 화재가 잇따르는데, 여전히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더 큰 화재가 발생하기 전 겨울철 온열기구 사용 등에 대한 예방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점포에서 온열기 2대가 문어발식 콘센트에 연결돼 작동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19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전통시장에는 화재에 취약한 노후 전기시설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의 전봇대에는 입구부터 시장 끝까지 이어진 청사초롱에 연결된 전선 수십 개가 거미줄처럼 매달려 있었다. 시장 건물 외벽에는 환풍기와 실외기, 냉장고 등 각종 기계에 달린 노후 전선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피복이 얇고 전기 용량이 적어서 화재에 취약한 비닐전선뿐 아니라 고무테이프로 절단면을 엉성하게 마감한 전선도 발견됐다.

위험한 전기 사용사례도 다수 관찰됐다. 이날 종로구 광장시장에는 문어발식 콘센트로 난방기계를 사용하는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다. 문어발 배선은 과전류로 인한 전기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 시장에서 17년째 영업 중인 김모(63)씨는 “한 달 전쯤에도 빈대떡 가게에 달린 전구에서 스파크가 튀어서 불이 났다”며 “그날은 오전에 불이 나서 금방 보고 껐는데 밤에 그랬으면 큰일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전통시장 화재예방사업 실효성 강화 방안’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전통시장 화재는 254건이었다. 매달 4번씩 시장에서 불이 난 셈이다. 특히 화재 원인은 약 절반(47.4%)이 전기적 요인이었다. 실제 지난 2017년 소래포구 어시장의 대형 화재도 전기 누전이 원인으로 지목됐고, 같은 해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의 한 골목 벽면에 낡은 규격전선과 비닐전선이 뒤엉켜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화재 피해를 줄일 소방시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불길을 빠르게 잡으려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가게에서 진열한 상품과 불법 주·정차 차량, 길에 놓인 각종 기계 때문에 시장 안쪽 골목은 소방차 폭(2.0m~2.5m)보다 좁았다. 화재 비상벨도 길에 쌓인 상품과 가구에 가려서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동대문구에 사는 곽건(23)씨는 “여기 종종 오는데 대피로 안내나 소화기를 보지 못했다”며 “기름을 쓰는 곳이 많으니까 경각심을 갖고 안전시설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온 홍명하(29)씨는 기자가 손으로 대피로 안내와 비상벨을 가리키기 전까지 화재 안전시설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홍씨는 “불이 나면 길이 좁아서 대피하지 못할 것 같다”며 “길부터 확보하고, 바닥에도 비상구를 안내해줘야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편의시설만큼 전통시장 내 안전설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자체와 상인회가 차단기와 노후 전선을 교체하고, 시장 통로에서의 노점을 제한해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매년 화재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화재예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각 시장과 점포에 시설 관리 의무를 우선 부여하되 개선 의지가 높은 곳은 지자체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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