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다 겪은 잠실진주…오락가락 공사비에 '몸살'

김서온 2023. 12.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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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조합원 "공사비 2번 증액, 공기연장 지나치다"
시공단 "첫 번째 증액은 착공 전 협의, 공기도 단축"
이달 26일 총회에 부동산원 검증을 위한 공사비 안건 상정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울 송파구 일원 잠실진주아파트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단의 '잇단 공사비 인상'과 '분양 지연'을 이유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재건축 조합 집행부가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등 요구에 뒷짐을 지고 소극적인 대응을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물산이 주간사로 약 59%의 지분을, HDC현대산업개발은 약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2일 잠실진주 조합원들은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 조합집행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총회를 개최해 공사비 인상 추인에 나서고 있다"며 "올해 4분기 일반분양 예정이었던 분양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조합원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2160억원 규모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 이 안건은 오는 26일 예정된 조합 총회에 상정돼 있다. 앞서 지난 4월 평당(3.3㎡) 공사비를 510만원선에서 660만원으로 한차례 인상 책정, 현재 조합원들은 평형 신청까지 완료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원 잠실진주아파트 철거 전 전경. [사진=네이버 부동산]

최근 시공단(삼성물산, HDC현대산업개발)이 한 번 더 평당 공사비를 898만원으로 인상, 공사 기간도 9.3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잠실진주와 인접한 미성크로바의 경우 현재 평당 760만원의 공사비를 놓고 협의 중인데 898만원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시공단이 2차로 인상 요청한 금액이 무려 2160억원이다. 1가구당(1507가구) 1억4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요즘 공사비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조합원들도 인정하지만, 시공단은 한 푼도 부담하지 않고 모두 조합원이 부담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조합원들은 높은 공사비 인상과 공기연장을 받아들일 수 없어 조합집행부에 시공단과 강력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집행부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오는 26일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공사비인상약정서'를 통과시키려 한다. 이에 분노한 조합원들은 집행부 교체를 요구하며 송파구청 앞에서 릴레이 시위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공단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일부 조합원이 주장하는 공사비 2차례 인상은 실질적으로 1차례 인상에 불과하고, 공사 기간도 기존 9.3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된 안이 이달 말 총회에 상정돼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이 주장하는 첫 번째 공사비 증액은 실시설계를 반영한 공사 착수(2021년 12월)를 위해 조합과 협의를 통해 증액된 것"이라며 "공사 전 협의로 이뤄진 증액이다. 최근 요청한 공사비 증액은 공사 중에 진행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공사비 증액의 경우 조합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사가 진행되기 전 합의된 것으로, 두 번째 공사비 증액 요청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공단이 최근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게 된 배경도 있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에서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데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문화재가 발굴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로 토공사를 진행했고, 공사가 지연된 부분이 있다"며 "해당 기간 공사를 수행하지 못한 데 따른 물가 인상과 시황 변동, 늦어진 일반분양으로 발생한 PF 조달, 이자 금융비용 등이 추가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 지난해 잠실진주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신라시대, 백제시대) 문화재가 다수 발견됐다. 단지 북동쪽과 남쪽 중앙부 등 36곳에서 백제 한성기와 6세기 신라에 해당하는 문화층이 나온 것이다. 조합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정식 발굴 허가를 받아 유적 확인 범위를 중심으로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시공사업단은 마감재와 공법 및 설계변경 부분도 조합에 요청했다. 시공단 관계자는 "현재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데, 마감재를 명확하게 정해야 개구부를 이 마감재 스펙에 맞게 뚫는다. 확정이 안 되면 더 이상 골조를 올리기 어렵다"며 "이 역시 향후 추가 공사비 인상을 방지하고, 공기를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공단은 오는 26일 예정된 조합 총회에서 인상 요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져 가결되는 것이 아닌, '공사비 검증'을 위한 금액이 확정된다고도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달 말 공사비 검증을 위해 추산된 금액이 이사회를, 이달 초 대의원회를 통과했다. 이달 말 총회에서는 공사비 검증을 위한 금액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조합원 사이에서도 공사비 이견이 있으므로 내년 상반기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위해 시공단이 제시한 금액을 확정 짓는 총회가 오는 26일 개최된다. 이 금액이 총회를 통과하면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에 따라 변경 계약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평당 898만원으로 책정된 공사비는 현재 소폭 하향 조정된 상태다.

공사 기간 역시 기존 9.3개월 연장에서 5개월로 줄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총회에서 애초 알려진 9.3개월이 아닌 5개월 공기 연장안이 통과될 예정"이라며 "오는 2025년 6월에서 11월로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80년 지어진 잠실진주는 2020년 철거 당시 41년 된 노후 아파트였다. 기존 전용 82~181㎡ 1507가구가 최고 35층, 2678가구(일반분양 819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올림픽공원과 가까운 공세권 입지로,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과 2호선 잠실역, 9호선 한성백제역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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