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강남점, 백화점 첫 연매출 3조 넘었다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이하 신세계 강남점)이 올해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 단일 점포로 매출 3조원을 달성한 것은 국내 백화점 중 처음이다. 지난 2019년 매출 2조원을 올렸던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이 4년 만에 매출 규모를 1조원 이상 늘리면서 영국 해러즈 백화점 런던점(2022년 기준 3조6400억원)과 일본 이세탄 백화점 신주쿠점(3조1600억원)에 맞먹는 수준의 매출 규모를 갖게 된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처음 문을 열 당시인 2000년만 해도 “강남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 밀릴 것”이라며 실패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경부선·영동선 고속버스가 오가는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과 서울 지하철 3호선과 7호선 고속터미널역이 연결돼 있어 유동 인구가 많지만 시설이 낙후돼 고급스러운 백화점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 같은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며 소비력 있는 고객이 증가해 2008년 에르메스, 2010년 샤넬이 입점하는 등 강력한 브랜드를 확보하기 시작했고, 2012년 신세계가 아예 센트럴시티 지분을 확보해 고속터미널을전체를 ‘신세계 타운’으로 개발, 고급화하기 시작했다. 2016년 증축으로 규모를 더 키운 것 역시 매출 증대를 이끈 요인이다.
내년 신세계 강남점은 기존 면세점으로 사용하던 매장을 확장해 서울 최대 면적(9만9594㎡) 백화점에 올라서고,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을 열어 명품 소비 둔화에도 매출을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고객 절반이 서울 이외 지역 방문객인 백화점
신세계 강남점의 매출 3조원은 전국 소비자들을 통해 달성한 금액이다. 보통 유통 점포들은 인근 거주자가 주고객층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점포는 올해 매출의 50.3%를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방문한 고객을 통해 올렸다. 국내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백화점 중 가장 많은 1000여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백화점 업계 최초로 미술품을 상시 전시·판매하는 아트 스페이스를 열고, 올해에는 남성 전문관과 젊은 세대를 겨냥한 패션 전문관을 여는 등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 구성을 바꿔나간 것도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다.
‘충성 고객’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올해 신세계 강남점 구매 고객 중 절반(49.9%)은 VIP로 분류되는 신세계 백화점 멤버십 블랙 등급(연간 800만원 이상 구매) 이상 고객이었다. 다른 점포의 VIP 고객 비율(평균 35.3%)보다 15%p가량 더 높다.
강남점 1층을 팝업 스토어 전용 공간으로 마련해 아이돌 그룹 팝업 스토어를 열고, 한국 패션 스타일에 열광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백화점 8층을 젊은 세대를 겨냥한 패션 브랜드 전문관으로 바꾸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2조 매출을 냈던 2019년만 해도 해외 46국이었던 방문 고객 국적은 올해 브라질, 독일, 사우디 등이 추가되면서 100국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36.8% 늘어났다.
◇다시 재단장에 나섰다
내년 신세계 강남점은 매장 일부를 재단장해 서울 최대 백화점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기존에 신세계 면세점으로 운영하던 공간을 백화점 매장으로 바꿔 현재 8만6942㎡인 매장 규모를 9만9594㎡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서울 최대 면적으로 알려진 더현대 서울(8만9256㎡)보다 넓은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의 강점으로 꼽히던 명품 매출 성장세가 꺾였고, 내년에도 불황형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신세계 강남점은 15년 만에 식품관을 재단장해 현재의 3배가량인 1만9835㎡(약 6000평) 규모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유명 맛집이나 소문 난 디저트 등은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가장 좋은 상품으로 꼽힌다. 신세계 백화점은 “젊은 세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모두 어우를 수 있는 식품관을 국내 최대 규모로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브랜드 위주였던 명품 매장과 별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남성 명품관(6612㎡)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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