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기부는 아무도 모르게"…'익명' 원했던 이재용, 선한 영향력 어디까지? [유미의 시선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여기저기 익명으로 기부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빼놓지 않고 기부를 챙기는 곳이 외국인 노동자 단체인데 외국인 노동자와 아이들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3월 구미 삼성전자 스마트시티를 찾은 이재용 회장은 "기부왕, 봉사왕이 한자리에 모였다"며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던 도중 이처럼 말했다. 평소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동행'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을 따라 삼성도 기부 문화 확산에 앞장서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제시하는 '동행'은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의 '사업보국(사업으로 나라에 공헌한다)' 철학을 계승·발전시킨 것이다. '동행' 철학을 토대로 삼성은 그동안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삼성미래기술육성 사업 등 상생 활동 △삼성청년SW아카데미, 삼성희망디딤돌 등 청소년 교육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해 지원 규모를 지속 확대했다.
매년 연말에도 삼성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올해도 이웃사랑 성금으로 500억원을 내놨는데, 경기 불황으로 인한 가전·반도체 시장 침체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성금을 기부했다. 삼성전자는 주력 분야인 반도체 사업에서 3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조7400억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상태다.
삼성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연말에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 500억원을 내놓고 있다. 사회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지금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금액은 총 8200억원이다.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매년 100억원씩 기부했다.△2004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200억원 △2011년 300억원 △201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500억원씩 기탁했다.
삼성은 연말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뜻하지 않은 재난이 닥쳤을 때도 항상 기부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7월 전국 곳곳에서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자 대규모 성금과 구호 물품 지원에 적극 나섰다. 당시 삼성은 30억원의 성금을 내놓으며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주민들이 조속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 2월에는 7.8 규모의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터키)를 돕기 위해 현금과 현물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회장도 '조용한 기부'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신임 임원들에게 축하 선물로 와인이나 난초 화분을 보내는 대신, 임원들이 믿는 종교 단체에 기부금을 내준 후 임원 개인 명의로 된 기부 카드를 선물하고 있다. 또 외국인 노동자 단체 후원 등 익명으로 직접 기부 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에는 이 회장이 남몰래 호암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과세당국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개인 자격으로 호암재단에 2억원을 기부했다. 호암재단이 지난해 기부받은 총액은 52억원이다. 삼성전자가 4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회장이 호암재단에 기명으로 기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1년에 호암재단에 4억원을, 삼성생명공익재단에 10억원을 기부했다. 이 회장이 이름을 드러내고 기부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1997년 설립된 호암재단은 크게 △삼성호암상 운영 △학술 및 연구사업지원 △호암생가 개방 및 운영 등의 사회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호암상은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과학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턴 "국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제안에 따라 기존 1명에게 수여해오던 과학상을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 등 2개 부문으로 확대해 시상하고 있다.
이 회장뿐 아니라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오너일가들도 기부 문화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재산을 상속 받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이들은 상속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는데, 공익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회 환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재계의 예상과 달리 의료계에 현금 1조원을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또 고 이 선대회장이 생전에 수집했던 감정가 3조원대 미술품도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고, 12조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
유가족은 무엇보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을 위해 7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이 지원금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5000억원),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감염병 연구·개발(2000억원)에 투입됐다. 이와 함께 10년간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린 어린이 환자를 위해 3000억원을 내놨는데, 10년간 1만7000여명의 어린이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동생인 이서현 이사장도 꾸준히 삼성생명공익재단에 기부해 재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2011년부터 거의 매년(2014년 제외) 3000만~2억원을 해당 재단에 기부했다. 2020년에는 3억원을 기부했다.
삼성 오너일가의 선한 영향력은 임직원들에게도 미쳤다. 지난 5월 한달간 진행된 삼성전자 '나눔의 달' 캠페인에는 임직원 2만6000여명이 2억3000만원을 모아 긴급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정 아동 20명을 도왔다. 올해 11월에도 2주간 삼성그룹 각 계열사 23곳 사업장에 설치된 '나눔 키오스크'를 통해 임직원 총 10만7000명이 총 2억여원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전달했다.
이같은 삼성의 움직임은 그동안 틈날 때마다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이 회장 덕분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삼성전자 50주년을 맞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동반 성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또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 때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사회와의 동행'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힘이라고 보고 있는 듯 하다"며 "향후 삼성의 '동행' 비전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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