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59] 전공투 세대와 86세대
흔히 ‘전공투’라고 하는 전학공투회의(全學共鬪會議)는 1960년대 말 과격 투쟁에 나선 일본의 학생운동을 말한다. 전공투 세대는 한국의 86세대와 닮은꼴로 비교될 때가 많다. 양자는 시대적 배경이나 사상적 지향점에 차이가 있지만, 기성 체제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의 위력이 정점에 다다랐던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한 경험으로 특유의 시대정신을 공유하며 두꺼운 사회적 단층을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라는 점도 유사하다.
2013년 도쿄도(都) 지사 재임 중 불명예 퇴진한 이노세 나오키(猪瀬直樹)는 전공투 의장을 지낸 학생운동 리더였다. 사회에 나와 작가로 명성을 얻은 그는 2007년 정계 거물 이시하라 신타로에 의해 도쿄도 부지사로 발탁되어 제도권에 입성한 후, 2012년 사상 최다 득표로 지사직을 거머쥔 정치계의 신데렐라였다. 정치 개혁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그가 취임 1년 만에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지사직을 전격 사임하자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진다.
의혹 내용은, 선거를 앞두고 한 의료 법인에서 5000만엔이라는 거액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그의 정치 생명도 끝난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대중적 인지도를 발판으로 2022년 유력 정당의 참의원 비례대표로 나섰고, 75세에 첫 당선에 성공함으로써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그의 인기 비결은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비효율성에 거침없이 메스를 가하는 저돌성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치와 검은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가 정계에 복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일본 정치의 후진성을 입증한다는 비판이 있다. 개혁을 내세우면서도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으로 세대교체에 역행하는 학생운동 세대의 아집이 느껴진다는 비판도 있다. 어딘가 남의 나라 선거판 사정으로 들리지 않는 익숙한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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