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옷의 '새활용'… 세상 단 하나뿐인 패션으로 탄생 [Weekend 스타일]
헤지스, 올리언스 스토어와 콜라보
반품된 조끼와 청바지 뜯어 붙이니
세상 하나 뿐인 피셔맨 가디건 탄생
한정판과 가치소비 어울어져 '매진'
10년 이상 업사이클링 작업 '래코드'
#.지난 11월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라움 이스트 편집숍에서는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와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올리언스 스토어'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판매 시기가 지난 재고 및 재판매를 할 수 없는 훼손 반품 제품들을 해체해 두 브랜드의 DNA로 재해석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한정판 제품들이다. 라움 이스트를 찾은 30대 여성은 "헤지스는 오래된 원단이라 해도 내구성은 여전히 우수할 것이라는 신뢰감이 있다"며 "프리미엄 라인에 새로운 디자인이 더해지니 개성 있는 제품이 된 것 같아 소장가치가 높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까지 생각하는 '착한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친환경적이고 윤리적 가치를 담은 '슬로우 패션', '지속가능한 패션'이 주목 받고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적받는 패션 업계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내놓는 추세다. 단순 물건이 아니라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지속가능한 패션을 찾는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착한 패션' 가치 알린 헤지스 리워크 컬렉션
올해로 23년을 맞은 국민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달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가치 소비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소각 직전의 의류 폐기물을 빈티지 원단, 부품들과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으로 재탄생 시켜 '지속 가능한 패션'의 가치를 담으면서,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나만의 한정판 패션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주목 받았다는 평가다.
실제 판매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준비한 상품의 40%가 판매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고객들의 호응을 모았다. 그 중에서도 올리언스 스토어가 오랜 시간 수집해온 밀리터리 퀼팅 원단, 빈티지 부품을 헤지스의 니트, 자켓, 코트 등에 접목시킨 '퀼팅 스웨터', '밀리터리 점퍼', '울 코트' 등이 빠르게 매진됐다.
의류의 해체와 재결합, 레이어드 등 리워크 작업의 결과물은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평이 다수였다. 헤지스 해리스 트위드 소재의 싱글 코트와 발마칸 코트에 밀리터리 퀼티드를 앞뒤로 결합한 아우터, 헤지스 후드형 코트에 버클 및 벨트 디테일을 가미해 밀리터리 감성으로 재해석한 아우터, 헤지스 데님 베스트와 빈티지 청바지를 해체하고 재결합해 올리언스의 피셔맨 가디건과 레이어드한 아우터 등 기존 헤지스 의류를 완전히 탈바꿈한 핸드메이드 아이템들은, 남들에겐 없는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옷'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신념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됐다.
헤지스 관계자는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한정판을 갖고 싶어하는 소장 욕구도 자극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패션의 선순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신선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헤지스는 2021년부터 실물 샘플 의류 제작 대신 3D 버추얼로 제품 품평을 진행하며 불필요한 의류 제작을 줄이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3D 디자인'과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주제로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해 환경을 고려하는 '착한 패션'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래코드·르캐시미어…업사이클링 브랜드 '주목'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업사이클링 패션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코오롱FnC는 브랜드 '래코드'를 통해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에 업사이클을 통한 패션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전파해오고 있다.
10년 넘게 컬렉션을 이어온 것은 물론이고, 독립 디자이너와의 지속적인 협업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도 함께 하고 있다. 아울러 업사이클링 워크숍인 '리테이블', 국내외 다양한 아트페어 참가를 통한 장신정신 전파 등 다양한 형식으로 패션을 통한 가치 실천을 실행해왔다.
올 5월에는 서울 청담동에 래코드의 콘텐츠들을 집약시켜 거점 역할을 하는 플래그십스토어도 열었다.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스토어는 매장 자체에서 지속가능성을 표현하기 위해 신문지로 만든 펄프 보드, 고택에서 사용했던 목재, 기와 등을 곳곳에 활용해 집기를 구성했다.
코오롱FnC는 래코드에 이어 2014년 탄생한 '르캐시미어(LE CASHMERE)'도 전개한다. 르캐시미어는 생산자와 협력하고 동물 친화적 생산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을 선보이며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다. 코오롱FnC가 2022년 소셜벤처기업 케이오에이(KOA)를 인수하면서, 그에 속해 있던 브랜드 '르캐시미어'까지품게 됐다.
르캐시미어는 몽골에서 자연적으로 채취한 염소털 단일 소재를 활용해 리사이클 캐시미어 원사를 제작한다. 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 소재 개발회사인 '큐티스바이오'와 협업해 의류 상품 염색분야에서 합성염료를 대체할 친환경 염색 공법을 개발하는 등 책임 있는 패션 즉 순환의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캐시미어 본연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테일에 집중한 에센셜(Essential) 라인, 예술적이고 재치 있는 그래픽이 돋보이는 슈미어(Schmere) 라인, 재고와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재생(Recycled) 라인까지 차별화된 상품 라인업을 선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며 새로운 10년을 위해 한단계 도약했다. 르캐시미어는 23F/W 시즌 '지속가능 & 트렌드'를 목표로 로고, 컬러, 패키지 등 브랜드 전체에 변화를 꾀했다. 심볼은 순환을 뜻하는 동시에 세상을 더 깊게 들여다본다는 의미를 담아 원형으로 제작했다.
주요 컬러는 브랜드의 모태인 몽골의 푸른 하늘을 담은 블루, 따뜻한 대지를 표현하는 브라운을 조합해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본질적 가치를 표현했다. 패키지 역시 재생 가능한 소재인 폴리백을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원단과 재고를 활용하고, 친환경 염색 공법을 적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속가능성 자체가 패션의 미래라고 할 정도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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