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귤·모기로 만든 오브제…'레진男' 헤로키[인터뷰]
헤로키의 장난스러운 오브제·마케팅
제작부터 CS까지 혼자서…단가 낮추려
[서울=뉴시스] 이아름 리포터 = "그런 적이 있다. 꼴찌토마토 알리려고 연희동 경의선 숲길 가서 모르는 사람들한테 보여줬었다. 사람들 반응이 '뭐야 이 사람'이었다. 수치심에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다"
색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영감을 그려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과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이 가는 길은 외롭다. 그래서 창작자는 냉소와 궁핍함에 익숙해져야 하는 직업으로 여겨졌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이렇게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열렸다. 크리에이터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됐다. 뉴시스는 지난 1일, 서울 강북구 헤로키 작업실에서 공예 작가 겸 크리에이터 헤로키(전힘찬·31)를 만났다.
직장인, 사진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헤로키는 지난 2022년 성수동에서 우연히 대형 레진 오브제를 보고 독학으로 레진 아트(레진으로 만드는 공예품)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업 활동을 소개하고 온라인 스토어에서 작품을 판매한다.
그를 대표하는 오브제는 '꼴찌토마토 인센스 홀더'다. 접시 위로 빨간 토마토 한 알이 포크에 꽂힌 채 놓인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꼴찌토마토의 탄생 배경을 물었다. 그는 "고등학교 친구 진일이랑 중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후식으로 방울 토마토가 나왔다. 서로 먹다가 하나가 남았는데. 흰 바탕의 접시에 놓인 빨간색 토마토 한 알과 포크가 너무 신기하고 예뻐보였다"며 "효용성 있는 오브제를 구현해야겠다고 생각해 인센스 홀더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첫 데뷔작이기도 한 꼴찌토마토는 여러 시행착오로 만난 감사한 인연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헤로키 SNS 계정에 들어가면 신기한 오브제들이 펼쳐진다.
'삼겹살 인센스 홀더''귤 그립톡' '방울토마토 그립톡' '모기 키링' 등 그에게 재료의 한계란 없다.
실제로 자신의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장난기가 아이템으로 많이 귀결된다고 한다.
그의 작업실 한쪽에 놓인 온장고는 레진을 굳히기 위해 쓰이는데, 당근마켓에서 4만원가량으로 구매한 중고물품이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자체 공정에 나섰다고.
장난스럽고 독특한 그의 오브제와 작업실은 닮아있는 듯하다.
또 스마트폰 케이스와 홀더 등 일상 생활과 가까운 제품들도 만든다. 그는 "오브제도 효용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효용성이 있어야 많은 사람이 산다."고 강조했다.
헤로키는 제작, 배송, 마케팅, 고객 서비스(CS) 업무까지 혼자 하는 걸 고수한다. 과거 직장에서의 다양한 업무 경험에서 나온 그의 판단이었다.
그는 "물론 비용을 들여 광고회사에 맡기는 방법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거다. SNS로 광고하는 건 (이전 직장에서) 해봤었다. 어쨌든 목적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단을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쇼츠였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평일만이라도 꾸준히 올려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브제를 활용한 SNS 숏폼 콘텐츠를 꾸준히 올려 부지런히 인지도를 올렸다.
장난스러운 그의 오브제가 사람들의 코드에 맞닿은 걸까. 지난 8월 단독 팝업 스토어와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할 기회가 생겼다. 최근에는 월간디자인 12월호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편 그는 "내가 원래 감흥이 없고 무덤덤한 성격이라 해결이 늘 우선 과제였다"며 "친구가 그러더라. '너는 감흥이 없어서 그냥 하던 것들이, 사람들에게 지속해서 비쳤으니까 떠오른 게 지금 잘 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자신을 믿고 일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일희일비하지 않는 무던함이었다.
헤로키는 "주변에서 꼴찌토마토를 보고 '누가사냐'고 했다. 처음에는 상처받았는데, 일단 이 일을 해내려고 마음을 먹었으니까 이성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하다 보면 실패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절대 상처를 받거나 낙담하지 않는다. 더 잘 되는 데에 초점을 둬서 방법을 찾는다. 반응이 없어도 해보고 싶으면 해보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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