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비대위’ 대통령과 관계에 성패 달렸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21일 사임하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한 전 장관은 법무장관으로서 민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논리가 분명한 대응으로 오히려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위기에 빠진 여당의 구원투수로 한 전 장관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았다. 이 반대의 이유를 잘 살펴보는 것이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론의 내용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점, 그도 또 검사 출신이란 점, 논리로 말싸움하는 것과 정치는 다르다는 점,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후 2년도 안 돼 세 번째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킬 정도로 어렵게 된 것은 윤 대통령 탓이 크다. 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지시와 소통 부족, 무리한 인사의 연속,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로 지지율이 가라앉았다. 윤 대통령이 비상 상황을 만들었는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 비상대책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순리에 맞지는 않는 일이다.
지금 정부 여당이 위기에 처한 것은 김 여사의 잘못된 처신 등 그 이유가 모두 드러나 있다. 그런데도 해답이 일절 나오지 않고 반대로 가니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국민이 실망하면 이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 여당의 책무인데 지금까지 이 기능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것은 이런 수직 상하 관계가 지속될 위험도 있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쉽게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관계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이 어느 쪽인지는 오래지 않아 판명될 것이다. 만약 수직 관계가 그대로라면 한 위원장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고 국민이 변화를 느끼게 된다면 한 위원장을 반대한 다른 이유들까지 한꺼번에 ‘기우’로 끝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한 위원장에 선뜻 동의하지는 못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국민이 기존 정치인들에 환멸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경험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치에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들의 도를 넘은 각종 특혜를 없애는 등 과감한 개혁에 앞장서고 실천하면 여당만이 아니라 우리 정치에도 하나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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