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 속 증액’ 밀실 예산…교육·국방 깎고 원전·지역화폐 회생

반기웅·이창준 기자 2023. 12.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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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56.6조’ 본회의 통과
정부 원안에서 3000억 줄어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융자 공급규모 1800억 확대 등 지원 늘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656조6000억원 규모의 2024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21일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2024년 예산(656조6000억원)은 정부 예산안 원안(656조9000억원)에서 3000억원 줄었다. 큰 틀에서 정부안을 유지하는 ‘감액 속 증액’ 기조에 맞춰 국회는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4조2000억원을 깎고 다른 사업 예산 3조9000억원을 늘려 총 예산을 확정했다. 올해도 거대 양당이 비공식 회의에서 예산을 늘리고 줄이는 밀실 협의 관행은 반복됐다.

2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656조6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당초 총지출이 656조9000억원인 2024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3000억원을 감액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4조2000억원이 감액됐지만, 원자력 발전 관련 사업(+1815억원)과 연구·개발(R&D, +6000억원), 새만금사업(+3000억원), 지역사랑상품권(+3000억원) 예산 등이 늘면서 최종 총지출 감소액은 3000억원에 그쳤다.

주요 증액 내역을 보면 취약차주의 대출이자 감면 지원을 위한 예산 3000억원을 늘렸다.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인상분을 한시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2520억원 증액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올해 종료 예정이던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은 690억원을 증액해 1년 연장한다. 대중교통비 환급지원 사업(K-Pass)을 조기 시행(7월→5월)하고 환급요건도 월 21회에서 15회 이상으로 완화한다. 예산 269억원을 늘려 2013년 이후 동결됐던 장애인연금 부가급여를 1만원 인상한다. 중장애인 근로자의 출퇴근 비용 지원 한도도 월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인상돼 관련 예산이 늘었다. 저소득 노인 대상 무릎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대상을 1000명 늘리고, 기초·차상위·한부모 양육가정에 대한 분유·기저귀 지원 단가도 월 1만원(분유 월 8만→9만원, 기저귀 월 10만→11만원) 인상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도 늘린다.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융자 공급 규모를 1800억원 확대해 기존 피해 주택 매입 지원(5000호)을 포함, 피해자 대부분이 매입 또는 융자를 통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 교통 개선을 위해 서울 4·7·9호선과 김포 골드라인에 전동차를 추가로 편성(서울 +8, 김포 +5)하고, 광역버스도 일 91회 증차한다.

농어업 분야에서는 171억원의 예산을 늘려 면세유 인상분과 농사용 전기료 인상분 일부를 한시 지원한다. 아울러 공급망 차질 우려가 있는 무기질 비료 지원 예산도 288억원 늘렸다. 대폭 삭감됐던 R&D와 새만금 관련 예산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늘어났다.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은 민주당 요구액(7053억원)의 절반가량인 3000억원이 편성됐다.

감액은 국방과 교육 분야에 집중됐다. 공군 차세대 전투기(F-X) 2차 사업과 관련해 2300억원이 감액됐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예산도 500억원 줄었다. 유도무기 전력화 장비 후속지원 사업에서 315억원,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에서 200억원 감소하는 등 방산 예산이 큰 폭으로 줄었다. 병영생활관 관련 예산도 225억원이 줄어들었다. 교육 분야에서는 교부금 예산이 5456억원 줄었다.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관련 예산이 2625억원 감액됐다. 국토·교통 분야에서는 교통시설 특별회계 관련 예산 감액(-1661억원) 규모가 특히 컸다.

반기웅·이창준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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