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한국 관객 홀린 일본의 두 소년
“어제 김포공항 입국장 입구에서 기다리는 한국 팬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믿기지 않았어요. 가무사무하무니다(감사합니다).”
대답하는 14세 배우 구로카와 소야가 수줍은 듯 웃었다. 옆에 있던 12세 배우 히이라기 히나타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배우가 주연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개봉 21일째인 지난 19일 관객 3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로는 유일하다. 상영관별로 실제 관객이 어느 정도 찼는지 보여주는 좌석판매율은 22.6%(20일 현재)로, 겨울 대작인 ‘노량: 죽음의 바다’(18.2%)나 천만 영화 기대작인 ‘서울의 봄’(22.1%)을 앞질렀다. 개봉 4주 차인데도 여전히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지난 20일 방한한 두 배우는 21일 서울 용산 CGV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날씨가 춥지만 한국 팬들의 환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영화에서 구로카와 소야는 사고(事故)로 아빠를 잃고 엄마와 둘이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미나토 역을, 히이라기 히나타는 따돌림을 당하는 동급생 요리 역을 맡았다. 어느 장면에서나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화면을 밝히는 두 소년은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괴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화사한 인력(引力)이다. 그 힘으로 ‘괴물’은 한국에서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간담회에서 “오디션 때 둘의 빛나는 느낌이 다른 지원자들과 완전히 다르다고 느꼈다”며 “아무런 고민 없이 바로 뽑았다”고 말했다.
두 배우의 내한 무대 인사 예매표 이틀 치는 오픈 직후 1~2분 만에 매진됐다. 접속이 몰리며 대기 지연까지 생겼다. 어지간한 스타도 보여주기 힘든 인기다. 특히 2030세대 여성 관객의 호응이 높다. 히이라기가 “한국에 와서 볼하트 인사를 배웠다”고 하자 기자단에서 “해봐 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히이라기가 눈을 찡긋하며 작은 얼굴 옆으로 볼하트를 만들어 보이자 탄성과 함께 사진 플래시가 쏟아졌다. 둘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에 꼭 출연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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