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만 키워줄 판"…지원책 올라탄 풍력업계 되려 걱정 커졌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에 해상풍력 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낙찰 결과로 드러난 정책 방향이 '더 낮은 가격' 경쟁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되면서다. 해상풍력 사업이 가격경쟁 중심으로 진행되면 공급망 전반에 야기될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해상풍력 사업으로 신안우이(390MW), 영광낙월(364.8MW), 완도금일(210MW), 완도금일2(390MW), 고창(76.2MW) 등 발전용량 총 1431MW 규모의 5개 프로젝트가 낙찰됐다. 1500MW 공고에 2067MW 규모 8개 사업이 응찰, 안마해상풍력1·2(532MW)와 한동·평대해상풍력(105MW)이 떨어진 결과다.
고정가격 입찰제도는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RPS 의무공급자와 20년간 고정된 가격으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고정가격'으로 풍력발전사업의 수익성을 안정화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2017년 태양광에 도입해 지난해 풍력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해상풍력 낙찰량이 1개 사업(99MW)이었음을 고려하면, 육상이 아닌 해상풍력은 사실상 올해가 본격적인 첫 입찰이다.
해상풍력 사업이 지난해 대비 14배 이상 큰 낙찰량을 기록한 건 긍정적이나, 관련 업계에선 이번 입찰결과가 불러올 파장에 대한 우려가 더 우세하다. 비가격요소가 입찰의 고려 대상이긴 하나, 낙찰 결과를 보면 사실상 '낮은 입찰가격'이 지배적 변수가 된 것으로 읽혀서다. 일례로 낙찰된 낙월해상풍력의 경우, 중국 풍력 업체 골드윈드가 인수한 벤시스사 터빈을 쓸 예정이다. 반면 떨어진 안마해상풍력은 산업효과 등 비가격요소에서 가장 앞서 있는 사업으로 업계에서 평가돼 왔으며, 대신 응찰 사업 중 가장 높은 입찰가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너지공단이 공고한 사업자 선정기준은 입찰가격 60점과 비가격요소 40점이다. 비가격요소 중 배점이 가장 큰 산업·경제효과(16점)가 산업생태계(국내 경제·공급망) 기여도, 국내 투자 및 고용창출도를 평가한다. 이 외 주민수용성(8점), 국내사업실적(4점), 사업진행도(4점), 계통수용성(8점)이 평가 요소다. 결국 60점을 차지하는 가격요소가 절대적이었다는 게 결과가 나온 후 업계의 평가다.
중국산 터빈을 쓸 경우, 유럽산에 비해 500~1000MW 규모 프로젝트 기준 사업비가 수천억원 더 절감되는 걸로 전해진다. 터빈 외 다른 기자재들로 평균적으로 중국 기업의 원가가 한국 제품보다 40%가량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건비 등 전반적인 제조업 기반 차이 외에 중국 자국 풍력 산업이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 적은 비용으로 풍력 기자재를 생산하는 생태계를 갖춰 가능한 가격경쟁력이다. 중국은 2010년대 후반 이후 해상풍력을 급격히 늘렸다. 2021년 한 해만 16.9GW을 확대해 그 해 전세계 신규 설치량의 80%를 담당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풍력 발전용량을 보유한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 풍력 공급망 기업들도 거대한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과 생산능력을 구축해 왔다.
국내 한 풍력 기자재 기업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원가절감으로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며 "이번 같은 입찰결과가 지속 되면 중장기 한국 풍력산업 공급망이 입을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 했다. 또 다른 기자재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의도가 어찌 됐던 결과적으로 중국산을 쓰게끔 유도하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했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올해가 본격적인 해상풍력 사업 첫 입찰인데, 처음부터 가격경쟁 위주로 가면 공급망 선택지가 (낮은 원가 위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하부구조물, 케이블, 타워 등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품목의 경우 별도의 공급망 지원 정책이 불필요하다고도 본다. 그러나 '낮은 비용'을 유도하는 정책 신호가 지속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풍력 개발사 관계자는 "베트남, 인도 등도 자국 풍력 기자재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가격 기준으로는 터빈 외 하부구조물 등에서도 수년 내 이들 국가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국 기업 제품 대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국내 공급망 육성을 중요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달 민·관 전문가 약 200명으로 구성된 협의체 '풍력산업 혁신포럼'을 발족하는 등 풍력 공급망 강화를 구현해 나가겠다는 신호를 보내온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 입찰결과에선 산업기여도의 영향이 업계 예상 보다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한 풍력 공급망 주요 기업 관계자는 "산업기여도를 중시하겠다는 걸 정부 입장으로 이해했었는데, 이번 입찰결과는 그렇게 나오지 않아 정책 신호가 혼란스럽다"고 했다.
또다른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산업육성에 방점을 둔다는 명확한 신호를 줬다면 개발사들도 비용상승을 어느 정도 감수해도 이 부분에 더 노력을 기울였을 테지만, 이번 입찰결과는 적어도 시장이 받아들이기엔 가격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해석된다"고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시그널이 혼란스럽다는 게 가장 큰 난점"이라 했다.
팬데믹 이전 유럽 주요국은 풍력발전 보급 확대를 위해 '더 낮은 가격' 중심의 입찰에 매진해 왔다. 일단 화석연료 대비 풍력의 LCOE를 낮춰 발전시장에서 풍력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장기간 입찰 가격하락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유럽 풍력 공급망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에게 점유율을 잃게 됐고, 낮은 마진으로 신규투자가 어려워졌다. 설비투자가 저조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후 풍력발전 수요가 급증해 공급이 대응하지 못하는 공급망 병목이 심화했다. 공급망 병목으로 사업비가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최근 벌어지는 유럽, 미국 시장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영국 정부는 해상풍력 발전차액정산제도(CfD) 기준가격을 66% 인상했다. 발전사업자가 보장 받는 전력 판매가격을 이만큼 올려줬다는 의미다. 글로벌 공급망 영향을 고려해 해상풍력 사업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내린 결정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 뉴욕주 역시 지난달 발전사업자들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를 조건부로 수용했다. 한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안마해상풍력이 높은 가격 때문에 떨어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입찰가가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며 "낙찰된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다음단계로 갈 수 있느냐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 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배우 강성연·김가온, 지난해 이혼…"사랑이라 믿었지만 사랑 아니었다" - 머니투데이
- 시크릿 송지은, '전신마비 유튜버' 박위와 열애…"선물 같은 사람" - 머니투데이
- 웨딩촬영 스냅작가와 바람난 예비신부…"내 신혼집에 둘이 살아" - 머니투데이
- 이민 간 이범수 파경설?…아내 이윤진 SNS에 발칵 "이혼 아니다" - 머니투데이
- 서하얀, ♥임창정 주가조작 연루 이후 8개월만…크리에이터 복귀? - 머니투데이
- "정신병원 끌려가" 엄마 머리채 잡는 중1 금쪽이…엄마는 "사실 아냐" - 머니투데이
- "유족들이 할 순 없잖아요"…'하루 6000명' 붐비는 무안공항 뒤 숨은 구슬땀[르포] - 머니투데이
- 전현무, 술 아닌 '이것' 10병 마시고…"유재석과 눈 돌아갔다" - 머니투데이
- 7년 만에 6급→1년 만에 팀장…'충주맨' 또 초고속 승진했다 - 머니투데이
- 은퇴 기념 괌 여행 갔다가 강도 총격에 사망…숨진 채 발견된 범인[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