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의 구인구직 플랫폼…“해외선물 파트너 모집합니다”[꾼들의세계]
“해외선물 최고 장수업체에서 총판 파트너 모집합니다. 파트너분들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업무폰, 광고비, 유령 아이디 등 모두 지원해드립니다.”
19일 포털사이트 셀클럽의 ‘총판/가맹/파트너/벤더’ 게시판에는 해외선물, 레버리지, 코인 사업을 함께 할 총판이나 파트너를 모집한다는 글 수천개가 쌓여있었다. 금융범죄조직에서 총판은 회원들을 모집하는 모집책을 뜻하는 은어다. 금융범죄 조직이 업무를 분담할 사람을 구하는 사기꾼들만의 구인구직 플랫폼인 셈이다. 이들은 마치 투자를 빙자한 금융사기를 방문판매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금융감독원 등이 리딩방 사기를 비롯한 민생 침해 금융범죄에 촉각을 곧두 세우고 있지만, 버젓이 운영되는 사기꾼의 구인구직 플랫폼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사기꾼들의 구인구직 플랫폼
셀클럽은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포털사이트지만 19일 셀클럽 ‘총판/가맹/파트너/벤더’ 게시판에는 금융사기와 관련된 직종을 모집한다는 글로 가득했다. 업종은 해외선물 사기, 리딩방 사기, 비상장 사기, 로또 리딩방, 불법 도박사이트 등으로 다양했다.
가장 흔한 것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해외선물 사기 관련 게시물이었다. 해외선물 사기는 해외선물 투자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투자자를 유혹해 돈을 빼앗는 수법이다. 주로 그럴듯하게 만든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투자자들이 입금하도록 한 뒤, 실제로는 이루어지지도 않은 거래에서 손실을 본 것처럼 꾸며 돈을 빼앗는다.
바로 전날 올라온 ‘해외선물 총판을 모집’ 광고는 “안전한 운영을 위해 파트너들에게 업무폰, 광고비, 유령 아이디를 지원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회원을 모집할 때 필요한 대포폰과 유령 카카오톡 아이디를 지원해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는 “요율은 최대 75%”라며 “정산은 매주 월요일에 이체, 퀵, 손정산, 코인 등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외선물 사기로 얻게 된 수익 중 일부를 총판과 나누겠다는 약속한 것이다.
게시판에서 해외선물 총판을 모집하는 업체에 실제 연락해보니 상대방은 가장 먼저 해외선물 경력이 있는지, 함께할 수 있는 직원은 몇 명인지를 물어봤다. 영업방식을 묻자 “그냥 녹이는 식으로 하면 된다”며 “정산은 죽장이 아니라 60%를 선지급을 해드린다”고 안내했다. ‘녹인다’는 것은 피해자가 조작된 차트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돈을 잃게 하는 것, 선지급은 피해자가 돈을 입금하면 일부를 바로 분배하겠다 뜻이다. 반면 죽장은 피해자가 손실을 보기를 기다렸다가 손실금의 일부를 분배하는 것을 뜻한다.
개인정보, 유령 카카오톡 아이디 판매도
셀클럽에서 운영하는 다른 일부 게시판에도 금융 사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 게시물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개인정보부터 유령 카카오톡 계정까지 금융범죄 조직에 필요할 만한 아이템을 판매한다는 광고들이었다.
셀클럽의 자유홍보 게시판에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름, 전화번호, 투자성향 등이 담긴 DB는 해외선물이나 리딩방 사기 업체들이 피해자가 될 회원을 모집하는데 쓰인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광고글은 “주식디비, 코인디비, 해선디비, 로또디비 등 각종 디비를 판매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그들이 관심 있는 투자처별로 분류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는 “모든 디비 취급 중”이라며 “매주 주말에 추출한 자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이외에도 최저가로 스팸 문자를 뿌려준다는 업체, 리딩방 운영을 위해 인원수를 채워줄 ‘유령 카카오톡 계정’을 판매한다는 업체의 광고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유령 카카오톡 계정을 판매하는 업체는 “오픈 채팅 바람잡이 계정(주식, 코인, 해외선물, 부동산 관련방 강추)”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게시판에는 “해외선물 바람잡이를 구한다. 재택근무”라며 해외선물 사기 리딩방에서 바람잡이로 활동할 사람을 찾는다는 구인광고도 찾아볼 수 있었다. 리딩방에서 수익을 많이 본 투자자인 척 연기하면서 다른 회원들의 투자를 유도할 사람을 구한 것이다.
셀클럽은 게시판 공지사항에 “법적인 문제 소지 및 불법적 게시글 등은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되며, 게시글 등록자는 이용이 제재된다”라고 공지하고 있었지만, 게시판은 별다른 관리 없이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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