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가구, 메종&오브제서 주목받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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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가장 고민거리 중 하나는 오래된 가구다.
페이퍼팝이 선보인 첫 종이 가구는 책장이었다.
'종이로 가구를 만든다'는 기업의 정체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종이박스 색상과 유사한 갈색톤의 중심색상을 정하고 구성 요소에 맞게 주변색상을 배치했다.
일반 가구뿐만 아니라 종이로 만든 '고양이화장실', '선반' 등 신제품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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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가장 고민거리 중 하나는 오래된 가구다. 버리자니 비용이 들고 새 집으로 옮기자니 쓸일이 적어보인다. 버려진 가구도 결국 소각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골판지 소재로 가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페이퍼팝'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됐다.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는 박스회사에서 4년가량 근무경력을 바탕으로 2018년 8월 창업에 뛰어들었다. 박스에 쓰이는 골판지 소재가 생각보다 좋은 소제인 것을 깨닫고 가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유엔(UN)이 2016년 제시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국가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12번째 항목인 '책임있는 생산과 소비'를 추구하는 게 이 회사의 목표이다.
페이퍼팝이 선보인 첫 종이 가구는 책장이었다. 목재보다 가벼운 데다 최대 95%까지 재활용이 가능해 순환경제 모델에 적합한 제품이다. 원료 역시 재생소재를 활용한 특수 이중 양면 골판지를 사용해 무게와 습기에 강하도록 설계했다. 서울 기준으로 가구 매년 5000톤(t)이 버려지고 그로 인한 사회적비용은 200억원에 달하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1065톤의 폐기물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종이책장에 이어 침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20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종이침대를 공급해 논란이 일었는데 단돈 8만원(매트리스 제외)에 배송까지 한다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 회사이름이 알려졌다고 한다. 이어 야외에서 사용하는 등받이 의자, 수납정리함 등으로 제품 구성을 늘려나갔다.
페이퍼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최근 들어서다. 구체적인 브랜딩이나 정해진 목표 없이 제품을 만들다가 한계를 맞이했다는 게 박대희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 전체를 관통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자인 지원 프로그램의 손을 빌렸다.
박 대표는 "디자인 측면에서 회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와 그 이유를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라는 소재가 저렴하다고 하는데 실제 가구에 들어가는 종이소재는 저렴하지 않다"며 "비싼 소재를 저렴하게 만드는 기술력과 환경을 보호하는 가치소비의 필요성을 고객에게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을 거치면서 페이퍼팝은 홈페이지를 새로 꾸미고 B2B(기업대기업)용 홍보책자를 제작했다. '종이로 가구를 만든다'는 기업의 정체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종이박스 색상과 유사한 갈색톤의 중심색상을 정하고 구성 요소에 맞게 주변색상을 배치했다. 단순한 제작 제품 나열방식의 홈페이지 역시 '지속가능한 종이제품의 시작을 함께해요'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일반 가구뿐만 아니라 종이로 만든 '고양이화장실', '선반' 등 신제품도 개발했다.
종이가구에 디자인을 더한 성과는 올해 세계 최대 디자인 전시회인 '메종&오브제' 참가로 돌아왔다. 현장에서 상담만 50여건 진행됐고 이후 실제 후속 상담을 진행 중인 해외 기업도 일본·프랑스·베트남 등 20여곳에 이른다.
박대희 대표는 "올해 디자인 지원을 받은 이후 매출은 전년 대비 10%이상 성장한 2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근무 인원도 16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다"며 "브랜드나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디자인 지원사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그램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해 진심어린 관심과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에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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