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세영아’ 자기 자신 토닥인 안세영 “푹 쉬고 올림픽 준비”
좋았던 시즌 초반에 비해 아쉬운 후반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고 싶어"
“세영아, 수고했어.”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21·삼성생명)은 2023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자기 자신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고민 끝에 이렇게 답했다. 부상 여파로 시즌 마지막을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채찍질 대신 스스로를 격려하며 더 나은 2024년을 그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후로 갈린 희비
20일 충남 서산에서 만난 안세영은 “올 한 해 좋은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다”며 “겪을 수 있는 건 다 겪은 것 같은데 돌아보면 그래도 잘 견뎌낸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순간들을 겪어보고 잘 이겨내면 훗날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올해 안세영이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 3월 세계 최고 권위의 배드민턴 대회 전영오픈에서 우승했고, 8월 세계선수권대회도 제패했다. 아울러 가장 초점을 맞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2관왕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개인전 금메달은 극심한 무릎 통증을 딛고 이겨낸 투혼의 금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하지만 후폭풍은 컸다. 다친 무릎을 수술하고 재활하느라 약 5주간 휴식기를 가졌는데, 복귀 후 세계 1위 안세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11월 일본 마스터스(4강 탈락)와 중국 마스터스(16강 탈락)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이달 펼쳐진 ‘왕중왕전’ 월드투어 파이널에선 한 수 아래로 여겨진 타이쯔잉(대만)에게 연속 6점을 헌납하는 등 역전패를 당했다.
올해 점수는 부상 때문에 100점 만점에 70점
안세영은 “올해 후회 없을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고 달려서 좋은 성과를 냈지만 부상이 생각보다 힘들더라”며 “이뤄냈던 걸 생각하면 빨리 몸 상태가 올라와야 하는데 예상보다 늦게 올라오니까 아쉽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스스로 매긴 2023시즌 점수는 70점이다.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고 왕중왕전에서 우승했다면 95~99점 정도 줄 수 있었지만 확 줄었다. 안세영은 “초반 점수는 80~90점까지 갔지만 부상 때문에 많이 깎였다”며 “난 완벽을 추구하는 선수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고 싶은데, 올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번에 부족했던 30점은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체력과 경기력이 올라오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에서 다쳤을 때보다 훨씬 몸 상태가 좋아졌다. 또 운동하면서 좋은 몸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좋아질 일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올림픽이 가장 중요한 만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올림픽에 맞춰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위기 겪고 더 강해진 '또 다른 안세영' 기대
아울러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한 경험도 잊지 않고 있다. 안세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 때 모두 천위페이(중국)의 벽에 막혀 좌절을 맛봤다. 계속된 연패 행진에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오히려 더욱 독기를 품고 땀방울을 흘려 ‘천적 관계’를 제대로 청산했다. 올해 천위페이와 상대 전적은 6승3패다. 세계 랭킹은 안세영이 1위, 천위페이가 2위다.
안세영은 “위기를 이겨낼 때 한 단계 성장한 내가 되더라”면서 “이번 위기도 잘 벗어난다면 내가 또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던 경기 영상을 다시 보는 것이다. 안세영은 “잘했던 경기를 보면 힘들 때 위로가 되고, 다시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올해 전영오픈, 세계선수권 경기 모습을 많이 돌려본다고 했다. 다만 아시안게임은 의외로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아시안게임 단체전, 개인전은 각각 천위페이와 내가 100% 몸 상태로 뛴 게 아니라 다시 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20일 배드민턴 대표팀 포상식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한 안세영은 이튿날부터 달콤한 휴가를 즐긴다. 국가대표 소집일이 29일이라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전까지 휴대폰을 끈 채 휴식에 집중하려고 한다. 안세영은 “내년을 잘 준비하기 위해 맛있는 음식도 먹고, 몸 관리도 하겠다. 구체적인 계획은 비밀”이라며 웃었다. 파리올림픽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난 욕심을 내면 안 되는 선수”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또 다른 안세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서산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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