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락 시대 LG 포수 비밀병기' 김성우 "송구 자신 있어"[스한 인터뷰]
[잠실=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LG 트윈스가 2023시즌 2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제 목표는 왕조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포수진 뎁스 강화다. 주전 포수 박동원(33), 백업 포수 허도환(39)이 있지만 나이가 많을뿐더러, 3번째 포수도 시급하다.
마침 LG 2군에 새로운 비밀병기가 나타났다. 뛰어난 수비력으로 퓨처스리그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뽐낸 김성우(20)다. 지난 14일 잠실야구장에서 김성우를 만나 2023시즌 김성우의 야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2시즌 아쉬움 딛고 2023시즌 2군 주전 포수로 성장하다
2022 신인드래프트 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김성우는 프로 첫 해였던 2022년 2군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에 시달리며 자신의 기량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김성우는 2023시즌 안정적인 수비력과 함께 사실상 2군 주전 포수로 성장했다. 고졸 2년차 시즌에 퓨처스리그에서 57경기를 소화했다. 2022시즌 1경기에 출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이었다. 비결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든 것이었다.
김성우는 "일단 루틴을 계속 똑같이 지키려고 했다. 아침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사우나도 하고 아침밥을 무조건 챙겨 먹었다. 그 다음 제 루틴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몸상태를 체크하고 야구장에 나갔다"며 "그랬더니 한 시즌을 치르면서 크게 아프지 않았다"고 건강해진 비결을 밝혔다.
고무적인 시즌을 보낸 김성우. 하지만 타격 성적은 기대와 달랐다. 2023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52, 1홈런, 9타점, 장타율 0.330, 출루율 0.342로 부진을 겪었다. 콘택트와 파워 중 어느것도 장점을 드러내지 못했다. 배재고등학교 3학년 시절 타율 0.375, OPS(장타율+출루율) 0.998을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2023시즌 도루저지율 63.6%, 피치클락 시대 빛날 LG 비밀병기
반면 김성우의 수비력은 빛났다. 안정적인 블로킹으로 투수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줬다. 특히 도루저지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전반기부터 상대 도루를 연거푸 잡아내더니 2023시즌 도루저지율 63.6%를 기록했다. 2023시즌 1군에서 도루저지율 1위를 기록한 양의지의 도루저지율은 48.2%였다. 김성우는 비록 퓨처스리그지만 이를 훌쩍 넘었다.
김성우의 도루 저지 비결은 빠른 팝타임(투구를 받은 시간부터 2루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에서 나온다. 김성우의 팝타임은 1.9초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대부분 KBO리그 포수들이 2초대 팝타임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레이저 송구'를 선보이고 있다.
김성우는 "원래 송구엔 자신감이 있었다. 수비적인 면에서는 이제 저만의 매커니즘이 정립됐다고 생각한다"며 "(팝타임이) 잘 나올 때는 1.8 후반대가 기록된다. 평균적으로는 1.9가 나온다"며 도루저지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성우는 특히 좌타자를 상대하며 도루저지를 할 때, 자신만의 필살기를 갖췄다. 좌타자 바깥쪽, 우타자 배터박스를 향해 빠르게 몸을 이동한 뒤 다시 앞으로 전진하며 탄력을 받아 공을 던진다. 이 과정을 통해 2루에 강한 송구를 뿌린다.
이런 동작을 시도할 경우, 익스체인지 타임(포구에서 송구 동작으로 전환하는 사이의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김성우는 빠른 풋워크로 이를 최소화했다. 덕분에 강하고 정확한 송구를 빠른 팝타임과 함께 2루로 배달한다.
이에 대해 김성우는 "좌타자면 바깥쪽 공간이 많다. 그 공간을 좀 활용하자는 생각이었다. 탄력을 받고 에너지를 다 쏟으며 던진다. 그래서 저는 좌타자가 들어왔을 때 우타자보다 도루 저지하기가 좀 더 수월한 것 같다"고 자신만의 무기를 소개했다.
김성우의 이러한 능력은 2024시즌부터 시작되는 피치클락 시대에 매우 유용하다. 투수들이 제한 시간안에 투구를 해야하는 것이 피치클락이다. 이는 도루저지에 매우 불리하다. 투수들이 주자를 견제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패턴은 공을 오래 쥐는 것이다. 그런데 피치클락 시대에선 이 패턴을 사용할 수 없다. 포수의 송구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김성우는 이미 2023시즌 LG 2군 홈구장인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피치클락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도루저지율 63.6%를 기록했다. 김성우는 "(피치클락을 도입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저한테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2023 아시아야구선수권 맹타, 2024시즌 활약 예고하다
김성우는 2024시즌 1군 무대에서 LG 포수진에 힘을 보탤 '비밀병기'로 떠올랐다. 마침 2023시즌 LG 1군 백업포수 역할을 수행했던 김기연이 2차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에 지명 받았다. 김성우로서는 베테랑 포수 허도환과 함께 백업포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성우는 2023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부족했던 타격 능력까지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성우는 대만과의 개막전에서 멀티히트를 때리더니, 대회 기간 동안 타율 0.400(15타수 6안타), OPS 0.867을 기록했다. 콘택트를 염두에 둔 스윙이 결실을 맺으면서 2024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김성우는 "대만 선발투수의 공이 좋았다. 직구와 변화구를 모두 노리면 못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하게 직구를 노렸는데 통했다"며 "(대만전 멀티히트 이후) 타격감이 쭉 올라왔다"며 맹타의 비결을 밝혔다.
이어 "(올 시즌에) 어떤 방향성을 갖고 타석에 서야되는지 정립이 안 된 상태였다. 마무리훈련 캠프를 하고 이번 대회도 치르면서 어떤 방향성으로 해야될지 정립이 됐다"며 "그동안 풀스윙을 했다. 이게 저의 장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즌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홈런타자가 아닌 만큼 콘택트에 신경을 쓰는 쪽으로 바꿨다.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4시즌 또다시 우승을 꿈꾸는 LG. 왕조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피치클락 시대에 잘 대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2023시즌 도루저지율 63.6%를 기록한 김성우의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김성우가 LG 왕조의 서막을 알리는 첨병으로 2024시즌 활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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