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농촌, 스스로 만든다…본격 시행 앞둔 ‘3법’

오은정 기자 2023. 12.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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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지역 주도로 공간계획 세우고
중앙정부는 든든하게 뒷받침
(2)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
공동체·사회적농장 주체 돼
교육·복지·돌봄 서비스 제공
(3) 지역농림어업협력법
지자체-민간 협력사업 지원
제도적 근거 마련해 지속성 ↑
지역서비스 공동체 활동 모습.

농촌에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굵직한 법안들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들 법안은 농촌문제의 당사자인 지역과 농촌주민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농촌 관련 법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인구감소와 저성장으로 활력을 잃은 농촌이 새 제도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올 한해 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뒷받침할 밑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농촌도 도시처럼 공간계획 세운다=올 3월 국회의 문턱을 넘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내년 3월29일 시행된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농촌이 저개발과 난개발이라는 이중고에서 벗어나 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가꿀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되는 법이다. 그동안 도시와 달리 별다른 공간계획 없이 방치됐던 농촌이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따르면 읍·면 지역을 포함한 139개 시·군은 2025년까지 농촌공간에 대한 장기 전략을 설정하는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본계획에는 관할 농촌공간의 발전 방향과 일정 지역을 용도에 따라 ▲농촌마을보호지구 ▲농촌산업지구 ▲축산지구 등으로 어떻게 구획화할지를 담아야 한다. 이어 정부는 시·군이 세운 계획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농촌협약을 체결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시행에 앞서 1년간 사전 준비에 매진했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따르면 정부는 농촌공간계획에 대한 최소한의 방향을 제시하고, 시·군이 전면에 나서서 지역 여건에 맞는 공간계획을 세운다. 공간계획의 수립 주체는 시·군이지만 정부의 역할도 작지 않다. 정부가 세우는 ‘국가단위 기본방침(마스터플랜)’은 시·군이 농촌공간계획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3월 시행을 위해 시행령·시행규칙의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으며, 기본방침을 수립 중이다.

시·군의 적극적인 참여가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만큼 시·군을 대상으로 법안 홍보에도 나섰다. 농식품부는 올해 전국을 돌며 지역설명회(11회)·포럼(3회)을 열었고, 지자체 담당 공무원을 위한 ‘10문10답집’도 제작·배포했다. 그 결과 올해 농촌공간계획 관련 온라인 언급량은 지난해보다 15%가량 증가했다.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2023 농업정책 점검 및 평가보고서’에 한국의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소개되기도 했다.

공간계획 부재, 생활서비스 공백 등 농촌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당사자인 지역과 농촌주민이 앞장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들이 줄줄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농촌공간계획 수립과 관련한 지방자치단체 간담회.

◆농촌주민이 농촌의 생활서비스 공백 메운다=농촌 생활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법도 내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은 내년 8월17일 시행된다.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은 농촌주민 등을 농촌의 생활서비스 부족문제를 해결할 주체로 지정·육성하기 위한 법이다. 농촌은 인구감소에 따른 의료·돌봄 등 필수적인 사회서비스 부족으로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두해의 문제가 아닌데도 시장 논리와 정부의 힘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때 주목한 게 이 문제의 당사자인 농촌주민들이다. 이미 농촌에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에 필요한 교육·복지·돌봄 등 사회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조직이 여럿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런 기능을 하는 사회적농장은 올해 기준 92개, 지역서비스 공동체는 30개에 달했다. 우수 사례로 꼽히는 충남 홍성의 ‘함께하는 장곡 사회적협동조합’은 개별 세탁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이불 빨래서비스를 지원하거나 홀몸어르신에게 반찬 나눔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촌 생활서비스 부족문제를 해결할 주체로 ‘농촌서비스 지역공동체’ ‘사회적농장’ 등을 지정·지원하게 된다. 또 농식품부는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 여건과 제공 현황 등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 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지자체는 이 활성화 계획에 따라 시·도 및 시·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법 시행에 앞서 올해 농식품부는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130여개의 사회적농장과 지역서비스 공동체 등을 대상으로 모두 59억원을 지원했다. 또 법에 대한 지자체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9∼10월 권역별 설명회를 열고, 사회적경제박람회·대한민국농업박람회 등을 통해 법을 알리는 데 힘썼다.

농촌의 새로운 사업모델, 지자체·민간이 협력해 찾는다=이밖에 지자체와 민간의 협력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역농림어업 발전사업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지역농림어업협력법)’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역에서 지자체와 지역조합이 협력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 농가소득을 높인 사례가 있었지만 제도적 뒷받침 없이 추진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지역농림어업협력법’은 지자체와 지역조합 등 민간이 발굴한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인 지원에 대한 근거를 담았다. 이 법은 28일 시행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지자체와 민간의 역량을 활용한 농촌 정주여건·생활서비스 개선 및 경제활성화 계획을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지원해 농촌이 삶터·일터·쉼터로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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