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언론관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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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언론관은 독특하다.
한 장관은 1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묻는 기자 질문에 "민주당이 나한테 물어보라고 여러 군데 (언론에)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더라"며 "이걸 물어보면 왜 내가 곤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한 장관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은 여럿 있었다.
실제로 한 장관이 언론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언론관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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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언론관은 독특하다. 한 장관은 1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묻는 기자 질문에 “민주당이 나한테 물어보라고 여러 군데 (언론에)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더라”며 “이걸 물어보면 왜 내가 곤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질문을 평가하며 받아치는 것은 익숙한 화법이지만, 언론이 정치권 사주를 받고 있다는 인식은 한참 선을 넘은 발언이다.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자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에게 입장을 물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취재 과정인데, 그걸 저런 식으로 재단해버렸다.
돌이켜보면 한 장관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은 여럿 있었다. 그는 태국에 머물던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올해 1월 현지에서 KBS와 인터뷰한 것을 두고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가 귀국 직전에 자기 입장을 전할 언론사를 선택해 자기에게 유리하게 보도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핵심 수사 대상을 인터뷰해 입장을 들어보는 것은 기본적인 취재 활동인데, 한 장관은 언론이 범죄자와 결탁해 범죄자 의도대로 이용되고 있는 것처럼 해석했다.
한 장관에게 언론은 정치인이든 범죄자이든 상대가 요청하는 대로 응하는 수동적인 조직일까.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아마 검사 시절 수사 내용을 흘려주면 충실히 받아쓰던 기자들을 너무 자주 접한 영향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한 장관이 언론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언론관이 엿보인다. 민주당과 사사건건 대립해온 그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언론을 통해 자기 입장을 전파하는 데 열을 올렸다.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직접 올려도 될 텐데 굳이 언론을 이용하기를 고집했다.
그렇다면 불편한 보도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을 지적한 보도에 대해 “뉴스타파의 뇌피셜”이라며 발끈했다. 사실관계를 설명하거나 반박하기보다는 언론사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한 장관의 언론관이 친정인 검찰 조직에도 이식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해 언론사와 기자들을 수사하는 모습을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검찰 조사를 받은 기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검사는 ‘왜 이런 걸 취재하지 않았느냐’ ‘왜 사실관계를 꼼꼼히 체크하지 않았느냐’ ‘왜 반론을 얻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았느냐’ ‘왜 그렇게 급하게 보도했느냐’ 등을 물었다고 한다. 사회부장이나 편집국장이 언론사 내부에서 물어볼 내용을 검찰이 조사하는 걸 보면 취재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 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 장관이 언론 덕을 가장 많이 본 정치인이란 점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언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치적 자산도 없는 한 장관이 단박에 여당의 수장이 되진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여당 비대위원장 자리까지 무혈입성했으니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만 걷어낸다면 성공한 정치인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소통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불편한 질문이 이어지자 언론과 담을 쌓았다. 기자들이 윤 대통령 입장을 알려면 이제 해외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야 한다. 다행히 한 장관은 21일 "지지해 주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하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언론관을 바꾸면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다.
강철원 엑설런스랩장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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