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값 올라도 산다”…달라진 양파 시장에 국산시세 ‘먹구름’
급식업체 등서 선호현상 뚜렷
가락시장 경락가 국산 앞질러 TRQ 물량확대 타고 수입 늘어
높은 수율 덕 고정 수요처 확보상황 지속땐 산지 피해 커질듯
정부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여파로 올해 신선양파 수입량이 10만t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도매시장에서 중국산 양파와 국산 양파 가격이 역전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으로 2년 연속 중국산 양파가 대량 수입되면서 고정 수요처가 생기는 등 수입 양파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신선양파(깐양파 포함) 수입량이 11만4140t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수입량(7만5539t)을 넘어섰다. 2000년대 들어 신선양파 수입량이 10만t을 돌파한 것은 2015년(14만6285t)과 2017년(14만8406t) 등 두번에 불과했는데 올해 세번째로 10만t을 넘기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올해 신선양파 수입량이 크게 증가한 데는 정부의 TRQ 수입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연초 지난해 양파 TRQ 수입 계획 중 잔여 물량 약 2만t의 수입 기한을 올해 2월까지 연장하며 저율관세(10%)를 적용한 양파를 수입했다. 이어 올 7월에는 TRQ 수입 물량을 9만t(관세율 50%) 증량하고, 하반기 지속적으로 TRQ 수입과 국영무역 등의 정책을 단행했는데 그 결과 수입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정부의 대규모 수입 정책으로 중국산 양파에 대한 고정 수요처가 생기는 등 국내 유통시장에서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서 나타난 시세 역전이 이같은 수입 양파 선호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일 가락시장에서 국산 양파는 상품 1㎏당 평균 1162원에 거래된 반면 수입 양파는 상품 1㎏당 평균 1225원에 거래됐다. 이같은 가격 역전은 이달초 시작돼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유통업계에선 중국산 양파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부장은 “현재 중국산 양파값이 높아진 것은 민간업체들이 보유한 TRQ 물량이 거의 소진돼 시장 반입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현재 중국산 양파값이 국산보다 비싼 상황임에도 거래가 이어지는 것은 가격과 무관하게 중국산을 선호하는 수요처들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산 양파는 주로 식자재마트와 대기업 급식업체 등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식자재마트 등은 중국산 양파의 높은 수율을 이점으로 내세워 요식업계를 공략하는 상황인데, 이같은 중국산 양파의 특장점은 국내 양파산업과의 구조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한국 양파산업은 6월 중만생종 수확 후 저장에 들어가 이듬해 수확 전까지 9∼10개월을 소비하며 버티는 구조이지만 중국산은 9월에 수확하기 때문에 신선도 측면에서 국산보다 좋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산 양파를 소비하는 요식업계 등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수율이 높다는 특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수입 양파를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에서 대기업 급식업체에 양파를 납품하는 한 업체 대표는 “올해 급식업체들이 중국산 양파 발주량을 늘리는 등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단순히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과 가격만으로 중국산 양파의 영향력을 평가하면 시장 외부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계 지형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국산 양파 출하자들의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도 양파 재배면적이 올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수입 양파의 영향력이 지속할 경우 내년도 국산 양파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추정한 2024년 양파 재배면적은 1만8789㏊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4.5%·3.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종 신미네유통사업단 부장은 “국산 양파값이 더 오르지 않으면 수입 양파에 대한 수요가 다시 국산으로 넘어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재 국산 가격이 생산비 등을 고려하면 높은 상황이 아니다”며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수입 양파가 유통된다면 국산 양파값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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