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여자들은 돼지처럼"... 국내 여론 갈라치는 중국의 '댓글 공작'
중국 옹호·혐오 조장 댓글 조직적 작성
9~11월 50개 계정, 댓글 3만 건 이상
중국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조직적으로 벌이는 댓글 공작이 수치로 확인됐다. 국내 안보 관련 연구팀 분석 결과 댓글은 주로 중국 우월주의나 한국 비하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세대·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글도 다수 발견됐다. 올해 9~11월에만 최소 3만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여론을 갈라치고 민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중국이 무차별로 온라인 공간을 파고들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여 개 계정, 포털 뉴스에 중국 옹호·혐오 조장 댓글 작성…계정 '맞팔'도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연구팀은 21일 네이버의 뉴스 댓글을 빅데이터 분석기법인 크롤링(데이터 추출)으로 확인한 결과, 중국의 조직적인 댓글 활동으로 의심되는 움직임을 다수 포착했다고 밝혔다. 분석은 9~11월까지 중국과 외교 관련 언론 기사에 달린 댓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중국 우월주의 △한국 비하 △한미·한일관계 비판 △대내 갈등 조장 성격의 댓글을 달고 있는 50여 개 계정을 포착했다. 이들 계정은 미국 국무부 글로벌관여센터(GEC)와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이 '해외발 허위·조작정보(foreign malign information)'를 추적하면서 제시한 중국 영향력 공작 계정의 특징을 나타냈다. 공통적으로 △계정 이름을 지을 때 중국 병음 또는 어법이 반영된 경우가 많고 △작성 글 중에는 '코로나19 미국 기원설' 등이 반드시 포함돼 있으며 △맞춤법 오류가 일관성 있게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댓글에 중국어가 섞인 경우 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 계정은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서로를 '팔로' 하는 양상을 보였다.
댓글 내용은 주로 중국 우월주의를 유포하고 한국을 비하하려는 목적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1만2,089개에 달하는 댓글을 작성한 '참붕어빵(toas****)'은 "경복궁도 중화문명의 한 자산"이라거나 "반중(反中)종자들은 전부 친일매국노" 등의 댓글을 게시했다. 또한 중국이 뤼순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전시실'을 폐쇄했다는 기사에는 "안중근은 살인자. 이토라는 사람을 죽여서 한국이 멸망한 것"이라는 글을 달았다. "반크(사이버외교사절단) 단체는 나치 같은 국수주의 집단"이라는 주장도 폈다.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글도 대거 확인됐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들이다. 'Chis***'라는 계정 사용자는 "한국 여자들은 돼지처럼 먹기만 엄청 먹고 운동은 절대 안 함"이라는 댓글을 작성했는가 하면, '포도대장(mich***)'은 "계집들이 정권 잡으면 나라가 나락 간다" "굉상도(경상도)는 남 탓이 일상화" 등의 댓글을 썼다. '참붕어빵'은 "제주인들은 이제 서울말 쓰고 개화돼서 나아졌는데 경상도 전라도는 아직 이상한 말 쓰고 미개하다"며 지역 비하 발언을 댓글에 담았다.
중국 정부 연관성은 불투명...하지만 법령 마련 등 대응책 고심해야
다만, 연구팀은 이들 댓글 작성 계정들이 중국 공안 또는 당국과 연관이 돼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작성 IP와 가입자 정보 등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업체에서 협조하지 않는 이상 추적이 어려운 데다 경찰 등의 수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내용(중국 공산당 찬양), 조직(상호 간 팔로), 수단(중국어 작성 흔적) 등에서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댓글 작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윤 교수는 "해외에서 확인된 중국 영향력 활동과 거의 똑같은 내용과 사진 등이 한글로 작성돼 유포되는 등 조직적 개입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이 국내 정책결정을 어렵게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뉴스 댓글과 SNS에서의 영향력 공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한 법령 및 조직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소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영향력 공작에 대한 대응은 여론형성과 정책결정 과정에서 외국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해외 영향력 공작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안을 찾고,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을 제고해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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