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민주당, 통합비대위 만들고 새로운 얼굴 모셔와야”[스팟+터뷰]
더불어민주당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21일 “이재명 대표의 간판으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도덕적 공천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는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당을 이끌 새로운 얼굴을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공천 심의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제3지대 신당에 대해 “굉장히 파괴력이 있다”며 “내년 1월 중순쯤 제3지대 실체가 드러나면 정치판이 굉장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과 김종민·윤영찬·조응천 의원이 참여하는 ‘원칙과 상식’은 이 대표에게 통합 비대위 전환을 최후 통첩하면서 12월 중에 거취를 결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통합 비대위가 왜 필요한가.
“이 대표의 얼굴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 체제에서 당의 도덕성이 붕괴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이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적격 판정을 받는 것이 국민 시각에 맞나.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공천 심의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체제에서는 도덕성을 회복할 수 없나.
“공천관리위원장이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 대표 공천 검증을 하면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민주당이 도덕적으로 신뢰를 잃게 된 가장 큰 걸림돌은 결국 이 대표다. 도덕적 공천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는 통합 비대위를 만들고, 새로운 얼굴을 모셔와야 한다.”
-통합 비대위가 공천 나눠 먹기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통합 비대위만 구성된다면 험지에 출마하든 백의종군하든 당의 뜻에 완전히 따르겠다. 이 대표도 불출마하거나 험지에 가는 등 당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도덕성 논란·사법 리스크가 있는 정치인들에게 공천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이해찬 대표 시절에도 성희롱에 연루된 의원들을 의혹만으로 불출마시켰다. 최소한 4년 전 21대 총선 때 기준을 지켰으면 한다. 검찰독재 프레임을 씌워서 당의 리스크를 줄이지 않는 것은 최소한 민주적 정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위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대표의 회동을 어떻게 봤나.
“김 전 총리가 사진찍기용 만남에 이용당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 대표가 변화와 혁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김 전 총리가 통합, 안정, 혁신을 말했다면 이 대표는 강성 유튜버, 강성 지지층과 어떻게 단절할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왔어야 한다.”
-이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날 것으로 보나.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가 물러나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는 전제가 확인돼야 만나겠다고 했다.”
-110명 넘는 의원들이 이 전 대표 탈당 반대 연판장을 돌렸다.
“탈당 반대 연판장을 돌린 것은 조리돌림이다. 이 전 대표는 ‘나더러 나가라는 것이구나’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대표나 지도부 그 누구도 연판장 돌리기를 제지하지 않았다. 최소한 암묵적 지지를 보낸 것이다. 지도부는 이 전 대표가 나가봤자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낙연 신당을 비롯한 제3지대 전망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당에 20% 가까운 지지가 나오고 있다. 굉장히 파괴력이 있다. 당 지도부의 현 상황 인식이 안일하다. 제3의 대안세력들이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고 나와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신당이 벤처이니까 무조건 잘된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형은 충분히 열려있다. 국민적 요구는 있는데 그 눈덩이가 커질 것인가는 제3지대에 뛰어든 사람들의 몫이다.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제3지대 실체가 드러나지 않겠나. 그때쯤 되면 정치판이 굉장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함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아직까진 그 가능성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혐오와 분열을 어떻게 극복하고 공화주의라는 공동선을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하는 분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반페미니즘을 통해서 MZ세대 남성들을 끌어들이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에 대한 혐오적 발언들을 쏟아냈다. 두 사람이 하나로 합치기에는 이준석 전 대표의 노선이 많이 수정돼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망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토가 높은 만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민주당 지지율이 지금쯤 40%는 나와야 한다. 그런데 30% 초중반에 머무르는 이유는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심판 대상은 윤 대통령뿐 아니라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혐오와 분열정치로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다. 이탈 민주당, 2030세대 중에 ‘이 대표가 있는 민주당은 못 찍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 제3지대 필요성이 줄어드나.
“그렇다. 혐오정치 양극단의 끝엔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있다. 통합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민주당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혁신할 길이 열린다. 이 전 대표가 딴 살림을 차릴 이유가 없어진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독재정권이라는 당 지도부의 규정에 동의하나.
“동의한다. 다만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보다는 공화주의 대 반공화주의라는 프레임 설정이 올바르다고 본다. 절차적 민주주의 통해 집권한 윤석열 대통령이 공화주의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MZ 세대들은 민주당 지도부와는 달리 지금의 대한민국 문제를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보지 않는다.”
-12월 중에 ‘원칙과 상식’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향후 행보는 무엇인가.
“어떤 경우든 ‘원칙과 상식’ 4명이 공동 행동하기로 했다. 지쳐서 정치를 안 할 수도 있고 ‘살아남아서 22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싸우자’고 결의하고 지역에서 경선 준비를 할 수도 있다. 탈당해서 신당을 차리자고 할 수도 있고 선택지는 열려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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