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로 돌보는 ‘지역 서비스 공동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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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가장 위기감을 자아내는 담론은 지방소멸론일 것이다.
몇년 후가 되면 지방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들어 각종 인프라가 위축돼 사람이 살기 어렵고 공동체의 기능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 서서히 그 지역이 없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일부 농촌에서 진행되는 '지역 서비스 공동체 사업' 덕분이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지역 서비스 공동체 사업을 계기로 '지역' '서비스' '공동체'에 대한 전환적 사고(思考)와 실천을 도모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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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가장 위기감을 자아내는 담론은 지방소멸론일 것이다. 몇년 후가 되면 지방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들어 각종 인프라가 위축돼 사람이 살기 어렵고 공동체의 기능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 서서히 그 지역이 없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그런데 다른 장면을 떠올려보자.
몇 안되는 마을 사람들이지만 모두 모여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 왁자지껄한 모습. 누구는 밭에, 누구는 그 밭 언저리에 서서 농사일·집안일을 얘기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마을 어르신이나 환자의 식사와 건강을 염려하는 모습. 그야말로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가 떠오른다. 지금 국내 농촌 마을에서는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일부 농촌에서 진행되는 ‘지역 서비스 공동체 사업’ 덕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부터 ‘농촌돌봄농장(사회적농장)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2년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농촌의 부족한 사회 서비스를 스스로 공급할 수 있도록 지역 서비스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내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30여개 지역 서비스 공동체가 있다. 정부는 추진 실적 및 사업계획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지급하며, 공동체는 이를 서비스 공급비, 공동체 운영비, 지원인력 활동비로 사용한다. 특히 ‘돌봄반장’이라 불리는 지원인력은 실질적인 사업 수행을 담당한다. 돌봄반장은 사회복지사와 유사하고 이 사업의 지원을 받는 공동체는 사회복지관과 비슷하다. 농촌 마을은 주민 대다수가 어르신이지만 주변에 노인복지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군 단위에 한두개 있는 복지관을 다니기에는 이동 수단이 여의찮다. 농촌 마을에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서비스 공동체가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하지만 서비스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 꼭 이것만일지 혹은 이 방식에 개선점은 없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올해 각 공동체에서 진행한 사업들을 보면 마을에 활기가 돌고 이웃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늘어나는 사례가 포착된다. 하지만 일부는 복지문제로 주민을 구분하고 대상화하며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문제를 관리해주는 활동에 그치기도 한다. 이 경우 농촌에서 수십년 혹은 평생 한명의 주민으로서 그 나름의 역할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이 서비스 수혜자가 돼 단순 관리 대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결국 ‘주민’은 사람이 아니라 ‘사례’가 되고 ‘만남’은 ‘프로그램’ ‘성과’ ‘효율’로 치환된다. 이런 우려는 이미 국내외 사회복지가 겪어왔다. 그러므로 일각에서는 복지제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환의 핵심은 관계다. 주민이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급자로 양분되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이다. 그러므로 돌봄반장이 돌봐야 할 것은 ‘마을의 취약계층’이기보다는 ‘주민간의 관계’다. 모두의 복지가 인간적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마을! 결국 ‘서비스’는 ‘서로돌봄’으로 ‘공동체’는 ‘마을’로 전환될 때 비로소 공동체성이 회복돼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복지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마을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만들어서 주민인 조합원이 꾸준히 마을의 상태를 돌아보고 학습하고 논의해서 서로돌봄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면 어떤가. 농촌은 없는 것이 많은 곳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해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지역 서비스 공동체 사업을 계기로 ‘지역’ ‘서비스’ ‘공동체’에 대한 전환적 사고(思考)와 실천을 도모해보자는 것이다.
김영란 목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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